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서 '투자'로 바뀐 퇴직연금…위험 안내는 제자리

'저축'서 '투자'로 바뀐 퇴직연금…위험 안내는 제자리

조철희 기자
2026.09.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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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 퇴직연금 선택지 확대…"상품별 투자위험 정보 정교히 제공돼야"

국채·커버드콜ETF, 퇴직연금 투자시 주의점/그래픽=김지영
국채·커버드콜ETF, 퇴직연금 투자시 주의점/그래픽=김지영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 중심의 '노후 저축'에서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고르는 '노후 투자'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달 개인투자용 국채 10·20년물이 퇴직연금에 처음 들어온 데 이어,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커버드콜 ETF(상장지수펀드)도 일부 상품은 적립금의 70%까지 투자할 수 있다. 퇴직연금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곧 상품의 안전성을 뜻하지는 않는 만큼, 선택권 확대와 함께 상품마다 다른 위험을 가입자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년 국채부터 '높은 위험' ETF까지…넓어진 연금 장바구니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에 달했다. DB(확정급여)형 비중은 낮아지는 반면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확정기여)형과 IRP(개인형퇴직연금)는 빠르게 성장하고, TDF(타깃데이트펀드)·ETF 등 실적배당상품 투자도 늘고 있다.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의 범위도 넓어졌다. 이달부터 개인투자용 국채 10년물과 20년물을 DC형·IRP에서 살 수 있다. 정부가 발행하는 만큼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장기 보유를 전제로 한 상품이다. 중도환매하면 가산금리와 복리 등 장기 보유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장기 보유 부담과 중도환매 시 혜택 축소 등 상품 특성을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충분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

커버드콜 ETF는 성격이 다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콜옵션을 팔아 받은 프리미엄 등을 활용해 분배금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월분배형은 매달 분배금을 지급한다. 주가가 떨어지면 원금손실이 날 수 있고, 급등장에서는 상승수익이 제한될 수 있다.

KB자산운용의 RISE 200위클리커버드콜(12,490원 ▲10 +0.08%)은 투자위험등급이 2등급인 '높은 위험' 상품이다. 투자설명서에는 원금 전액이 보장되지 않고 손실 위험을 투자자가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면 커버드콜 전략 때문에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성과가 크게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상품은 퇴직연금에서 적립금의 70%까지 투자할 수 있다. 이는 상품의 안전성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DC형·IRP의 위험자산 투자한도 안에서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입자가 '퇴직연금에서 살 수 있는 상품'이라는 사실을 '노후자금으로 안전한 상품'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실제 투자위험을 과소평가할 우려가 있다.

금융감독원도 커버드콜을 '소비자 오인 소지가 있는' 펀드 유형으로 분류했다. 목표수익률을 확정수익률로 오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30일부터 새로 출시되는 커버드콜 등 10개 유형의 공모펀드에는 '펀드 핵심위험 표준안'이 적용된다. 원금손실 가능성과 상품별 특수위험을 쉬운 표현과 그래프·도표 등으로 알리도록 했다.

"상품별 위험 충분히 이해돼야…정교한 정보 제공 필요"

퇴직연금 상품별 위험을 제대로 알리는 일이 중요해진 것은 가입자의 책임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DC형과 IRP는 DB형과 달리 가입자가 투자상품을 직접 선택하고, 그 결과가 자신의 퇴직자산에 반영된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퇴직연금 제도에서 금융회사와 상품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있고, 상품을 비교·선택하는 데도 적지 않은 탐색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퇴직연금에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해질수록 가입자가 수익뿐 아니라 원금손실 가능성과 장기 보유 부담, 수익구조 등 상품마다 다른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도 함께 정교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DC 가입자가 투자전략을 직접 선택하는 만큼 상품별 위험과 기대수익, 비용을 쉽게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홍 연구위원은 "선택지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적극적인 선택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복잡한 선택 환경에서는 의사결정을 미루거나 익숙한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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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희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조철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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