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정유사들이 이란 사태 발발 후 미국·일본 대비 저렴한 가격에 주유소에 휘발유를 공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 주유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손잡고 유류세 인하 등의 조치를 모색하고, 원유 수급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15일 국내 정유사들의 주유소 휘발유 최종 공급가는 1765원이었다. 이 가격에는 세전 공급가(원유 도입비용+정제비용) 약 911원(51.6%), 유류세 및 공과금 약 854원(48.4%)이 포함됐다. 여기에 주유소 마진과 유통비용 72원이 더해져 주유소 휘발유 평균판매가격은 약 1837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의 휘발유 최종 공급가는 1274원, 일본은 1503원이었다. 미국의 경우 세전 공급가가 1057원(83%), 일본은 1073원(71.4%)였고 나머지는 세금이었다. 한국의 경우 정유사 공급가격이 가장 저렴했지만, 높은 세금 부담으로 인해 국민들이 비싼 휘발유를 이용한 셈이다.
정유사들은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개시된 이후 선제적으로 공급가격을 낮추는 등의 역할을 했다. 이후에는 정부에서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며 가격 상승을 억제했다. 일본의 경우 휘발유 소매 가격을 리터당 170엔(약 1590원)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했던 것과 차이난다. 미국은 국가 자체가 산유국이라 가격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13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가격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1차 최고가격은 ℓ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이다. 2026.03.13.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3/2026031815453518228_2.jpg)
국내에서도 국민의 주유 부담 완화를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정부 차원의 액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많이 낮춘 상황이고, 주유소 가격의 50% 정도가 세금인 구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이후 글로벌 유가가 약 40% 올라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국면이 지속되고 있기에 정유사들의 노력만으로는 주유소 가격을 잡는 것이 무리가 있는게 사실이다.
원유 수급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호르무즈 해협이 닫힌 이후 원유 확보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유사들이 4~5주치의 원유를 확보해놓는 점을 고려할 때 전쟁 3주차에 접어든 현재 원유 수급 리스크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정부가 UAE(아랍에미리트)로부터 총 2400만 배럴 규모 원유 도입을 발표하기는 했다. 다만 국내 원유 사용량이 하루 약 300만 배럴임을 고려할 때 더 많은 대체 원유 수급처가 필요하다.
정유업계는 이란 사태 발발 이후 미국, 남미, 북해, 아프리카 등으로 원유 도입선을 넓히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다툼이 아직 끝날 기미가 안 보이기에 정부와 정유업계가 '원팀'을 이뤄 원유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할 타이밍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산유국 감산, 선적 차질, 중국의 매입 확대 등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를 확보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기도 했다. 정유사는 정부의 외교력에 기대고, 정부는 정유사가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구매 전략과 설비를 활용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의 선제적 대응만으로는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정부도 에너지 안보 강화와 위기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해 정유사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정책적 지원과 전략적 비축 확대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