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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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44대 대통령 선거가 부시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개표 초반 두 후보는 다투어 어깨를 내밀며 한 두 차례 역전과 재역전을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결과는 뚜렷해졌다. 개표 막판 캐스팅 보트를 쥔 오하이오주가 초박빙을 유지하자 개표 중단 사태가 벌어졌으나 케리후보가 패배를 인정함으로써 부시의 승리가 최종 확정됐다. 당초 초박빙이라는 예상과 달리 부시는 문제가 됐던 오하이오주를 포함, 선거인단 274명을 차지, 절대 과반수를 확보했으며, 일반 투표에서도 케리 후보를 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투표 전날인 1일까지만 해도 CNN과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 모두 49%로 똑같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확보한 선거인단 수도 부시가 227명, 케리가 225명으로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은 사상 유래가 없는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당초 케리에 다소 적대적이었던 월가마저 누가 되든 상관 없으니 제2의 플로리다 사태만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컨센서스를
코스닥에 갓 등록한 A기업이 최근 3분기 실적을 공시하자마자 주가가 곧장 하락세로 돌아섰다. 어느새 하한가 언저리까지 밀리자 갑자기 IR팀장의 전화기가 울려대기 시작했다. 급기야 온 사무실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결국 이 기업은 일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점심식사 도중에도 IR팀장의 핸드폰은 계속해서 울려댔다. 전화기에선 옆 사람에게도 들릴 정도로 욕설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는 밥을 먹는둥 마는둥 안절부절 못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몇차례, 아예 식사를 포기하고 식당을 나가버렸다. 항의내용을 들어보니 〃공정공시를 할 때 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전분기대비 실적을 앞에 적었느냐〃는 것이었다. 전년동기로보면 경상이익이 100%이상 증가했는데 왜 30%나 떨어진 분기실적을 먼저 설명했느냐는 것. 분기실적 감소 이유가 여름휴가와 추석명절에 따른 가동일수 감소 때문이라는 설명을 해도 소용없었다. 이날 개장전에 이 기업의 목표주가를 2배로 상향조정한 애널리스트 보고서
1일 오전 9시30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13층 대회의실. 수십대의 카메라 플래쉬와 40여명 기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강정원 신임 국민은행장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들의 질문이 쉴새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강 행장의 답변은 왠지 시원스럽지 않았다. 국민은행이 2년전부터 강조해온 '멀티스페셜리스트전략'의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담당 부행장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국민은행의 은행장추천위원회가 상설조직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강 행장은 여러 질문에 대해 급조된 듯한 답변을 했고 "앞으로 업무파악을 해봐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일부 기자들은 "도대체 행장으로 내정된 이후 지금까지 뭐한 거야"라는 비판섞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강 행장은 행장에 내정된 지난달 8일 이후 23일동안 은행 임직원들과의 전혀 접촉을 하지 않았다. 비서팀장을 통해 은행 현황에 대해 서면보고만 받았다.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되지도 않았고 아직 공식 취임도 하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사상 유래 없는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9.11테러의 주역 오사마 빈 라덴이 선거 막판 미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 오사마 빈 라덴은 대선을 사흘 앞둔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안방에 진출, 부시의 지지율을 높여 주었다. 이날 카타르의 알자지라TV는 빈 라덴의 비디오 메세지를 공개했다. 빈 라덴은 이 비디오 테이프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미국의 안보는 부시, 케리, 알 카에다가 아닌 미국인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9.11테러 공격이 발생한 후 부시는 줄곧 당신들을 기만해왔고 진실을 숨겨왔다"며 9.11사건이 재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빈 라덴의 파워는 지지율 조사에서 즉각 나타났다. 빈 라덴의 비디오 방영 직후 뉴스위크가 유권자 1005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시와 케리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50 대 44로 부시 후보가 6%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위크의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 48 대 4
국회가 또 다시 난장판이 됐다. 28일 국회 대정부 질문 첫 날 이해찬 국무총리가 "한나라당은 차떼기 당"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한나라당이 본회의 불참을 선언해 질문이 중단됐다. 한나라당의 첫번째 질문자로 나선 안택수 의원은 이 총리에게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으나, 이 총리가 "한나라당이 차떼기 당이라는 사실을 모든 국민이 다 아는데 어떻게 좋은 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답한 것이 화근이 됐다. 곧바로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발언대 앞으로 뛰어 나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으나, 사회를 보던 김덕규 부의장은 교섭단체간 협의를 통해 의사진행발언 가부를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정회를 선언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갖고 총리의 공식 사과가 있을 때까지 본회의에 불참할 것을 선언해 결국 이날 대정부 질문은 중도에 무산되고 말았다. 파행의 불씨를 지핀 것은 물론 이 총리다. 이 총리가 여당 정치인 출신이긴 하지만, 총리는 국정을 총괄하는
“아마 열에 일곱은 부동산에 뛰어들었을 거유. 촌구석에 처박힌 사람들까지 부동산 한다고 나섰으니께. 이 사람들 다 어찌될라는지….” 행정수도 이전 위헌판결이 내려진 뒤 기자가 충남 연기군 남면의 한 구멍가게에 들르자 아주머니가 끌탕부터 늘어놓는다. 충청권에 부동산 투기 붐이 일자 너나 할 것 없이 생업인 농사도 내팽개친 채 부동산에 달려들었다는 게 아주머니의 설명이다. 이미 동네 이장쯤이면 웬만한 부동산 전문가 못지않은 이력이 붙었다고도 했다. 신행정수도 예정지 주민들의 상당수가 수용을 대비해 미리 주변의 땅을 사놓았다. 하늘이 두쪽나도 농사는 지어야겠고, 땅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는 상황에서 보상금만 기다릴 수도 없어 정부를 믿고 무리해서 주변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산 것이다. 문제는 농협 등 은행돈을 끌어다 쓴 경우다. 실제 십중팔구는 이런 사례다. 연기군의 한 농협 관계자는 대출신청이 갈수록 증가하자 본사의 자금까지 차입해 썼다고 털어놓는다. 땅값은 떨어질 것이다. 대토
데이콤은 왜 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를 포기하는 대신 두루넷 인수에 ‘올인’ 하기로 결심했을까. 관련업계는 데이콤의 의도를 파악하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와이브로는 2.3GHz대역의 무선인터넷서비스로, 핫스팟존과 이동통신망의 연동을 통해 고속으로 달리는 차속에서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때문에 유선통신업체들은 무선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로 와이브로 사업권 획득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유선사업자인 데이콤 역시 유무선통합 시장을 겨냥해 와이브로 추진반까지 가동하며 사업권 확보에 애를 써왔다. 정보통신부가 최근 와이브로 사업자 수를 3곳으로 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어서 사업권 확보가 그리 비관적인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느닷없이 데이콤이 ‘와이브로 사업포기’를 선언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측해볼 수 있다. 우선, 데이콤은 자금이 부족하다. 올해 3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했지만 연말까지 2550억원의 부채를 갚아야 하므로, 외부자금의 조달없이는 와이브로는 커녕 두루넷 인수도 버거운 상황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접대를 위해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가벼운 와인을 대접하고 술은 주로 친구나 동료와의 친목을 위해 먹습니다" 기자가 최근 스페인에서 만난 다국적 주류업체인 얼라이드도맥(Allied Domecq)사의 마케팅 담당 직원의 말이다. 스페인도 우리처럼 술을 많이 먹는데 주된 목적이 우리처럼 접대가 아니라 침목과 사교를 위한 목적이란 지적이다. “친목을 위한 윤활유”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스페인시장에서 즐거움(Upbeat)을 위한 음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스페인 사람들은 술집에서 긴장을 풀고 재미있게 놀면서 특별한 기념을 위해서 건배하기 위해 술을 먹는다는 것이다. 술집도 바(Bar) 형태가 가장 흔하고 그 다음으로 디스코클럽 형태다. 또, 술 소비도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위스키나 럼, 진 등을 콜라나 사이다 등과 혼합한 칵테일류가 전체 소비의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얼라이드도맥 직원의 설명이다. 독일에서 만난 쿠멀링(
"기사 제보가 왔습니다" 나른한 금요일 오후. 기자가 일하는 회사로부터 불쑥 연락이 왔다. 이메일로 기사 거리를 주고 싶다는 한 제보자의 휴대폰 번호와 함께. 고마운 마음에 냉큼 제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메일 주소를 알려줬다. 잠시 후 날아온 이메일. 그건 단순한 제보가 아니라 한편의 완성된 기사였다. 내용인 즉, 최근 한 상장사의 지분을 대거 사들여 2대주주로 올라선 한 슈퍼개미가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고 우호주주를 규합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본격화하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놀랍게도 기사 요건까지 제대로 지키고 있었다. “~의 M&A 가능성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는 리드로 시작해 “시장에서는 (양측의) 보유지분이 언제 역전될지 주시하는 상황이다”로 끝을 맺는다. 메일을 확인하던 중 제보자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제보자는 그 슈퍼개미와 잘 아는 사이라며 그의 경영권 확보 의지를 보증한다고 했다. 그리니 가급적 서둘러 기사를 내보내 달라고 했다. 올들어 남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가 찍힌 21일 헌법재판소 기자실. 윤영철 헌재 소장이 또박또박 결정문의 주문을 읽어가자 곳곳에서 탄식이 일었다. 당황도 잠시, '기각'에 초점을 맞춰 미리 기사를 일부 작성해 놨던 기자들은 전혀 다른 방향의 기사를 쓰기 위해 재빨리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과거 가처분 결정을 먼저 하지 않고 본안 선고를 할 경우 대부분 '기각'이나 '각하'였던 점, 이례적으로 100일만에 선고가 이뤄진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인용 결정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거기다 8대1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위헌판정이 나올줄이야.. 선고 직전 국정원과 열린우리당에서 나온 정보라며 '8대1 위헌'결정이 소문으로 나돌았으나 선뜻 믿기는 힘들었다. '수도이전 반대'가 당론인 한나라당조차도 합헌 결정을 받을 것이라고 체념한 듯,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헌재 판결에 관계 없이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혹시 인용 결정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던 사람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이 문장을 속담사전에서 들춰보면 '세상의 평판과 실제는 일치하지 않다는 말'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해마다 가을이면 여기에 꼭 들어맞는 '국정감사'라는 이벤트가 전개된다. 십여명의 높은 분들이 그 못지 않게 높은 분들을 모시고 윽박지른다. 화려한 공격용 수사와 언변, 두루뭉수리한 '위기모면용' 답변 등 다양한 기법이 동원된다. 18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설전이 벌어진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도 오후 6시까지는 이런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오후 5시 전후인 신문들의 마감시간을 넘기면서 의원·보좌진·공정위 공무원 모두의 긴장도는 더욱 떨어졌다. 하지만 오후 6시쯤,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이 차분한 어투로 강철규 위원장에게 중소기업 대상 하도급 문제점에 대한 질의를 시작하면서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36페이지의 자료에 설문지가 첨부된 김 의원의 자료집은 스테이플로 찍어낸 다른 의원들의 것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김 의원은 두가지 문제점
"어떻게 일으킨 회사인데 사기꾼 한명 때문에 망가져서야 되겠습니까." 지난 15일 5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남광토건 이희헌 사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이 사장이 검찰에 체포된 직후 기자가 남광토건 본사를 찾았을 때 직원들은 비통함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남광토건은 외환위기 당시 어려운 상황을 모두 극복하고 건설업계에서 가장 먼저 워크아웃에서 졸업, 견실한 재무구조를 자랑하던 회사였다. 때문에 지난해 M&A 시장에 나왔을 때도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골든에셋플래닝이라는 생소한 업체가 남광토건을 인수했다. 대형 건설사가 새 주인이 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을 우려해 소규모 부동산개발회사를 인수 업체로 정한 것이다. 남광토건 직원들의 희망은 바로 물거품이 됐다. 직원들의 기대와 달리 상당 규모의 구조조정이 실시됐고 외부 인물들이 영입됐다. 무엇보다 매입자금의 10%만 가지고 회사 경영권을 확보한 이 사장은 매입자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빼돌렸다.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