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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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성추문 사건'은 세계적인 흥미거리였다. '성'(性)문제를 소재로 다룬데다, 미모의 여성과 세계 최고의 권력가인 미국의 대통령, 그의 부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다. '대통령의 은밀한 섹스'를 다룬 이 사건의 과정은 흥미진진했으나, 추문을 들춰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각이 제대로 잡혀있는 미국 사회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줬다. '빌 클린턴 성추문 사건'을 맡은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는 대통령의 불륜과 위증, 위증교사, 권력남용 등에 초점을 맞춰 수년간 조사한 끝에 탄핵 사유가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대통령 탄핵안은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에 회부됐다. 상원은 클린턴의 반대진영인 공화당 의석이 훨씬 많아 그의 탄핵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경륜 높은 상원은 의외의 선택을 했다. 탄핵안을 부결시킨 것이다. 미국의 도덕성과 체면을 땅에 떨어뜨린다며 클린턴을 눈엣가시처럼 경멸하던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그를 정치적 위기에서 구해내고, 미국을 이끌 기회를 부여한
연말연시도, 주주총회 시즌도 아닌데 '인사편지'를 종종 받습니다. 금융회사를 경영하다 갓 물러났거나 새로 사령탑에 오른 분들의 퇴임 및 신임 인사입니다. 유례를 찾기 힘든 금융공기업 기관장의 일괄 사표 여파이기도 하지만 e메일에 익숙해져 버린 요즘 받는 편지는 언제나 신선합니다. 이 중 이종휘 우리은행장의 편지는 여러 번 꺼내 읽도록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사말 마지막에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 전문을 남겨서입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평소 시를 좋아하는 이 행장이 의례적인 인사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덧붙였다고 합니다. 사실 아주 짧은 이 시는 경영자들도 자주 읊습니다. 그만큼 각별히 해석되는 듯 합니다. LIG손보의 김우진 사장은 지난 연말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 시를 인용했습니다. 그는 "고객과 사회에 뜨거운 그 무엇이 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봉사의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습니
쇠고기로 시작한 괴담은 그 끝을 모를 정도다. 한전, 수자원공사 등이 민영화되면 전기료와 수도료가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니 더 할말이 없다. 더 황당한 것은 정부가 이같은 괴담이 무서워 멀찌감치 물러서있다는 것이다. 아예 논란에 휘말리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조정하면서 정책을 펴나가야 하는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스스로 정부이기를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괴담으로 보호받는 수혜자가 국민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수혜자는 바로 괴담을 외치는 사람들이다. 괴담중에서도 정부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하나가 바로 '의료민영화' 괴담이다. '아파도 돈 없으면 병원에 못간다'는 괴담은 다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 파괴력 또한 상당하다. 논란은 커녕 말조차 꺼낼 수 없는 분위기가 돼 버렸다. 의료민영화 괴담은 생명체처럼 변화를 거듭, 생존을 모색해왔다. 당초 '건강보험민영화'로 시작됐다가
'눈 먼 자들의 도시'란 소설이 있다. 포르투갈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이다. 어느 도시에서 한 사람이 갑자기 눈이 먼다. 이 실명은 전염병처럼 퍼져 한 사람만 빼고 도시 전체 사람이 눈이 멀게 된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조심하다 곧 다른 사람들도 자기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대소변을 아무 곳에서나 보기 시작한다. 질서는 무너지고 도시는 쓰레기와 똥, 오줌으로 뒤덮인다. 사람들은 이 와중에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 먹을 것을 가지고 싸우며 약한 자들을 핍박한다. 모두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전기 공급도, 수도 공급도 끊기고 먹을 것이란 슈퍼마켓이나 음식점, 음식창고에 쌓여 있는 것뿐이다. 눈 먼 자들은 몇몇씩 무리를 지어 먹을 것을 약탈하고 다닌다. 이 소설은 인간이 폭력과 이기주의에 의존하면 눈을 뜨고 있어도 눈 뜬 장님에 불과하다고 속삭인다. 모든 사람이 다 부족하고 약하고 이기적이지만 자기에게 있는 것으로 서로를 돕고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때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통합 조직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지 3일자로 꼭 100일이 된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판단에서 오랜 산고 끝에 탄생한 조직이 방통위다. 그러나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최시중 위원장은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이유로 가까스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했지만 여야 입장차가 너무 커서 결국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도 채택받지 못한 채 임명됐고, 이런 곡절 끝에 위원장은 취임했지만 직원들이 보직발령을 받기까지 한달 이상 걸렸다. 그러다보니 방통위는 새 정부 조직개편 이후 무려 2개월 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다. 행정공백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아니면 급격한 환경변화 탓일까. 방통위는 출범 100일째를 맞는 지금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혼란스러운 것은 방통위 조직뿐 아니다. 기업도 시장도 혼란스럽다. 방통위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의 불확실성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킨다. 기업
필자의 부친은 군인이셨다. 후손이나 후대에 어떤 분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싸움을 제일 잘했던 군인”이라고 거침없이 답했던 분이다. 국가권력을 쥐락펴락했던 ‘정치군인’과 대비해 나라를 지키는 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셨다는 강조의 말씀이기도 하지만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라 사랑의 길이라는가르침으로 들렸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전쟁중 숱한 전공으로 전사에 이름 석자를 올려놓으시기도 했다. 현재는 대전현충원에 수의 대신 평생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하던 군복을 입고 누워계시다. 그 분이 살아 서울시청 광장에 서 계셨다면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자문해본다. 그제는 6.25였다. 해마다 기념일이면 깨끗이 빨아둔 군복을 꺼내입고 광장에 나오셨다. 기념행사후 노병들과 태극기를 흔들며 행진하시던 모습이 여직도 눈에 선하다. 그 분이 촛불과 다시 전경대열, 물대포가 혼재된 '난장'의 장소에 다시 섰다면. 5월초부터 시작해 몇 차례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 꺼지지 않는 광장의
최명길이 남한산성에서 내려다본 송파나루와 삼전도 주변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짙은 안개는 어디로 갈지 모를 조선(朝鮮)의 앞날인 것만 같아 최명길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청군에 결사항쟁을 해야 할 지, 치욕을 당하더라도 종묘사직이 살아남기 위하여 항복을 해야 하는 지 시시각각 마음이 흔들린다. "항쟁은 실천 불가능한 정의요, 항복은 가능한 치욕", "아름답게 죽을 것인가, 더럽게 살 것이가?" 최명길은 항복을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도, 소설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씨가 던진 명제를 놓고 '항쟁과 항복' 사이에서 갈등을 거듭한다. 대의(大義)를 고집하며 청과 싸울 것을 주장하는 김상헌의 우직스런 고집이 차라리 부러웠을까. 김상헌인들 고민과 번민이 없었으랴. 김상헌은 피란처라 더욱 귀한 막걸리 한사발이라도 구하면 꼭 최명길을 찾았다. 최명길을 아끼는 안타까운 마음의 발로였다. 최명길이 왜 항복을 마음 속에 두고 있는지 속 깊은 그의 심사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두 신하사이에서 갈등하
앨런 그린스펀 시절 '선제적 통화정책'으로 명성을 얻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요즘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금리를 과감히 내린 지 1년도 안돼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충격이 가신 것도, 경제가 다시 활기를 띠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고유가로 경기침체보다 무섭다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눈앞에 둔 여건에서다. 너무 '신중한' 조치로 한때 궁지에 몰리기도 한 유럽에선 이제 "벤 버냉키 FRB 의장이 금리인하 조치를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며 안도감 섞인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미국이 지난해 9월부터 올 4월까지 기준금리를 3.25%포인트 낮춘 사이 영국은 0.25%포인트 인하하는 데 그쳤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아예 손을 대지 않았다. 한국은행도 FRB에 동조하지 않은 점이 뒤늦게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정부 교체가 포함된 지난 10개월
얼마전 하나로마트 달걀코너에서 달걀을 고른 적이 있다. 1개에 100원짜리부터 300원이 넘는 것까지 다양했다. 가장 비싼 달걀을 집어들었다. 2배, 3배씩이나 비싼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無생산촉진제/無성장호르몬제/無항생제'라고 찍혀 있었다. 그걸 읽고 나니 다른 달걀 집기가 새삼 겁이 났다. 한방생약제나 소백산 자락 지하 170m 천연암반수를 먹인 닭의 달걀까지 고를 생각은 없었지만 아이들 먹일 건데 '無***'가 찍혀 있지 않은 달걀을 살 수는 없었다. 뭘 먹기가 겁난다. 때론 아는 게 병이 되기도 한다. 하루종일 자기 몸통만한 닭장에 갇혀 알만 낳는 닭은 화를 품게 되고 그 닭이 낳은 달걀도 정상일 리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달걀을 샀는데 이후 달걀을 살 때마다 닭장에 갇힌 닭이 떠오른다. '쇠고기 사태'와 함께 이물질 파동, 조류인플루엔자에 이르기까지 가히 식란(食亂)이라 할 만하다. 검역 과정이 의심스런 정체불명의 중국산이 우리 밥상을
# 점심에 111년된 회사를 만났다. 1897년에 설립됐다. 우리나라에서 최고(最古)로 알려져 있는 두산의 전신인 '박승직 상점(1896년)'이 문을 연 1년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제조회사다. 지금도 설립당시와 같은 상호를 사용하고 있고, 같은 업종을 영위하고 있다. 게다가 장소까지 똑같다. 한 자리에서 111년을 버텨온 것이다. 어떤 회사일까 궁금해하겠지만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회사다. 까스활명수, 후시딘 등으로 알려져있는 동화약품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수차례 옥고를 치렀다. 일제의 압박으로 회사는 어려움에 처했다. 그런 와중에도 회사내에 서울연통부를 설치, 각종 정보와 군자금을 임시정부에 전달하는 일을 했다. 서울연통부는 상해임시정부가 서울에 설치한 비밀 행정부서다. 급기야 부도위기에 처했을 때 이 회사를 인수한 사람도 독립운동가였다. 신간회 간부로 독립운동을 했고, 옥고를 치렀다. 그의 아들도 광복군으로 활동했다. 1944년 일제에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의 몰락은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됐다. 발단은 대학생들과의 불화였다. 1965년 앙토니 대학 기숙사 학생들은 여학생과 남학생이 서로의 건물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프랑스 대학은 대부분 국립이라 결정권은 정부에 있다. 하지만 정부는 철부지들의 터무니없는 요구라며 철저히 무시했다. 프랑스 젊은이들의 가슴에 드골은 권위주의, 권력, 보수주의의 상징으로 거부감이 쌓여 갔다. 드골은 드골대로 자유분방함으로 흘러가는 당시 젊은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점점 더 젊은이들과 접촉하는 것이 불편했고 그래서 만남을 피했고 소통은 단절됐다. 소소한 시위가 계속되던 중 1968년 3월에 파리대학(소르본대학)의 분교가 위치한 파리 교외 낭테르에서 구속된 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가 확산될 것을 우려한 대학 학장은 5월2일 대학 폐쇄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시위는 오히려 파리 시내 한복판으로까지 퍼져나갔고 경찰들은 강경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연일 계속되면서 결국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광우병 위험성이 있는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미국과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의 입장 선회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놓고 빚어진 정부와 국민의 갈등도 다소 누그러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앞선다. 그러나 여기에 오기까지 정부와 국민 모두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이 뜻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답답해 했고, 국민은 국민대로 정부가 국민의 뜻을 외면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과정에서 시위에 참가한 많은 사람이 연행됐고, 경찰 진압 과정에서 다쳤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으로, 취임 100일 만에 한·미관계를 다시 '시험대'에 올려놓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사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건은 노무현 정부가 남긴 숙제였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 양국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원만히 매듭되도록 하려면 이 숙제부터 해결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