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죽음]④서울시립승화원의 무연고 사망자 빈소 '그리다' 가봤더니

고인을 떠나보내는 화장장에서 흔히 들려오는 흐느낌은 들리지 않았다. 영정과 위패를 들고 운구 행렬을 함께하는 유족도, 찾아온 조문객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5일 오후 1시쯤 찾은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무연고 사망자 박모씨의 화장과 장례식이 한 날 치러졌다. 화장장 반대편 대형 운구버스에서 내리는 유족들의 "아이고"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와 이곳의 적막감과 대비됐다.
운구차에서 박씨의 관이 내려졌다. 화장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유족 대신 서울시립승화원 추모시설운영팀 관계자 2명이 힘겹게 관을 끌고 3번 화장로 앞으로 향했다. 곧 반대편 유리창 앞에서 박씨의 관이 들어가는 장면을 현장에 있던 관계자와 예닐곱의 자원봉사자만 지켜봤다. 이들은 화장이 시작되고 유리문 덮개가 내려오자 두 손을 모으고 잠시 고개 숙여 그를 배웅했다.
서울시립승화원 2층에 마련된 3평 남짓한 공간, 무연고자 공영장례 빈소 '그리다'에는 위패 3개가 함께 모셔졌다. 박씨 외에도 이날 화장과 장례를 치른 조모씨, 문모씨를 함께 기리기 위해서다. 빈소 제단 위에 사과와 배, 대추 등 몇 가지 과일이 올려져 있었다. 유족들이 화장을 기다리는 대기실로만 이뤄진 2층은 보통 유족과 지인들 소리로 가득하지만, 그 틈 한 쪽에 마련된 빈소는 찾아오는 조문객 없이 고요했다.
이날 치러진 합동장례식에는 가족 대신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 비영리단체 '나눔과 나눔' 관계자와 종교단체 자원봉사자 등이 자리했다. 30분 남짓의 장례 과정은 약식이었지만 소홀하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고인의 신상을 읊고 술을 따랐다. 2시간여 동안 화장 절차가 진행되는 중에는 종교단체에서 온 이들이 기도문을 외우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치르는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의 대상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사망자 혹은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한 사망자가 해당된다. 구청에서 이같이 사망자를 파악한 뒤 공문을 보내면 서울시립승화원에서는 무연고자 공영 장례를 치른다. 서울시립승화원 관계자는 "공영장례를 치르는 무연고 사망자 중 70% 정도는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라고 말했다.
화장이 끝나면 뼛조각으로 변한 유골을 가루로 만드는 분골 작업을 거친다. 유골을 매장하거나 봉안하면 모든 절차가 끝나는데, 박씨와 문씨의 가족은 시신 인수를 거부해 화장한 유골을 가루로 만들어 다른 유골들과 함께 산골(散骨)하는 것을 택했다. 혈육이 없는 조씨같은 무연고자는 화장한 후 유골을 추모의집에 5년간 봉안한 후 아무도 찾지 않으면 산골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망 인구가 늘어나는 것보다 무연고자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이 늘고 있다"며 "삶의 마지막에서라도 존중받으며 떠날 수 있도록 최대한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