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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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석유화학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4월 위기설'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원유와 나프타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탓이다. 친이란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홍해까지 막히면 병목은 심화될 수 있다. 정부는 민간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4월 중순에 맞춰 비축유를 방출하고, 나프타 수출을 5개월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인 수급 관리에는 유효하지만, 공급 구조 자체의 제약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 '산업의 쌀'인 나프타는 원유로 만드는데, 한국은 원유와 나프타를 중동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다. 중동산이 국내에 도착하기까지 통상 3주 안팎이 걸리므로 당장 휴전이 돼도 수급 공백을 피하기 어렵다. 대체재로 거론되는 러시아산 나프타는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품질과 금융 결제, 세컨더리 보이콧 문제 등으로 여의치 않다. 이미 석유화학 기업들은 공장을 셧다운하거나 가동률을 낮춘 상태고 추가적인 감산 계획도 검토 중이다.
노동계가 AI(인공지능) 기술 도입시 노동조합의 동의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노동영향평가'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AI로봇과 노동의 미래' 토론회에서 한국노총 관계자는 AI 도입 이전 단계부터 '노사 공동 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또 고용·전환배치, 인력이동시 노동조합과 사전에 협의하고 AI를 활용하는 사항을 노사 공동 위원회에서 검토하자고 했다. 지난 11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도 임금 단체교섭 요구안에 '노동영향평가'를 포함시켰다. 회사가 AI 기술을 도입하기에 앞서 조합원 고용과 노동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노사 합동으로 평가해야 하고 고용보장, 교육훈련, 노동안전, 인권, 개인정보 보호 대책을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현장에 투입하려 하자 노조가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도 들어올 수 없다"고 반발했는데, 앞으로는 모든 사업장에서 AI 도입에 노조 동의를 전제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AI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다.
증시발 금융불안에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AI(인공지능) 거품론에 중동 사태까지 겹치면서 2월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만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일시 정지)가 10번 발동됐을 정도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특히 신용융자를 이용한 투자(이른바 빚투) 손실이 큰 것으로 나타나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은 1월말 기준으로 증권회사에 예치된 투자자예탁금·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 대기성 자금 규모가 209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부동산시장의 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고 2월 이후로도 급등락이 지속됨에도 증시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한은은 단기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자금 쏠림이 발생하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경고한다. 증시 자금이 주로 단기시장성 차입에 의존하는 만큼 향후 대내외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투자 확대에 대한 우려도 이어진다. 지난해 4분기 말 개인의 미국주식 등 해외증권 보유 잔액은 총 2100억달러로 집계돼 2020년 초와 비교하면 6년여 간 7배로 뛰었다.
정부와 증권 당국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하고 상반기 세부 규정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알짜 사업부나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돼 모회사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분할 후 중복상장,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대해서만 '주주보호 노력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기준으로 규율한다.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방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인수하거나 신설한 자회사도 상장을 금지하고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중복상장은 모기업의 가치를 희석시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안긴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재명 대통령도 중복상장에 대해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물적분할을 통해 문어발식 상장을 지속하는 행태는 분명히 근절돼야 한다. 대주주는 지배구조에 전혀 손해를 보지 않고 소액주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다만 경영을 옥죄는 또 하나의 규제로 작동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로봇이 춤추고 물건을 옮기는 동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공장과 가정에서 감당 가능한 가격에 로봇을 자유롭게 들이는 것은 아직 먼 얘기다. 지난 24일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한 피지컬AI시대 토론회에 참석한 산·학 인사들은 제품이 비싸고, 변변한 수요처도 없는 게 국내 로봇산업의 현실임을 토로했다. 수익성이 낮고 충분한 보상을 주지 못해 인력 양성도 안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지난해 세계 로봇시장은 346억2800만달러(약 52조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현대자동차의 연결 기준 매출액 186조원의 3분의1 미만이다. 이마저도 중국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로봇 시장 점유율 상위 1% 안에 국내 기업은 단 하나도 없고, 전망도 밝지 않다는 국책연구원 관계자의 발언은 뼈아프다. 산업계에서는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로봇 활용을 확대해줄 것을 건의했다. 서류배달같은 분야부터 로봇을 투입하면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 공공기관장이 노조에 '입장료'를 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자리로 굳어지고 있다.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예금보험공사에서 잇따른 출근 저지와 그 이후의 '선물 보따리' 합의는 협상이 아니라 사실상의 거래다. 노조가 내부·외부 출신을 가리지 않고 새 수장을 길들이며 전리품을 챙기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강승준 신보 이사장은 취임 전날 노조 요구 60개 중 34개를 수용했다. 워케이션·재택근무·업무량 총량제에 더해 전임 사장 때 무산된 무급휴직까지 한꺼번에 풀어줬다. 장민영 기업은행장은 내부 출신임에도 20일 가까운 출근 저지를 당한 끝에 미지급 수당과 성과급, 주 4. 5일제 검토와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을 약속했다. 김성식 예보 사장도 출근 저지 이후 노동자 경영 참여와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일부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일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은 27일간 출근 저지 끝에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을 약속했고, 2022년 유재훈 전 예보 사장도 유사한 양보로 갈등을 봉합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차량5부제(요일제)가 공공부문부터 의무적으로 시행됐다. 미국이 생산적 대화를 이유로 이란 발전소 공습을 유보했지만 원유 수급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1991년 걸프전 이후 35년만의 일로 민간부문은 자율적 참여가 우선이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의무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일단 전국민의 에너지 절약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승용차 5부제 시행 외에도 한시적 출퇴근 시간 조정, 대중교통 이용하기, 적정 실내온도 준수 등이 대표적인 행동 요령이다. 우리 수입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그 99%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황에서 이란 전쟁의 위기가 고조돼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이번주 내 유화산업 원료인 나프타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발동할 예정이다. 에너지 수요 억제 정책 외에도 세계 8위의 에너지 다소비국으로서 위기에 대한 선대응 시스템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유가 폭등에 따른 경제 위기가 역대 정부가 방치해 온 구조적 문제에서 온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내수 중심이던 중국 공장을 신흥국 대상 '글로벌 수출 허브'로 재정의한 데 이어 파격적 투자로 내수 반등을 도모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수소와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도 현지 기업과 협력을 확대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가속하고 있다. 2016년 180만 대에 달했던 중국 현지 판매량은 사드 사태와 현지 전기차 업체의 공세에 밀려 급감했다. 2025년 기준 현대차·기아 합산 판매량은 21만 1000대에 그쳤다. 이에 기아는 옌청 공장을 수출 거점으로 전환했고, 현대차는 베이징·충칭 공장 폐쇄와 매각을 거친 뒤 베이징자동차와 11억 달러를 공동 투자해 향후 5년간 중국 전용 신차 20종을 출시하기로 했다. 미래 기술 협업도 보다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싱크탱크인 HMG경영연구원은 최근 내부 보고서에서 중국이 자율주행 상업화에서 사실상 세계 선두에 올라섰다며, 제휴와 협력, 아웃소싱을 통해 현대차의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을 제안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빠르면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민생과 경제·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자가 말한 대로 이번 추경은 시급성을 요한다. 전쟁 장기화 전망으로 국내 경제 피해는 현실화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처음으로 1510원선을 돌파했고 코스피시장에선 올들어 여섯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산업계에선 '4월 에너지 위기설'이 나올 정도다. 박 후보자는 위기 상황을 고려해 추경에 공급망 안정을 위한 품목 확보, 석유 비축 경로 다변화 등의 노력을 담겠다고 밝혔다. 피해산업을 지원하고 물류 운송 부담을 고려하겠다고도 했다. 우려할 점은 추경으로 소비를 끌어올리겠다는 대목이다. 박 후보자는 "재정 지출만으로 경기를 완전히 회복시킬 수는 없어 민간 소비 촉진이나 기업 투자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 추경 사업에 청년실업 해소 방안을 넣어야 한다는 주문에 "추경 목적에는 대량실업 대응도 있는 만큼 당연히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총부채 규모가 사상 최초로 6500조원을 돌파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3분기말 기준 정부부채는 1251조원, 가계부채는 2342조원, 기업부채는 2907조원을 기록했다. 1년 사이 정부부채가 9. 8% 증가했고 가계·기업부채는 각각 3. 0%, 3. 6% 늘었다. 이 가운데,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해 4분기말 48. 6%로 1년 만에 5. 0%포인트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122. 8%), 영국(81. 1%), 일본(199. 3%) 등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상승폭이 가팔라졌다. 지난해 정부의 국고채 발행규모는 전년 대비 43% 급증한 226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도 225조7000억원 규모 국고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한국은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도 89. 4%로 캐나다(100. 4%)에 이어 2위다. 이런 가운데, 은행 연체율이 11년 새 최고 수준으로 오르며 가계대출 및 은행 부실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또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대전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지난 20일 불이 나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쳤다. 불은 오후 1시17분쯤 1층에서 발생해 순식간에 2~3층으로 퍼졌다. 자정이 가까워서야 완전히 꺼졌다. 건물이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인 데다 공장 내부에 폭발 위험이 큰 나트륨이 쌓여 있어 진화가 지연됐다. 참사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여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사망자 대부분은 건물 2층에 있는 헬스장에서 발견됐다. 해당 헬스장은 임의로 조성된 공간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소방 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점검을 피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번 화재는 2024년 발생해 23명이 사망한 경기 화성시 리튬배터리 업체 아리셀 화재와 여러모로 유사하다. 아리셀 화재는 리튬이 폭발하며 열폭주 현상을 일으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이번 화재 공장에서 보관했던 나트륨도 리튬과 마찬가지로 물과 반응할 경우 폭발할 위험이 크다. 물이나 일반 소화기로 대응이 불가능하다. 아울러 두 공장 모두 샌드위치 패널 구조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9일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미국에 대한 지지를 표하면서도 정식 정전 합의 전까지는 자위대 파견이 어렵다며 군함 파견요구를 완곡히 거절했다. 중동전쟁 확전과 함께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의 선택도 복잡해졌다. 미·일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중일 등 5개국을 상대로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이후 처음 이뤄진 정상회담으로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다카이치 총리는 파병은 에둘러 피하는 대신,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을 포함한 73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2차 프로젝트와 트럼프에 대한 '칭찬 세례'로 회담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했다. 수입 원유의 93%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일본은 한국보다 한발 앞서 해협 봉쇄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주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등 7개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동참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성명 발표 하루 뒤에야 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