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통과되면 응급실 떠나겠다"…응급醫 단체, '미수용 방지법'에 반발

"법 통과되면 응급실 떠나겠다"…응급醫 단체, '미수용 방지법'에 반발

홍효진 기자
2026.09.29 16:02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 법사위 통과
응급의학과의사회, 관련 설문조사 발표
현장 의료진 93% "법 개정에 부정적"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열린 '응급의료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올바른 대안 제시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열린 '응급의료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올바른 대안 제시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중증 응급 환자 이송 병원을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하 중앙상황실)과 119구급상황센터(119상황센터)가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법 개정안을 두고, 현장 전문의 90% 이상이 반대하고 있단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응급실 미수용(뺑뺑이)을 방지하겠단 취지로 법안이 마련됐지만 의료계는 "강압적 입법"이라며 거듭 반발하는 분위기다.

29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3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응급의료법 개정안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93%(279명)가 부정적(1~2점)으로 응답했다. 긍정적(4~5점)인 응답은 3%(8명)에 그쳤다.

법안 시행 시 수용 곤란 문제가 나아질 것으로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92%가 부정적으로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정안에 명시된 것처럼 수용이 어려운 상황을 실시간으로 통보하는 것과 관련해선 응답자 96%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수용기관 지정과 의무 수용 규정과 관련해선 92%가 반대 의견을 보였다.

응답자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응급실을 떠날 준비를 하겠다" "일방적 수용 강요는 필수 의료 배후과 인력 이탈까지 가속화할 것" "배후 진료과 인력 충원이 점점 불가능해지는 지방에선 응급실만 (수용을)재촉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등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열린 '응급의료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올바른 대안 제시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열린 '응급의료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올바른 대안 제시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앞서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중증 응급 환자를 이송할 병원이 정해지지 않는 경우 중앙상황실과 119상황센터가 병원을 지정하도록 하고, 병원이 응급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일 경우 중앙상황실에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병원이 환자 수용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를 △시설·장비·인력 등이 부족해 적절한 응급처치를 제공할 수 없는 때 △최종진료 제공 인력이 다른 환자의 최종진료 등을 수행 중인 때 등으로 구체화했다. 의료 행위로 환자가 사상에 이른 경우 형사처벌 감면은 '임의적'(면제할 수 있다) 규정에서 '필요적'(면제한다) 규정으로 개정했다. 119구급대 등이 병원의 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해야 한단 조항은 삭제됐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정당한 사유 기준인)시설·장비·인력 부족을 비롯해 최종 진료 제공 인력이 없다는 상황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수용하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를 '지체 없이' 고지하도록 하는 것도 초 단위를 다투는 현장에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판단하에 이뤄지도록 한다'는 내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용병원 지정에 대해서도 "최종 치료 역량이 없는 상황에서 119가 사전 수용 능력을 확인하지 않고 이송을 결정하고 수용을 강제하면 기존 환자와 이송 환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게 할 것"이라며 "강압적 입법을 즉각 중단하고 법안 조율과 후속 시행규칙 개정 및 응급의료 발전계획 수립 과정에 응급의료진이 참여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5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구급차가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달 5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구급차가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 /사진=뉴스1

반면 환자단체는 이번 개정안이 병원과 응급의료 종사자의 형사책임을 대폭 완화하면서도 환자와 유족의 권리 보호를 위한 장치는 빠졌다고 주장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송 병원으로 지정돼 응급환자를 적극 수용한 병원과 의료진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형사책임을 필요적으로 면제하는 것엔 동의한다"면서도 "모든 응급의료행위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형을 필요적 감면 규정으로 바꾸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사유 없는 응급환자 수용 거부·기피에 대한 사후 검증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의료진에게 강력한 형사책임 특례를 제공하려면 정당한 사유 없는 응급환자 수용 거부와 기피를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책임 규정과 사후 검증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홍효진 기자

머니투데이 홍효진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