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일 대로 꼬인 코인세]③
정치권 이어 이형일 부총리 '유보적' 입장…유예 기대감
업계 "긴장감 여전…과세체계·시스템 정비해 제대로 과세해야"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과세 유예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센 만큼 과세체계와 시스템을 재정비해 제대로 과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지난 6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현행 과세 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28년 4월 제23대 총선이 예정된 만큼 유예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예정대로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되면 내년에 발생한 소득에 대한 세금은 2028년 5월 처음으로 신고·납부하게 된다. 첫 신고·납부에 앞서 총선이 치러지는 만큼 정치권이 2030세대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업계는 기대감 속에서도 신중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야당에 이어 일부 여당 의원도 가상자산 유예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다 이 부총리까지 유보적 입장을 내비치면서 가상자산 유예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며 "다만 아직 확정된 건 아니어서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 8월 말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코인 과세 2년 유예에 관한 청원'은 한 달도 안 돼 5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웹3 리서치·컨설팅 기업 타이거리서치가 지난달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24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현행 가상자산 과세 시행에 반대했다. 20~40대에서는 반대 비율이 75%에 달했다. 다만 응답자의 51%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 충분히 보완되면 과세를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업계가 현행 과세체계의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투자자 피해다.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투자자가 매년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별도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업비트·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했다면 비교적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 여러 곳을 함께 이용한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여러 거래소에 흩어진 거래 정보를 직접 모으고 손익을 계산해 신고해야 하는 구조다.
가상자산 주요 투자자층인 2030세대는 세금 신고·납부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관련 자료를 일일이 취합해 신고해야 하는 만큼 체납자가 대거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신고 절차 탓에 조세 저항도 거세질 수 있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과 달리 손실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아 손실이 나도 이를 보전할 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독자들의 PICK!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와 해외 거래소 이용자 간 과세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국내 거래소 거래는 상대적으로 파악하기 쉽지만 해외 거래소 거래는 세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상태에선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과세가 집중될 수 있다. 과세 부담이 국내 이용자의 해외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과세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며 "과세 분류부터 과세 기준, 인프라 구축, 디지털자산기본법과의 정합성 등을 고려해 제대로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