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 대화창에서 "삼성전자 10주 사줘"라고 입력하면 주문이 체결된다. 증권사들이 AI(인공지능)를 앞세운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잇따라 내놓으며 플랫폼 차별화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플랫폼 경쟁력이 위탁매매 사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AI 맞춤형 콘텐츠와 투자 정보 분석 등을 주요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일 기존 MTS인 'M스톡'의 이름을 'MAPS'(맵스)로 바꾸고 통합 투자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맵스는 지난 6월 홍콩법인에서 처음 출시된 데 이어 한국 시장에서 두 번째로 공식 출범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맵스를 통해 주식 거래 중심이던 MTS를 고객의 포트폴리오 관리와 투자 의사결정 등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고도화한다. 특히 인수한 가상자산거래소 '디지털엑스(옛 코빗)'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디지털자산 메뉴도 신설했다. 앞으로 가상자산 등 디지털자산 거래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AI를 활용해 개별 고객에게 최적화된 투자 제안까지 제공하는 '에이전틱 자산관리' 서비스를 안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메리츠증권도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AI 기반 신규 플랫폼 'MOUM'(모음)을 지난달 24일 출시했다. 모음은 미국 투자 플랫폼 스톡트윗츠, 글로벌 핀테크 기업 위불의 커뮤니티와 연결돼 있어 해외 투자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투자 계좌 없이도 모음의 콘텐츠를 대부분 이용할 수 있어 사용자 접근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숏폼 형태로 요약한 콘텐츠도 제공한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7일 AI와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규 MTS 서비스 '하나증권V'를 출시했다. AI가 글로벌 증시 시황과 주요 종목 등락 배경 등을 분석·요약해 주는 기능과 사용자별로 적합한 ETF(상장지수펀드)를 추천하는 맞춤형 AI 서비스 'ETF MBTI' 등을 갖췄다.
다올투자증권은 챗GPT와 클로드 등 범용 AI를 자사 MTS 'Fi'(파이)와 연동했다. 고객은 챗GPT나 클로드 대화창에서 증권계좌를 조회하거나 주식을 주문할 수 있다. 고객에게 익숙한 AI 서비스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내년 초 서비스 출시를 앞둔 신생 증권사 넥스트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동영상 콘텐츠 중심의 MTS를 선보일 예정이다. 뉴스나 수치를 단순히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정보가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해주는 AI 투자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영상은 AI가 고객별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초개인화 영상 콘텐츠'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은 MTS 경쟁은 전통 증권사가 아닌 플랫폼 기반의 토스증권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촉발됐다. 토스증권은 MTS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최초 실시간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 커뮤니티 서비스 활성화, 해외 기업 어닝콜(실적발표) 실시간 통역 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위탁매매 고객이 플랫폼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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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이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2021년 초부터 2개 신규 증권사(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가 고객경험을 중시하는 거래플랫폼을 선보이면서 개인투자자를 유지하기 위한 증권사 간 거래플랫폼 강화 경쟁이 본격화됐고, 거래플랫폼 경쟁력이 증권사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라며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거래플랫폼 경쟁력이 높을수록 신규 고객을 효과적으로 유인할 수 있고, 기존 고객의 이탈 가능성을 낮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