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딸기' 싱가포르 찍고, 러시아까지 수출..비결은?

'산청 딸기' 싱가포르 찍고, 러시아까지 수출..비결은?

엄성원 기자
2014.08.28 06:5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내수진작이 경제의 미래다②]외식 세계화가 자국 농업을 살린다

#경남 산청의 딸기 농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농업회사법인 '조이팜'은 요즘 러시아에 한국 딸기를 첫 수출할 기대에 부풀어 있다. 러시아는 싱가포르와 태국, 말레이시아, 홍콩에 이은 조이팜의 다섯 번째 해외 수출국가다. 설립 4년차에 불과한 작은 농업법인이 동남아를 찍고 러시아까지 수출 길을 넓힐 수 있는 것은 CJ그룹의 해외 플랫폼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조이팜과 CJ그룹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산청 지역 딸기 농가들이 CJ그룹 계열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에 딸기를 납품하기로 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CJ프레시웨이와의 계약 재배로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 받은 산청의 농가들은 내친 김에 친환경농법을 활용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프리미엄 딸기를 생산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이 일환으로 만든 조이팜은 지난 4년간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빠른 성과를 일궈냈다. 조이팜에 합류한 농가수가 처음 26개에서 35개로 불어났고, CJ그룹 계열사의 납품처도 뚜레쥬르에서 CJ프레시웨이가 식재료를 공급하는 디저트 브랜드 '설빙'으로 확대됐다. 조이팜은 지난해만 전체 생산량의 60%인 500톤의 딸기를 뜌레쥬르와 설빙에 공급했고, 올해는 이 규모를 710톤으로 40% 이상 늘릴 계획이다.

CJ의 까다로운 납품 심사 통과에 자신감을 얻은 조이팜은 올 연말에는 지방 중소 외식 프랜차이즈에 직접 딸기를 납품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는 대단위 영농 단지조차 성사시키지 못했던 일이다. 한국의 농산물 유통은 물류 체인을 장악한 집하상(도매상)이 사실상 전담하고 있어, 물류체인과의 접점이 없는 농가나 농업법인은 지방 외식업체들과 직거래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조이팜은 그러나 이 물류 문제까지 CJ그룹의 지원으로 해결했다. 조이팜의 딸기를 CJ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CJ대한통운이 전국 물류망을 통해 지방 외식업체에 뿌려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CJ프레시웨이가 다리를 놔서 조이팜과 CJ대한통운의 협력 관계가 구축된 것이다.

조이팜의 수출길도 CJ가 열었다. 조이팜 딸기의 최초 수입업체인 싱가포르 최대 유통업체인 페어프라이스(Fairprice)는 CJ제일제당, CJ프레시웨이 등과 한류 식품사업을 공동으로 벌이고 있었다. 이 때문에 CJ그룹 계열사들이 조이팜 딸기를 페어 프라이스에 자연스럽게 소개하며 조이팜 수출의 물꼬를 텄다. 수출 초기에는 CJ제일제당 싱가포르 지사가 딸기를 납품받아 페어프라이스에 공급하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조이팜이 모든 노하우를 전수받아 직접 페어프라이스로 수출하고 있다.

조이팜의 이런 사례는 소규모 농업법인이 생산, 유통, 물류부터 해외 판로 개척까지 총체적인 인프라를 갖춘 키스톤(핵심)기업과 동반성장을 통해 성공한 대표 사례다. 이부권 조이팜 대표는 "CJ는 우리에게 은인이나 마찬가지"라며 "CJ와 거래하지 않았다면 지방 거래나 해외 수출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키스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태국과 베트남의 사례에서도 대조적으로 입증된다. 태국과 베트남은 모두 음식 세계화에 성공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키스톤 기업의 역할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 수 있다.

태국의 경우 블루엘리펀트와 MK수끼, 마이너푸드그룹 같은 토종 외식기업들이 똠양쿵 같은 태국 음식을 세계화하는데 앞 장 섰고 이 과정에서 태국 농가들도 엄청난 소윽을 올렸다. 이들 키소톤기업이 있었기에 태국은 외국계 거대 프랜차이즈의 공세를 막아내며 해외 지점에 태국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었다.

반면 베트남은 외국 자본에 일찌감치 외식시장이 잠식당해 쌀국수 같은 음식 세계화의 수혜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세계 최대 베트남 쌀국수 체인인 포호아(Pho Hoa)는 사실 미국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대부분의 식재료도 미국 본사에서 공급받고 있다. 또 다른 쌀국수 프랜차이즈 포24(Pho24)도 필리핀계 자본이 소유해 사실상 메뉴만 베트남산일뿐 이곳에 쓰는 모든 재료는 태국 등지에서 들여온 것을 쓴다.

이 결과 태국의 식자재 수출액은 2013년 현재 122억달러로 베트남(20억달러)의 6배를 넘는다. 양국 외식산업 규모는 더욱 격차가 벌어져 △2009년 29억달러 △2011년 35억달러 △2013년 46억달러에 달한다. 키스톤 기업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자국 농산물을 적극 활용하면서 외식산업의 근간이 되는 농업까지 동반성장한 이다.

한국도 태국의 모델로 성장해야 진정한 한류 세계화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CJ푸드빌 외에 CJ그룹의 계열사들은 키스톤 기업과 생산 농가의 상생 협력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식자재 전문기업인 CJ프레시웨이는 올해부터 경북 봉화군 현지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300톤의 고추를 수매하고 이를 CJ제일제당의 '하선정' 김치와 해찬들 '장류' 제품의 주원료로 공급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국산 농산물을 적극 활용해 식품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라며 "지난 2012년 7700억원이던 토종 농산물 구매액을 2015년에는 1조7000억원으로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엄성원 건설부동산부

건설부동산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