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베이징 한국 학생들과 라켓 맞댄 자오즈민…" 여러분은 양국의 소중한 가교"

"조금 더 세게 쳐볼까요?"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 북경한국국제학교 본관 로비. 탁구공이 네트를 넘자 본관 로비를 가득 메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졌다. 중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 출신 자오즈민이 라켓을 잡은 학생의 자세를 짚어주고 공을 보내자 학생들의 눈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공을 받아내지 못한 학생에게는 "기본 연습을 꾸준히 하면 된다"는 격려가 돌아왔다.
1980년대 탁구스타 자오즈민이 중국에서 생활하는 한국 학생들과 라켓을 맞댔다. 그는 중국 국가대표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여자복식 은메달과 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편 안재형도 같은 대회에서 한국 국가대표로 남자복식 동메달을 따냈다. 한중 수교 전인 1989년 결혼한 두 사람은 국경과 이념을 뛰어넘은 '핑퐁커플'로 한중 양국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아들 안병훈은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골퍼로 활동하고 있다.
자오즈민은 남편과의 첫 만남을 묻는 학생들에게 "1984년 국제대회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는 21세, 남편은 19세였고 첫눈에 반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국적보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했다"며 "남편을 만난 것은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만났을 당시 한국과 중국은 정식 외교관계를 맺기 전이었다. 자오즈민에게도 한국은 낯선 나라였다. 그는 "당시 중국 선수들은 경기를 하러 한국에 올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한국 선수를 처음 만났을 때 예상보다 세련된 모습과 예쁜 운동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자오즈민의 방문은 한국과 중국 양쪽에 뿌리를 둔 한중 가정 학생들에게도 의미가 깊었다. 북경한국국제학교에는 한중 가정 학생이 적지 않다. 변영수 북경한국국제학교 교장은 "중학교 3학년 학생의 40~50%가 한중 가정 자녀"라고 설명했다.

자오즈민은 "내가 결혼했을 때만 해도 아이를 이런 학교에 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여기 학생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한국어와 중국어를 사용하며 두 문화를 배울 수 있으니 매우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아들인 안병훈 선수와도 어릴 때부터 주로 중국어로 대화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가 처음에는 또래보다 말이 조금 늦을 수 있지만 일단 언어를 받아들이면 여러 언어를 빠르게 익힌다"며 "아이의 흡수력은 스펀지와 같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자오즈민은 "여러분은 한국 문화의 뿌리를 간직하는 동시에 중국의 문화와 일상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며 "한중 양국을 연결하는 매우 소중한 가교"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보고 느낀 경험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한국의 문화도 중국 친구들과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 경험을 토대로 한 조언도 이어졌다. 자오즈민은 "재능이 있어도 노력하지 않아 세계 최고가 되지 못한 선수가 있는 반면 재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도 끊임없이 연습해 정상에 오른 선수가 있다"고 말했다. 슬럼프 극복 방법을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는 "운동과 인생에는 파도처럼 오르내림이 있고 지름길은 없다"며 "낮은 곳에 있을수록 자신을 믿고 목표를 세워 계속 연습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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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즈민은 한중 관계가 한때 갈등을 겪은 데 대해서는 "사드 문제 이후 양국 사이에 이견이 생기고 국민 감정도 멀어져 마음이 아팠다"며 "일반 국민은 정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지만 서로 좋아하는 일을 중심으로 교류하는 것은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는 중국이 필요하고 중국에도 한국이 필요하다"며 "두 나라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