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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변화가 생기면 법이 바뀝니다. 그래서 사회 변화의 최전선에는 로펌이 있습니다. 발 빠르게 사회 변화를 읽고 법과 제도의 문제를 고민하는 로펌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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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7 건
동아에스티의 '베믈리아', 대웅제약의 '베믈리버', 삼일제약의 '베믈리노'. 3년 가까이 시장에서 판매되던 제네릭(특허 만료 후 동일 성분으로 만든 의약품) B형간염 치료제 이름들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 제품들은 이름을 바꿨다. 대법원이 오리지널 '베믈리디'와 너무 비슷해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해서다. 대법원 판결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길리어드 사이언스를 대리해 이끌어냈다. 박민정 변호사와 김성남·신정훈 변리사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번 사건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연상시키는 제네릭 상표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존 판례를 뛰어넘기 위해 법리보다 실증자료 확보에 집중한 결과"라고도 했다. 실제로 판결이후 동아에스티와 대웅제약, 삼일제약은 각각 제품명을 변경하고 포장재 교체 등 후속 절차에 착수했다. 이미 시판 중인 전문의약품의 제품명까지 변경하게 한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제약업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제네릭 의약품의 작명 관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ADR(주식예탁증서) 상장은 단순한 해외 자금조달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받겠다는 자신감을 반영했다. 실무적으로는 20년 가까이 국내에 선례가 없었던 대형 ADR 상장이어서 여러가지 복잡한 법률 및 규제당국 관련 이슈를 풀어야 했다. 이번 거래를 이끈 법무법인 세종의 박용진 변호사와 진시원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번 거래는 향후 국내 기업들의 ADR 발행 실무와 관련해 하나의 기준을 세운 프로젝트였다"고 평가했다. ADR은 국내 기업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미국에서 거래되는 예탁증서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글로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 ADR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외국 기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 IPO(기업공개)이자 미국 IPO 역사에서도 두 번째 규모다. SK하이닉스에 자금 조달 목적만 있었다면 미국 증시에 상장할 필요는 없었다. 박 변호사는 "이번 ADR 상장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자본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해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가치를 다시 평가받겠다는 회사의 자신감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했다.
"비상장주식이 재산의 대부분인 사람이 이혼을 할 때 대상분할(현금분할)을 강제하면 '실질적 형평'이 무너질 위험이 있습니다. " 법무법인 광장의 가사상속분쟁팀장을 맡고 있는 배현미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는 최근 한 이혼사건을 맡아 비상장주식을 분할할 때 기준이 될 수 있는 구체적 법리를 처음으로 밝힌 대법원 판례를 이끌어냈다. 기존에는 비상장주식이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정해지면 분할비율에 따라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상분할 방식이 우선 쓰였다. 이혼으로 생계 곤란 등을 예방하기 위해 재산분할이 필요한데 비상장주식은 처분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대상분할이 실질적 형평을 해하는 경우에는 현물을 분할하는 등 다양한 분할 방법을 혼용해도 된다고 밝혔다. 배 변호사가 대리한 사건에서 한 스타트업 창업자 A씨의 분할 대상 재산 대부분이 비상장주식이었다. A씨 배우자는 현금으로 받는 대상분할을 원했고 A씨는 주식 자체를 나누는 현물분할을 주장했다. 1·2심은 통상 비상장주식은 대상분할을 한다는 판례에 따라 비상장주식을 모두 A씨가 갖되 배우자 기여분인 약 1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금까지 해외 로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해외 건설 관련 국제 분쟁 사건을 국내 로펌이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말 파키스탄 수력발전 개발사업에서 160억원 규모의 설계·조달·시공(EPC) 계약 분쟁에서 승소를 거두고 중재와 병행된 전문가 결정(Expert Determination) 절차를 통해 75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을 이루는 성과를 낸 것도 국내 로펌인 법무법인 화우였다. 사건은 프로젝트 발주사가 전력구매계약(PPA)를 두고 정부 당국과 갈등을 빚다 불리한 결과를 얻으면서 시작됐다. 발주사는 PPA와 EPC 계약이 연동된 구조라며 PPA 관련 중재 판정을 시공사와 맺은 EPC 계약에 적용해 계약금을 감액하려 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화우는 두 계약의 구조가 연동돼 있다 하더라도 다른 계약의 중재 판정이 EPC 계약에 자동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계약 구조를 고려해 놓칠 뻔한 법리를 강조해 결국 승소할 수 있었던 것. 사건을 맡은 화우 국제중재팀장 김명안 선임외국변호사는 "핵심 쟁점은 서로 다른 계약의 중재 결과가 다른 계약 당사자를 어디까지 구속할 수 있는지였다"라며 "중재판정은 해당 중재합의의 당사자 사이에서만 구속력을 갖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인 박수홍 친형의 횡령 사건 항소심에서 친형은 1심 징역 2년보다 무거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무죄였던 형수도 유죄로 결론이 뒤집혔다. 박수홍을 대리해 승소를 이끈 건 법무법인 세종의 하태헌 변호사다. 그는 치과의사에서 부장판사, 다시 변호사로 이어진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박수홍 친형 부부는 데뷔 초기부터 박수홍 매니저 역할을 맡아 방송 출연료와 행사 수입 등을 전적으로 관리해 오면서 수익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횡령 규모는 정확히 특정되진 않았으나 1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사건은 가족회사 형태로 운영된 데다 장기간에 걸쳐 범행이 이뤄져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았다. 하 변호사는 친형 내외가 관리하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취득 시점, 자금 유입 경로,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중심으로 자금 흐름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친형 부부가 재산 형성 자금의 출처를 설명하지 못하면서 해당 재산이 박수홍의 연예 활동 수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하 변호사는 무죄 판단이 내려졌던 형수의 공모를 입증하는 데도 주력했다.
과학고와 공대를 나와 변리사 일을 했다. 변리사의 한계를 느끼고 사법시험을 봐 판사가 됐다. 법원 생활만 약 20년, 이제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기술과 법을 연결하는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오택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38기)의 이야기다. 최근 율촌 회의실에서 만난 오 변호사는 공대 출신 법조인답게 AI(인공지능)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법조계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아직 오류의 가능성이 많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오 변호사는 한국정보법학회 총무이사로 4년간 재직한 이력이 있다. 법원에서 일할 때는 법조 AI 참여단에 매번 지원해 참여했다. 오 변호사는 "AI 발전 속도가 눈에 보이기도 한다. AI 활용도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진다는 부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고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오 변호사가 변리사의 길로 들어선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는 변리사 시험 준비를 하면서 전혀 관심이 없었던 법학의 매력을 조금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이 안경을 벗었을 때와 썼을 때 다른 사람일까. 기계에서 부품 하나를 빼고 가처분 집행을 피해가려는 '꼼수'에 철퇴를 내린 법원 판결을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세운팀'이 이끌었다. 세운팀은 박지연(33기)·김동원(31기)·장지현(10회)·박상규(13회) 변호사와 최성규·김종권·김지원·이영준 변리사 등이 김앤장 내부적으로 꾸린 팀이다. 세운팀은 억울한 특허권자인 세운T&S에서 따왔다. 세운T&S는 주로 공장 등에서 필요한 단열재 등을 만드는 기업이다. 세운T&S는 A사가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고 문제가 된 기계에 대한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결정도 받아냈다. 그런데 막상 A사는 해당 기계에서 부품 하나를 제거한 뒤 가처분을 피해가겠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세운팀은 쉽게 갈아끼울 수 있는 부품 하나를 빼고 다른 기계라고 주장하며 가처분 집행을 피하려는 A사가 부당해보였다. 세운T&S의 사연에 공감한 세운팀은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사건에 대응했다. 특허 사건은 기계의 작동 원리 등을 이해하고 상대 기업이 특허권을 어떻게 침해했는지 등을 주장해야 한다.
'사고사망만인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상시 근로자 1만명당 비율로 환산한 지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공단)에서 매년 산정하는 이 비율은 건설업체의 산업재해발생률을 보여준다. 사고사망만인율은 외부로 공표되지는 않지만 건설업체의 시공능력을 평가할 때나 공공건설공사 입찰참가자격을 심사할 때 활용된다. 이 비율이 나쁘게 나오면 사업 수주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약 3년은 영향이 있는 구조라 건설업체에 큰 타격이라고 한다. 문제는 건설업 특성상 업체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충분히 했는데도 부득이하게 사고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고사망만인율은 업체 잘못으로 사고가 난 것인지 아닌지는 따지지 않는다. 억울하게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어도 점수를 바꿀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 그런데 최근 박성호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가 해당 통보에 이의제기를 해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2024년 한 전문건설업체, 지난해 11월 한 종합건설업체를 대리해 사고사망만인율 통보를 일정 기간 막아낸 것이다.
"해외에서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건설사들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국가대표'잖아요. 우리도 그들을 도와서 함께 '국가대표'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 법무법인 율촌의 국제건설팀을 이끄는 이경준 변호사는 팀원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와 만나 "건설사가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입찰 전 단계부터 공사 진행 이후 상황에 대한 자문, 분쟁이나 협상 상황 발생 시 지원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며 "쉽게 말해 공사 전체 과정에서 고객에게 억울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률적으로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로펌 중 해외건설 업무를 전담하는 팀을 만든 건 율촌이 최초다. 율촌은 해외 건설 법률자문 분야에서 정평이 나 있는 이 변호사를 필두로 다양한 국제 분쟁 사건 대리 경험이 있는 우재형 변호사와 강현규·김진섭 변호사 등으로 국제건설팀을 꾸렸다. 강 변호사와 김 변호사는 국내 대형 건설사 법무팀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건설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낯선 환경 속에서 낯선 이들과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해외건설업 특성상 법적 리스크는 큰 편이다.
국내 유명 건설사인 A사는 최근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었다. 한 베트남 공기업이 지급하지 않은 기성금(공사가 이뤄진 만큼 계산해 주는 돈)을 받아내기 위해 베트남 국제중재원(VIAC)에 중재를 신청했는데 절차적 문제로 발목이 잡히면서다. 베트남 공기업은 A사가 해당 중재를 신청하면서 중재 수행 권한을 법무법인 태평양에 위임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위임장에 대표이사 자필 서명이 없는 점, 위임장 영사인증이 부적법하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중재 신청 자체가 무효라고 강조했다. 이때 태평양 국제중재소송그룹이 나섰다. 태평양은 위임장과 공증이 한국 법에 따라 적법하다는 점, 베트남 국제중재원에 제출하는 외국 문서에 영사인증이 필수적이지 않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난관을 돌파했다. 결국 베트남 국제중재원이 중재 신청은 적법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베트남 공기업은 해당 판정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까지 냈지만 또 졌다. 사법 체계가 한국만큼 선진화하지 못한 동남아에서 현지 공기업을 상대로 법적 분쟁을 벌여 승소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국정감사, 국회가 국정 전반을 파악하고 감시하는 자리인데 최근 각종 사회적 이슈들과 관련이 있는 기업인들이 국감장에 서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올해 국감은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처음 열리는 만큼 국회는 물론 정부, 기업들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 국정감사대응팀은 분주하게 이들 기업들을 돕고 있다. 20년 이상 국회,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 분야에서 정책적 자문을 하는 일을 해 온 베테랑 백대용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가 팀을 이끈다. 팀 소속 김경훈 전문위원, 김건훈 수석전문위원, 장대섭 고문, 이준영 전문위원 등도 모두 국회와 연이 있다. 김건훈 수석위원은 국회 출입 기자였다. 이 밖에 오종한 대표변호사(18기)를 필두로 실무를 직접 담당하는 30여명의 전문가와 국회 및 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 출신 고문 50여명, 공무원, 정당, 언론, NGO 출신 분야별 전문위원과 연구위원 40여 명 등이 분업 및 협업 중이다. 다른 대형 로펌들에도 국정감사대응팀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국회 보좌진을 영입한 것은 세종이 최초라고 한다.
#.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제조 기술을 보유한 포스코퓨처엠(당시 포스코케미칼)이 3년 전 북미에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수출 승인을 받으려 했다. 같은 시기 경쟁사 역시 수출을 시도했지만 포스코퓨처엠만 승인을 받았다. 까다로운 승인 과정에 법무법인 율촌의 뒷받침이 큰 역할을 했다. 북미 기술 관련 규제에 대한 해석 및 대응이 두 기업의 운명을 가른 셈이다. 율촌이 법무법인 중 유일하게 기술 수출입 관련 전문 조직을 꾸렸다. 지난 4월 발족한 '기술수출입통제대응센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격적 관세를 내세운 보호무역 기조가 강해지자 기술 수출입 대응 전략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율촌 사무실에서 만난 손승우 센터장(고문)과 임형주 변호사는 최근 기업들의 활동에 대해 "핵심 기술 확보와 수출이 가장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미국 등의 컴플라이언스 준수가 중요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기업이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전 법률서비스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손 센터장 등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