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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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에게 한끼니 밥은 허기를 채우기 위한 것이지만 장관에게는 식사가 곧 업무다. 딱딱한 의자 대신 편안한 등받이 의자에서 이야기하며 중요정책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아침과 점심 식사는 경제부처 수장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새벽별을 보며 집을 나서 깔깔한 아침을 먹은 이는 이헌재 부총리였고 기자들과 농담을 곁들이며 오찬을 든 이는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었다. 이 부총리는 이날 행자부.건교부 장관과 함께 아침을 먹으며 1세대3주택 양도세 중과세에 대한 기존 연기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보유세 입법과 양도세를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논의내용도 밝혔다. 강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통과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점심식사 내내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지난해 말 이미 입법과 관련한 대통령의 뜻은 정해졌었다"는 말과 재계 불만은 시행령에서 많이 반영할 것이라는 방침도 곁들였다. 이 부총리도 소득은 있었다. 주택거래신고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계획을
그리스신화에서 제우스와 거인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 사이에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태어난다. 영리했던 헤르메스는 갓난 아기 때 요람을 빠져나와 이복형인 아폴론의 목장에서 소 50마리를 훔쳤다. 헤르메스는 소들이 반대방향으로 간 것처럼 속이기 위해 소의 꼬리를 잡아끌어 뒤걸음질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도둑의 수호신’으로도 불린다. 헤르메스란 이름의 영국계 펀드가 최근 단 하루만에 삼성물산의 지분 5%를 팔아치워 38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거두었다. 다른 투자자들은 헤르메스가 주식을 팔기 전에 그들이 삼성물산에 대해 M&A 시도를 할 지도 모른다고 착각했다. 그들이 지난달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물산 측과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지난달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입을 환영한다. 앞으로 삼성전자 지분도 처분하길 기대한다"고 압박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제2의 소버린을 연상하기 쉬웠다. 헤르메스는 특히 언론을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가 한국시장에서 전방위적인 비난에 휩싸였다. 도화선은 동아건설 파산채권 입찰. 외환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동아건설 채권 입찰에 론스타가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의 불공정 논란 보도가 빗발쳤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2일 론스타와 외환은행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논란을 확산시켰다. 외환은행은 공정위 고발 이후 자료를 내고 "주요 실사자료가 매각 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에 비치돼 공개되고 있다"며 입찰 당사자간의 불평등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언론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매각 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과 채권단은 결국 내년 1월로 입찰을 연기했다. 론스타는 동아건설 채권 입찰 외에도 곳곳에서 마찰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999년 매입했던 부산 엄궁동 종합화물터미널 부지 5만7000여평은 기존 공업용지에서 주거용지로 용도변경이 추진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의혹을 받고 있다. 9일에는 외환은행 노조
미국의 대규모 쌍둥이적자가 국가 신용등급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8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재정 및 무역수지 부문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쌍둥이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이 최상위 등급인 'AAA'를 유지하는데 대한 논란이 일고 있으며,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 국제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피치 모두 미국의 국채 신용등급을 AAA로 부여하고 있다. AAA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제로라는 뜻이다. AWSJ은 그러나 쌍둥이적자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전쟁과 감세정책으로 재정적자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이 AAA 등급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S&P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의 비중은 6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AAA 등급을 부여 받은 다른 국가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 2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기8장7절) 너무나도 유명한 성경의 이 구절은 자영업을 하는 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막 개업하는 교인들의 가게에 가 보면 이 구절을 목판에 새겨 벽에 걸어 놓거나 붓으로 써서 액자에 넣어 둔 걸 쉽게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시작은 조촐하게 했지만 앞으로 크게 번창할 것이라는 본인들의 기대와 주변의 축복을 함께 담을 수 있는 구절이어서 더욱 사랑받는 듯 하다. 12월 6일은 삼성의 반도체 사업 진출 30년이 되는 날이다. 세계 경제를 혼란으로 이끌었던 세계 1차 오일 쇼크가 일어났던 1974년, 30대 초반의 이건희 회장(당시 동양방송 이사)은 자신의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을 인수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부도직전의 반도체 회사를 '개인' 자격으로 사들인, '미약한 첫 발'이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1983년 마침내 삼성은 그룹의 명운을 걸고 반도체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주변의 모두가 'TV도 제대로
우리 나라가 자랑하는 첨단기술의 하나인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6세대 공정기술이 대만의 경쟁사로 유출될 뻔한 일이 생겨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유출사범들이 출국 전에 검거돼 관련기술이 대만으로 넘어가지 않았지만 첨단기술의 해외유출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이번에 검거된 A사의 전직원 류씨 등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대만 경쟁업체가 보인 집요한 노력(?)을 접하면, 첨단기술의 확보를 위해 해외기업들이 들이는 공이 어느 정도인가를 실감할 수 있다. 받고 있는 연봉의 몇배를 제시하며 회사의 CFO가 직접 방한, 스카우트 조건을 재차 협의하는 등 인재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노력은 가히 전사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언제까지 짐을 싸서 나가려 하는 고급인력들의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만 탓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아무리 고급인력이라고 해도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돈의 유혹을 양심에 맡긴다며 나몰라라 할 수 없
'빈수레가 요란하다' 2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된 `소프트엑스포 2004'의 공개 소프트웨어관을 보며 이런 속담을 떠올렸다. 올해 소프트엑스포 전시의 핵심 주제는 공개SW와 임베디드SW. 이에 따라 전시 주최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도 공개SW를 전진배치했다. 하지만 한글과컴퓨터 이외에 국내 공개SW 업체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연구기관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국민대학교가 각각 참여했을 뿐이다. 공개SW관을 채운 총 7개의 업체 중 이들을 제외한 4곳이 외국사였다. 막강한 기술력과 자본을 자랑하는 IBM과 공개SW 분야 세계 선도 업체인 레드햇이 한컴 뒤쪽 부스를 차지했다. 한컴과 IBM, 레드햇은 국내 공개SW 선두 업체의 위상을 뽐내 듯 화려하게 부스로 전시장 입구를 장식했다. 한컴은 바디페인팅쇼와 패션쇼를 연출하고 부스내 설치된 대형 PDP를 통해 실황 중계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IBM과 레드햇도 관람객 동원을 위한 즉석 퀴즈쇼를 진행하는 등 이번
12월 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 1152호. 임시주총 개최 여부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SK㈜와 소버린자산운용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색한 인사와 소버린측의 준비서면 제출, 확인 등으로 진행된 심리는 단 7분만에 종결됐으나 양측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소버린측은 이날 준비소면을 통해 "14.99%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서 전체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주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임시주총 수용=주주권 인정'이라는 논리로 임시주총을 열어야 하는 이유와 SK㈜측의 반박에 대한 주장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그러나 소버린의 이같은 권리 주장에 앞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소버린측은 중대 형사 범죄행위로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인사의 이사 직무 수행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관 개정안 결의를 위해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이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권이 있다"는 사법적 원칙을 철저히 무시한 안건이다.
지난 26일 패닉현상을 방불케하는 달러화 급등락을 불러온 주범은 중국이었다. 상하이에서 발행되는 차이나 비즈니스 뉴스가 위 용딩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인용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가 1800억달러로 줄었다고 보도한 후 위 용딩이 보도 내용을 부인하기까지 약 3시간 사이 세계 외환시장은 지옥과 천당을 오고갔다. 그동안 심증에 머물렀던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를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이 사실로 확인해주자 달러/유로 환율은 1.3329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화는 5년채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급락 양상을 보였다. 미국 국채 매도 시기나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이같이 말했던 위용딩은 자신의 발언이 국제금융시장에 소용돌이를 일으키자 9월말 현재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가 1744억달러라고 언급하며 진화에 나섰다. 더 나아가 차이나 비즈니스 뉴스가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며 기사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위용딩은 자신의 발언이
지난 24일 오전 11시30분 여의도 63빌딩 튜울립룸. 등록예정기업 텔레칩스의 기업설명회(IR) 분위기는 뜨거웠다. 여느 IR처럼 빈 좌석이 남아돌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뒷편에 서서 설명을 들어야 했다. 튜울립룸은 극장식으로 좌석을 배치할 경우 140명, 둥근 탁자를 준비할 경우에는 90명을 수용할 수 있다. IR행사로는 충분한 크기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소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참석자들이 계속 늘어났다. 급기야 아예 행사장 출입 자체가 어려워졌다. 행사장에 10여분 늦게 도착한 취재진은 행사장 옆에 마련된 다른 방으로 안내됐다. 회사측은 기자들에게 본 행사가 끝난후 별도의 IR행사를 갖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이를 지킬 수 없었다. 질의응답 시간이 길어졌다. IR은 유인물로 대체하고 사장이 기자들과 점심을 같이 하면서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대신했다. IR행사가 끝날때까지 뒤편에 서있던 참석자들은 행사장 옆에 마련된 여러 개의 방으로 안내돼 겨
복지부 홈페이지 기고를 통해 국민연금 뉴딜징발을 강하게 비판했던 김근태 장관의 발언파문이 노무현 대통령 질타와 김장관의 직접사과로 봉합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와 충분히 협의없이 '앞서나간' 재정경제부에 대한 김장관의 앙금은 여전하다. 그 동안 국민연금 논란은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비쳤다. 여권내 유력한 대권후보인 김 장관이 차기 전당대회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강수를 뒀다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다. 김 장관은 정책적 문제제기라며 이 같은 견해를 거듭 부인했지만 흥미로운 정치적 해석이 우세했다. 여기다 한나라당까지 김 장관 발언을 지지해 줄거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김 장관이 겨냥했던 재정경제부도 소설 구성을 충실하게 해 줬다. 재경부에서는 '연기금 논란이 실체가 없는 유령과의 전쟁같다'며 판타지 소설의 단계로 끌어올렸다. 국민연금 논쟁의 발단은 이렇다. 한국판 뉴딜은 5%성장유지를 위해 내년 하반기 건설투자를 부양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기됐던 것이고 재원조달문제는 차순위였다. 그런데
경제4단체는 23일 또 한번 정부와 여당을 향해 '제언'을 내놓았다. 그동안 이러 저러한 내용을 건의한다, 주장한다며 뿌린 수십여 차례의 보도자료와 그 보다 더 많은 회수의 세미나, 토론회, 공청회에서 밝힌 내용 그대로다. 경제관련 법안에 대한 국회 심의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단체들은 이것으로 '성의껏 했노라'고 위안을 삼을지 모르겠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영 다른 것 같다. 경제단체들이 몇 달 동안 '똑 같은 작업'을 되풀이 해서 뭘 얻었느냐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출자총액 제한과 관련한 한시 조항을, 그것도 야당이 제안해 '부대의견'으로 넣었을 뿐 아무 것도 해낸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단체가 올해의 역점 사업으로 공을 들여온 '기업도시'도, 심각한 현안인 비정규직 문제도 제대로 손 본 게 없지 않느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물론 노력을 안 한 건 아니다. 전경련은 최근 두어달 동안 열린우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