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투입된 식약처 관리시스템, 구축 업체 돌연 사업포기
해당 업체 8월 파산선고… 기지급된 선금 3억6800만원 환수 무기한 보류
디지털의료제품 관리 시스템은 9월에야 필수 기능만 '땜질 오픈'
허종식 의원 "철저한 책임 규명과 선금 회수 대책 마련해야"

국민의 '혈세' 3억6800만원이 증발할 위기에 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야심 차게 추진한 '디지털의료제품 전주기 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이 업체의 사업 포기와 파산으로 인해 파행을 겪으면서 선지급한 해당 자금이 반년 넘게 회수되지 않고 있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해 2차 추경을 통해 13억800만원 규모의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발주하고 2025년 11월 A사와 8억55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올해 3월 4일까지 120일이었다.
그러나 A사는 사업 종료를 3주 앞둔 지난 2월11일 사업포기를 통보했다. 식약처가 3월13일 계약을 해제하고 정산한 결과 업체로부터 받은 회수금은 없었다. 결과물은 전혀 없었지만 계약 금액의 43%에 달하는 3억6800만원이 선금으로 지급된 상태였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3월26일 선금 반환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A사는 지난 4월23일 선금을 반환할 수 없다며 국가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식약처는 보증기관인 서울보증보험에 보증금 3억750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소송이 끝날 때까지 지급 심사가 보류되면서 4월 이후 6개월째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게다가 A사가 8월27일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소송마저 중단돼 회수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식약처는 6월8일 잔여 예산 5억3300만원으로 후속 사업자와 다시 계약했다. 이후 6월부터 8월까지 세 차례에 나눠 시스템을 열었고, 지난달 6일 168종 민원 기능 개발을 마쳤다. 총예산의 99%인 12억9500만원이 집행됐지만, 이 가운데 3억6800만원은 파산한 업체에 묶여 있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은 2025년 1월 시행됐다. 이후 지난 8월까지 디지털의료기기로 허가된 제품은 30건, 미허가는 14건이었다. 임상시험계획 승인은 61건이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할 전용 시스템은 법 시행 1년 5개월 만인 올해 6월에야 시작하게 됐고, 그마저도 당초 계획했던 만큼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다.
허 의원은 "부실한 업체 선정과 안일한 대처로 혈세 3억6800만원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고, 법 시행 후 1년 반 동안 행정 공백까지 초래했다"며 "식약처는 계약 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책임 규명과 함께 떼인 선금을 끝까지 회수할 수 있는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