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죽음
죽음은 늘 우리 곁을 떠돌고 있지만 정작 죽음에 대한 관심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 고령화의 그늘이 질어질수록 우리가 몰랐던 죽음이 늘어가는 이유다. 그 이야기들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기록했다.
죽음은 늘 우리 곁을 떠돌고 있지만 정작 죽음에 대한 관심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 고령화의 그늘이 질어질수록 우리가 몰랐던 죽음이 늘어가는 이유다. 그 이야기들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기록했다.
총 5 건
대규모 감염병 시기에 불거졌던 '화장대란'이 일상화될 조짐을 보인다. 화장시설 부족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서울 등 수도권에선 3일장(葬)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이다. 고령화에 따라 사망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다사(多死)사회' 진입을 앞두고 우려는 더욱 커진다. 머니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화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화장시설의 3일차 화장률은 25.5%다. 3일차 화장은 사망 이후 3일차에 화장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통계 근거는 보건복지부의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이다. 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는 "3일차 화장률을 제외하면 대부분 4일차 화장률"이라고 설명했다. 4명 중 3명은 비자발적 4일장을 하는 셈이다. ━"감염병 상황도 아닌데"…서울 3일차 화장률 급격히 떨어져━ 3일차 화장률 하락은 '화장대란'의 징후다. 각 화장시설은 3일차 화장률이 떨어질 경우 화장로 운영시간을 늘리는 비상대응에 나선다. 3일장을 우선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
지난 5일 찾은 서울시립승화원, 이번 겨울 부쩍 늘어난 부고를 연상케 하듯 주차장은 장례 버스로 가득했다. 주차장을 지나 본관에 들어서니 화장시설이 나왔다. 유족들은 유리창 너머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기에 유리창에 비친 그들의 얼굴에 누군가의 과거 혹은 미래의 슬픔이 담겨있다. 화장은 고인과의 작별을 위한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9월 기준 화장률은 92.5%다. 화장률이 올라가면서 화장장 문턱도 높아졌다. 화장시설은 넘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화장시설 예약이 어려워졌다. 화장시설을 예약하지 못해 3일장(葬)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3일차 화장률이 25.5%까지 떨어졌다. ━"국가적인 화장대란에 접어들었다"━ 3일장은 국민들이 선호하는 장례 기간이다. 단순한 관습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통령령인 건전가정의례준칙은 '장삿날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망한 날로부터 3일이 되는 날로 한다'고 규정한다. 하
어모씨(78)는 노년을 요양병원에서 보냈다. 자녀가 한명 있었지만 왕래는 없었다. 어씨는 평소 "내가 죽더라도 자녀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는 머물던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자치단체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어씨의 자녀에게 전화했다. 그러나 연락은 닿지 않았다. 어씨는 '무연고 사망자'가 됐다. 17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4842명이다. 10년 새 약 4.7배 늘어난 규모다. 올해는 5000명을 넘길 전망이다.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 연고자가 있더라도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경우로 나뉜다. 정부 공식 통계는 없지만, 무연고 사망자 중 상당수는 인수 거부·기피인 경우로 파악된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1102명 중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사망자가 793명(72%)에 이른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관련 비율은 73.6%로 더 올라갔다. 다른 지자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고인을 떠나보내는 화장장에서 흔히 들려오는 흐느낌은 들리지 않았다. 영정과 위패를 들고 운구 행렬을 함께하는 유족도, 찾아온 조문객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5일 오후 1시쯤 찾은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무연고 사망자 박모씨의 화장과 장례식이 한 날 치러졌다. 화장장 반대편 대형 운구버스에서 내리는 유족들의 "아이고"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와 이곳의 적막감과 대비됐다. 운구차에서 박씨의 관이 내려졌다. 화장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유족 대신 서울시립승화원 추모시설운영팀 관계자 2명이 힘겹게 관을 끌고 3번 화장로 앞으로 향했다. 곧 반대편 유리창 앞에서 박씨의 관이 들어가는 장면을 현장에 있던 관계자와 예닐곱의 자원봉사자만 지켜봤다. 이들은 화장이 시작되고 유리문 덮개가 내려오자 두 손을 모으고 잠시 고개 숙여 그를 배웅했다. 서울시립승화원 2층에 마련된 3평 남짓한 공간, 무연고자 공영장례 빈소 '그리다'에는 위패 3개가 함께 모셔졌다. 박씨 외에도 이날 화장과 장례를 치른
지난해 11월 찾은 대전의 정수원. 화장장인 이곳의 주차장은 차량을 돌리기 힘들 정도로 북적였다. 이날 예정된 화장은 총 31건이었다. 제각각의 사연을 가진 죽음들이 마지막 길로 향하고 있었다. 고인(故人)의 관은 화장 순서에 맞춰 리무진 차량을 통해 정수원으로 들어왔다. 유족들의 슬픔 속에 치러지는, 낯설지 않은 장례 풍경이다. 수많은 리무진 차량 행렬 속에서 승합차 한 대가 화장장 입구에 정차했다. 곧이어 A씨(83)의 관이 내려졌지만 이를 맞이하는 유족은 없었다. A씨는 생의 마지막을 요양원에서 보냈다. 평소 가족과 인연이 끊긴 상태였다. A씨의 자녀에게 사망 소식을 알렸지만, 연락은 닿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무연고 사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쓸쓸한 죽음이었지만 마지막 가는 길이 마냥 외롭진 않았다. 정수원 주차장에 대기하고 서있던 '별빛버스' 때문이다. 이 버스는 온전히 A씨를 추모하기 위해 대전으로 내려왔다. 별빛버스는 보건복지부가 2022년 9월 도입한 무연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