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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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동통신사 신사업부는 개발자의 50%가 국내 대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 출신이다. 유연한 근무환경과 고액연봉으로 IT업계에선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이곳 개발자들이 최근 대형 통신사로 대거 이직한 것이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업계 2위에 오른 한 IT기업 관계자는 "금융사에서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연어 개발자'가 느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대기업으로의 개발자 유턴은 '투자 혹한기'가 불러온 현상이다. 올 초만 해도 대규모 스톡옵션과 사이닝 보너스를 위시한 스타트업으로 개발자 이직 열풍이 불었다. 그런데 하반기 이후 투자유치가 난항을 겪는 곳이 늘면서 안정적인 대기업을 다시 찾는 것이다. 대기업도 스타트업에 뺏겼던 인재를 되찾기 위해 '연봉 30% 인상' 등 솔깃한 제안을 내놓는다. 공격적으로 개발자를 영입했던 IT업계는 이들을 붙잡느라 혈안이다. 어두운 실적 전망에 '사내 크리스마스 장식비까지 아낀다'는 말이 나오지만, 개발자 처우엔 후퇴가 없다는 입장이
정부, 한국은행, 국책연구기관 KDI(한국개발연구원) 가운데 한국 성장률 전망치 정확도가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일까. 한은이 지난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12년(2010~2021년) 동안 정확도 1위는 KDI(연평균 오차 0.81%p), 2위는 한은(0.88%p), 3위는 정부(0.95%p) 순이었다. 해당 자료에 활용된 기관별 전망치의 제시 시기는 정부·한은은 전년 12월에서 당해년 1~2월, KDI는 이보다 앞선 전년 10~12월이다. 정부가 가장 먼저 전망치를 발표했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주요 원인은 통상적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가 객관적 '전망치'가 아닌 정책 의지를 담은 '목표치'라는 데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들도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가 상대적으로 낙관적이었다는 사실을 대체로 인정한다. 그랬던 정부가 달라졌다. 정부는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내년 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KDI(
"지금은 아무리 규제를 풀어도 안 팔립니다." 거래가 살아날 수 있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부 관계자가 답했다. 이유는 명료하다. 시장에는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 집을 갈아타려는 1주택자 등 매년 일정한 고정 수요가 있는데 지난 몇년 집값 폭등에 대한 불안으로 미래의 고정 수요자들까지 집을 당겨 사버렸기 때문에 한동안은 수요가 없는 게 당연하다는 것. 꽤 설득력 있는 얘기다. 최근 몇 년은 '영끌족'의 시대였다. 아직 집을 살 준비가 안 된 사람들까지 매매시장에 유입됐다. 이걸 정부는 '미래 수요'로 봤고 그래서 꺼낸 카드가 '사전청약'이다. 미래 수요에는 미래 공급으로 대응하겠다는 거였다. 아직 입주까지 한참 남은 미래 주택을 당겨 공급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의 시점을 다시 일치시켰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내년 사전청약 실시 계획을 밝혔다. 작년에 시작된 사전청약이 3년째 이어지는 것이다. 연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공공주택 1만1000가구가 공급된다. 윤
시청률 24.9%를 찍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주인공 송중기가 연기한 진도준은 IB(투자은행) 업계 다크호스다. 1998년 기아자동차 매각 사건을 모티브로 한 '아진자동차' 인수건. 진도준은 인수전에 힘을 보태는 조건으로 '고용 승계'를 관철시킨다. 해고직원들의 비참한 삶을 '미래'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2022년 겨울 돈줄마른 증권가에는 진도준이 없다. 증권사들은 오직 효율화만 바라본다. 타깃은 계약직이다. '법'과 '숫자'를 근거로 수월한 구조조정이 가능해서다. 법적 부담도 없다. '해고'가 아닌 '계약만료'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국내 36개 증권사 임직원 중 계약직원의 비중은 29.74%다. 전체 직원 3만8254명 중 계약직이 1만1377명이다. 계약직 수는 증시가 호황이던 지난해 상반기 1만명을 넘긴 후 계속 늘어왔다. 이번 겨울 칼바람이 휩쓸고 나면 1만명 아래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계약직 비중이 높다. 국내
내년도 예산안 협상의 세 번째 '디데이(D-day)'였던 지난 15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예산안 중재안을 고심 끝에 전격 수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에서 정부·여당의 3%포인트(p) 인하와 민주당의 현 세율(25%) 유지 입장을 중재한 '1%포인트(p) 인하'안을 내놨다.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 드디어 협상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이 오갔다. 정작 정치권 분위기는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 기자회견이 끝난 지 2시간도 채 안 돼서 중재안 수용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1%포인트 인하가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했다. 그렇게 여야는 또 세 번째 협상 시한을 넘겼다. 사실 민주당이 안일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실제 기자들은 국민의힘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꼭 혁신적 제품·서비스를 개발하는 모습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하게만 생각하면 오히려 오픈이노베이션을 못 하죠." 한 창업기획자가 오픈이노베이션의 사례로 셀트리온과 스타트업 움틀의 협업을 소개했다. 셀트리온이 실험실 기자재인 보틀톱에 사용되던 필터를 외산에서 움틀 제품으로 교체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셀트리온은 비용을 절감하고 움틀은 새 판로를 개척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례는 얼핏 오픈이노베이션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해결하지 못하는 과제를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나 기술력으로 풀어내는 교과서적인 오픈이노베이션과는 거리가 멀어서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단순한 거래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속을 뜯어보면 성과는 크다. 매출확대나 비용절감 등 재무성과뿐 아니다. 움틀은 교체과정에서 이뤄진 수많은 실증(PoC)으로 제품의 기술력과 완성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다. 대기업 납품으로 인한 레퍼런스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벤처캐피탈(VC)을 비롯한 외부 신규 투자는 대폭 줄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흥행 보증수표였던 바이오 기업들의 인기도 꺾였다. 미국발 금리인상의 여파로 잠재력 만큼 위험부담도 큰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내년 역시 녹록지 않은 분위기가 전망된다. 자본시장의 침체는 바이오산업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유독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심이 더 싸늘하게 식은 것이 무엇 때문인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2020~2021년 증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침체기를 겪었다. 다만 바이오 업종 분위기는 이상할 만큼 뜨거웠다. 너도나도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례 없는 신종 감염병 확산 속 진출 선언만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는 치솟았다. 진단키트 기업들의 실제 성과도 있었지만, 치료제·백신 분야에선 대부분이 제자리걸음 중이거나 개발을 포기했다. 드물게 개발에 성공한 사례
# "금융감독원의 투자 원금 전액 반환 결정을 수용하라." 지난 8일 독일 헤리티지 펀드 환매 중단 사태 피해자들은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외쳤다. "사모펀드 사태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은날,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전격 용퇴를 발표했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헤리티지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단 얘기였다. 발표 전까지 조 회장의 3연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기에 충격이 더했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에 대한 강경 기류가 조 회장의 용퇴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2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헤리티지 펀드와 관련 판매사의 책임을 물어 전액 반환 결정을 내렸다. 판매사가 계획한 투자 구조대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며 계약을 취소하란 결정이었다. 신한투자증권은 헤리티지펀드를 3907억원어치 판매했다. 전체 판매사 중 가장 많은 규모다. 현재 헤리티지 분쟁 조정을
"죽을 둥 살 둥 해도 될까 말까 하는 게 스타트업인데 '파트타임'이라니 누가 투자하겠습니까." 최근 만난 한 벤처캐피탈(VC) 대표가 교수창업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딥테크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딥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육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이를 위해 2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세간의 관심은 교수창업에 집중된다. △전문성 있는 교수 △숙련된 연구·개발(R&D) 인재 △다양한 R&D 장비 등 딥테크 스타트업 탄생을 위한 충분한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수창업을 바라보는 벤처투자업계의 시선은 냉랭하다. 가장 큰 이유는 겸직으로 발생하는 경영 공백 문제다. 투자자와의 원활한 소통도 쉽지 않은 데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발생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인사, 회계 문제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는 지적이다. 특허권도 문제다. 교수창업 스타트업의 특허권은 대부분 교수 개인이 가진 경우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째다. 현재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들과 SSM(기업형 수퍼마켓)은 한 달에 두 차례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 심야시간(자정~오전 10시까지)의 온라인 주문 건에 대해서도 배송을 할 수 없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때문이다. 하지만 취지와 다르게 골목상권을 살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편익도 저해하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매년 점증해 왔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대상 1순위로 떠올랐다. 대통령실은 지난 7월 일주일간 국민들을 대상으로 총 10가지 '국민제안' 투표를 받고 가장 표를 많이 얻은 상위 3가지 제안을 선정해 국정에 반영할 방침이었다. 총 10건의 국민제안 가운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이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를 염원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투표 과정
사우디가 추진하는 네옴(NEOM)을 두고 수혜를 점치는 기대감과 허상에 가깝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정답은 아직 알 수 없다. 현재로서는 사우디의 행보를 통해 진정성을 가늠해볼 정도다. 네옴은 정치·사회·경제 변혁프로젝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경제적으로 석유 중심 구조를 탈피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강건한 국가로 거듭나겠단 의지다. 지난 2월 사우디 최초의 대규모 기술 박람회 'LEAP 2022'도 그래서 개최됐다. '중동판 CES'를 꿈꾸며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 취재를 위해 당시 리야드를 방문했다. 10평 남짓한 부스를 꾸린 아람코(Aramco)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현지 양대 통신사업자와 미국·영국·중국의 테크기업이 대규모 부스를 꾸려 중앙을 차지했다. 새로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5G 기반의 신재생에너지 관리 시스템과 스마트 항만, 각종 식용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실내 스마트팜 시스템 등이 중앙에 섰다. 이마저도 영상·모형 등을 통한 소개가 주를 이뤘
한국에 '전기세'는 없다. 국가에 대가 없이 납부하는 세금이 아니고, 한국전력이 전기를 사용한 대가로 요금을 부과한다. '전기료'가 적당한 표현이다. 하지만 전기세가 입에 더 붙는다. 국립국어원도 전기세를 전기료와 비슷한 표현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정부가 법령으로 전기요금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세금의 성격도 있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올리려면 조정안을 마련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의 부담이 커지는 전기료 인상이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정부가 누른 전기료는 다른 방식으로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서민의 부담을 간접적으로 키운다. 올해에만 28조원이 넘게 발행된 한전채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21조원의 손실을 본 한전은 이를 메꾸기 위해 지난해 발행량(1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채권을 발행했다. 우량한 신용등급으로 채권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인 한전채 때문에 다른 채권의 수요가 줄고, 채권 금리가 올랐다. 여기에 급격한 기준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