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 맞는 히트 K-푸드] 대상 '미원'

1956년생, 고희(70세)의 나이에도 국민조미료 '미원'은 은퇴할 생각이 전혀 없다. MSG(글루탐산나트륨) 유해성 논란으로 겪은 긴 침체기를 극복하고 더 젊어지더니 어느덧 해외 소비자까지 사로잡았다. 매년 연간 3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1세대 K푸드'로서 부엌 찬장 한편을 지키고 있다.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상(18,320원 ▼50 -0.27%)의 미원은 올해 출시 70주년을 맞았다. 1956년 1월31일 출시한 미원은 순수 국내 자본과 기술로 생산한 국내 최초 조미료다.
미원의 출발에는 '입맛의 독립'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국내 조미료 시장은 일본 '아지노모토'가 장악했고 광복 이후 수입이 금지된 뒤에도 밀수될 만큼 수요가 많았다. 고(故)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회장은 국산 조미료의 필요성을 느끼고 1955년 일본으로 건너가 제조 기술을 익혔다.

귀국한 임 창업회장은 자체 제조공법 개발에 매달린 끝에 이듬해 부산 동대신동에 동아화성공업을 세우고 미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솥에 원료를 넣고 직접 불을 때며 제품을 만들어 월 생산량은 5톤(t)에 불과했다. 이후 대량 생산설비를 갖추면서 생산량은 월 150톤까지 늘었다.
미원은 특유의 감칠맛으로 1960~1970년대 한국인의 식탁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1가구 1미원'이라는 말이 생겼고 명절에는 미원 선물세트가 인기 상품으로 팔렸다. 배우 김지미 등 당대 유명 배우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조미료 경쟁은 지금 보면 낯설 정도로 치열했다. CJ제일제당이 경쟁 제품 '미풍'을 내놓고 고급 스웨터를 경품으로 내걸자 미원은 빈 봉지 5장을 가져오면 순금반지로 바꿔주는 행사로 맞불을 놨다. 사은품 경쟁 과열은 사회적 문제로 번지면서 상공부(현 산업통상부)에서 제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평생 잘나갈 것 같았던 미원에 긴 암흑기가 찾아왔다. 1990년대 들어 'MSG는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식품업계가 'MSG 무첨가'를 앞세우면서 미원은 약 20년에 걸친 정체기를 겪었다. 낡고 건강에 좋지 않은 제품이라는 이미지에 갇혀버린 것이다.
반전의 토대는 MSG를 둘러싼 오해가 차츰 걷히면서 마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MSG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국내외에서 재평가가 이뤄졌다. 대상도 미원이 사탕수수를 발효해 만드는 조미료라는 점을 알리며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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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브랜드 쇄신도 동반했다. 2014년 '발효미원'이라는 이름의 대대적인 리뉴얼 상품을 출시했고 패키지에도 주원료인 사탕수수를 강조했다. 최근엔 패션 브랜드 무신사와 티셔츠·양말을 만들고, GS25와 미원맛소금팝콘 등을 제작하며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미원 제품 또한 달라진 생활 방식에 맞춰 변신했다. 2023년 미원의 통상적인 1회 사용량인 0.3g만 한 봉지에 담은 '미니미원'을 출시했다. 소위 말하는 '한 꼬집'의 분량으로 편의성과 휴대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굴곡진 70년을 보낸 미원이 '세기(100년)의 조미료'가 되기 위한 무대는 해외다. 대상은 1973년 미원 인도네시아 법인을 설립하며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 발을 들였고 이후 베트남·중국·미국·유럽까지 영역을 넓혔다. 현재 미원은 세계 80여개국에서 현지 식문화에 맞는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최근 김치·라면 등 완제품을 넘어 소스와 조미료 등 요리 재료로 K푸드의 외연이 넓어지는 점도 미원에는 또 한 번의 도약 기회다. 'K푸드'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해외 시장을 두드렸던 일흔살 미원이 100년 브랜드를 향한 새로운 30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