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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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된지 만 3개월만에 총선 취재팀으로 발령이 났다. 덜컥 겁이 났다. ‘정치에 대해선 아는 게 없는데…’ 실력이 드러날까 두려웠다. 열심히 정치판을 돌고 선거 유세현장을 뛰어다닌지 1개월. 이젠 느긋하다. 지난 3일 서울의 한 후보 연설회장을 찾았다. "뉴타운 건설 반드시… 좋은 고등학교 유치 반드시…" 총선 후보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빠짐없이 적어야 하는 신참기자지만 ‘역시나’하는 생각으로 팔짱 끼고 고개 끄덕이며 지켜보기만 했다. 공약 내용이 이미 수첩 앞부분에 다 적혀있다. 복잡할 줄 알았다. 245개 지역구마다 얼마나 많은 얘기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며 정책 공방은 또 어떻게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쉬웠다. 수도권 지역구를 찾으면 여야를 막론하고 뉴타운, 자립형 사립고, 특목고 추진 공약이 단골처럼 등장했다. 그럼 여야를 어떻게 구분하냐고? ‘안정론’ 하면 여당, ‘견제론’ 하면 야당이다. 한쪽에선 그저 "새 정부에 힘을 실어 달라"하고 다른 쪽은 대
"실수는 실수로 두고, 고의적인 곳에는 영업장 폐쇄 등 강력 조치해야한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최근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생쥐머리 새우깡, 커터칼날 든 참치캔 등 연이은 사고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밝힌 것이다.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도 비슷한 내용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지난 우지파동때 관련성이 없는 식품회사가 타격을 입은 전례를 감안하라"고 했다. 엉뚱한 기업까지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걱정의 표시였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으로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었을게다. 하지만 보건당국 수장의 이번 발언은 '실수'라는 말을 다시금 생각케 한다. 식품은 일반 제품과는 전혀 다르다.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적 식품안전기준(HACCP)은 문제가 될 만한 요인들을 미리 막는 예방시스템이다. 메뉴얼만 두꺼운 책 한권.
“이 약이 사용되면 1년 건강보험료는 줄어든다. 하지만 환자의 기대수명이 1년 더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건강보험료의 부담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한 필수의약품의 약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회의석상에서 나온 말이다. 이 약이 기존 약보다 싸기 때문에 시판될 경우 건보재정 절감효과가 있지만 환자들의 수명을 연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재정에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이상한 논리고, 이상한 셈법이 아닐 수 없다. 기존 약에 비해 싸고, 환자들을 1년 더 살릴 수 있는 유용성이 있다면 그야말로 '신약'으로서 인정받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효과가 좋은 신약은 일반적으로 기존 약제보다 높은 가격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다국적 제약사측의 재정절감 주장을 반박하고, 약값을 어떻게든 깎아보려는 보건당국의 대응논리였던 점은 인정된다. 그럼에도 믿어지지 않는 것은 이 회의에 참석한 14명의 위원중 한명도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자리에는 복지부 팀장, 건보공단 임원, 건보심사평가
"매출은 유상증자, 이익은 감자." 한 코스닥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는 코스닥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부실기업들의 실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정상적인 매출이 적다보니 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하고, 적자가 누적되면 감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게 이들 한계기업들의 생존 방식이다. 지난달 31일 상장폐지가 예정됐던 기업 중 7개 기업이 극적으로 회생했다. 지난 연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무려 1000%가 넘던 한 기업은 불과 보름여 만에 잠식률을 40%대로 낮췄다. 대표이사가 주가조작으로 구속돼 있고, 경영진의 배임·횡령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 회사가 어떻게 기적적으로 퇴출을 면할 수 있었을까. 정답은 퇴출 직전 이뤄진 벼락치기 유상증자였다. 이 기업은 3월14일부터 전격적인 유상증자 행진을 시작했다. 14일과 20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수십억원대의 자본을 늘린 후 26일과 28일 3자 배정을 통해 100억원대의 자본을 확충했다. 이 기업과 함께 퇴출을 모면한 다른 코스
지난 설 연휴기간에 폭설 피해를 입은 중국의 한 마을에서 설경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중국 광둥성 상카이펑이라는 마을에서다. 좀처럼 눈을 볼 수 없는 관광객들이 피해를 본 마을에 몰려와 설경을 감상했다 중국 네티즌들의 지탄을 받은 것. 전기가 끊긴 지 한달이 넘은 데다 평소보다 수십 배 높은 가격으로 구한 물로 연명을 해야 했던 주민들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족들과 설경을 즐기는 관광객들을 두고 네티즌들은 비난을 퍼부었다. 금융권의 건설사 유동성 지원협약이 수차례 시행이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1일부터 가동됐다. 시장의 붕괴를 막고자 자발적으로 나서 성사시킨 뜻깊은 일이지만 여기서도 일종의 '이기주의적인' 관광객들이 있었다. 다름 아나라 협약 가입을 미룬 금융기관들이다. 연합회가 협약 대상으로 선정한 235개 금융기관 중에서 절반이 넘는 133곳이 가입을 하지 않았다. 증권회사는 대상 37곳 중 1곳만 참여했다. 자산운용사 역시 50개 기관 중 2곳만 가
중국 정부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급속하게 발전하는 중국 경제의 위용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한편 중화민족의 부흥을 널리 알리는 상징적인 축제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황색 공포(Yellow Peril)''죽(竹)의 장막' 이라던 은둔자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전 탈피하고 세계와 하나되는 도약의 한마당이 되길 13억 중국인이 염원한다. 이미 올림픽의 불길은 당겨졌다. 31일 베이징 한복판 텐안먼(天安門)광장에서는 성대한 성화환영식이 열렸다. 그러나 행사의 분위기는 영 신통치 않았다. 시민들의 환호대신 정복 차림의 공안원들이 내뿜는 긴장감이 행사를 압도했다. 또 중국 관영 중앙TV는 성화 베이징 공항도착장면을 '생중계'했으나 실은 돌발사태에 대비, 1분 지연 중계된 것이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지난달 14일 티베트 자치구 라싸에서 발생한 독립요구 시위는 불과 보름만에 중국이 애써 준비한 올림픽의 효과를 모두 날릴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한다. 사태 확산을 우려한 중국의 신속
이명박 정부가 취임 한 달만에 대북정책 첫번째 시험대에 섰다. 북한은 지난 28일부터 3일간 연속으로 남북경협, 북핵, 미사일, 북방한계선(NLL) 등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최대 현안들을 모두 건드렸다. 남북 당국자들의 대북정책 발언과 미국의 북핵 정책을 문제 삼았다. 북한이 이처럼 주요 현안을 잇따라 도발하며 남북관계의 긴장을 유발하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적' 대북정책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통일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핵을 끼고는 통일하기도 힘들고 본격적인 경제협력도 힘들다"며 "핵을 포기할 때 북한 정권도 안정이 되고 평화도 유지되며 경제도 번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제협력, 납북자 문제, 국군포로 문제 등 산적한 남북간 문제 중에서도 북핵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이다. 햇볕정책으로 대변되는 지난 10여년간의 대북포용정책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북한의 최근 도발이 총선을 10여일 앞둔 시점에서 행해진 것도 주목할만하다. 남북관
지난 26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청사에 마침내 '방송통신위원회' 현판이 걸렸다. 방통위가 공식 가동에 들어가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지난달 29일 설립된 지 꼭 한달 만에 '정상화'됐다. 최시중 초대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4명의 상임위원은 이날 현판 앞에서 서로 손을 맞잡았다. 오랜 산고 끝에 첫발을 내딛는 방통위를 잘 이끌어가자는 방통위 수뇌부의 다짐이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현판식 직후에 열린 방통위 첫 회의는 진통을 거듭하는 듯 보였다. 2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에서 4명의 상임위원이 서로 부위원장을 하겠다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회의가 끝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직원들의 얼굴엔 긴장의 빛이 역력했다. 부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이미 1차례 공방을 벌인 터라 각 정당의 추천을 받아 선임된 상임위원들이 서로 당파성을 앞세워 얼굴을 붉히고 표대결까지 벌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에서다.첫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복잡해도 재건축·재개발을 해야 한다"며 절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규제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이 대통령이 당선 후 '부동산 시장안정'이 우선이라며 모호한 입장을 보여 왔기에 이날 발언에 업계와 시장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규제일변도였던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과의 차별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날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언론사 부장단과 함께 한 오찬간담회에서 다른 얘기를 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시장이 안정된 이후에 검토할 사안이며, 규제를 풀더라도 개발이익 환수장치는 철저히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그는 다만 재건축 인허가기간 등 절차적인 문제는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정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뒤 시장은 기대에서 실망으로 돌아섰다. 재건축이 활성화되려면 용적률제한과 소형·임대주택의무비율 등 이중 규제를 풀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건축 인허가 과정을 단축하거나 기반시설부담금 부과를 폐지하는 것도 규제완화이긴 하
KBS 인기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 인기가 꺾일 줄 모른다. 한국어를 더듬는 외국인 미녀들이 내뱉는 엉뚱한 말들이 싱겁지만 재밌다. 그녀들의 수다는 가끔 한국인들의 폐부를 찌르곤 한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 곤혹스럽게도 한다. 지난 24일 '모국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어떤 것이냐고 묻자 출연자는 "한국이 어디에 있지?"라고 묻는 친구들이 가장 많다고 대답했다. 중국에 있는 것으로 오인하거나 일본 근처 어디쯤이라고 막연히 아는 정도다. 세계 무역 규모 11위라는 '자랑스런' 숫자는 '우리만의 긍지'라는 생각마저 든다. 겨우 올림픽과 월드컵, 한국전쟁과 북한이라는 이름이 그들의 뇌리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삼성과 LG 등 우리 기업들의 인지도는 국가 인지도를 능가한다. 한국을 모르는 자신의 친구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갖고 싶어하는 물건이 삼성의 휴대폰, LG의 전자 제품이라는 것. 영어 교사인 영국인 애나벨 앰브로스씨는
"조만간 현 경영진을 퇴진시키고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겠다" 지난 21일 코스닥 상장업체인 텔로드의 정기주주총회. 이같은 으름짱을 놓은 세력은 경영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2대주주도, 기관 액티비즘을 표방한 '펀드'도 아니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소액주주연대였다. 실제 이들의 의도대로 대주주인 이주찬 현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은 반대표를 54.6%얻어 재신임을 받는데 실패했다. 2008년 3월의 주총시즌. '개미의 반란'이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 SK 등 대기업에서 시작된 소액주주운동은 코스닥 업체들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스스로 온오프라인 모임을 결성, 의결권을 공유하면서 배당을 요구하거나 사외이사·감사 등의 선임과정에 실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 웹젠, 텔로드 등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의 경우, 소액주주들은 적극적인 연대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면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인 국보디자인의 한 소액주주는 기자에게 "소액주주들끼
조선왕조실록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임금에게 휘둘리지 않고 목숨까지 내놓으며 공정한 기록을 남긴 사관들의 노력 덕분이다. 성군으로 불린 세종대왕조차 자신의 처가식구들과 이복형제를 죽인 아버지 태종의 기록을 보지 못했다. 세종은 여러 차례 실록 편수관들에게 기초자료인 사초를 가져오라고 어명을 내렸지만 허사였다. 실록 곳곳에는 어명을 거부하는 사관들 때문에 세종이 낯뜨거워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무자비했다는 태종도 사관들에게는 두 손을 들었다. 밀실에서 신하와 중요 국정을 논의하는데 사관들이 문지방까지 뚫고 그 얘기를 기록한 것이다. 그렇다고 별다른 손도 쓰지 못했다. 신하들의 상소와 임금의 잘잘못을 건의하는 사간원의 항의가 빗발친 때문이다. 실록이 꾸밈없는 역사서로 세계적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사관 등이 지켜낸 독립성에 있다. 최근 통화정책을 놓고 벌어지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모습을 보면 경제가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