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쩐'의 전쟁
결혼은 현실이다. 이혼도 현실이다. 살아온 정(情)보다 '돈'이 앞선다. 사랑해도 빚 때문에 갈라서고, 이혼하고 싶어도 집 때문에 같이 산다. 자식 때문에 이혼 못하고, 이혼 해도 자식이 어깨를 짓누른다. 부부가 번 돈보다 부모들이 물려준 돈이 더 중요한 요즘. 이혼을 통해 달라진 세태를 들여다 본다.
결혼은 현실이다. 이혼도 현실이다. 살아온 정(情)보다 '돈'이 앞선다. 사랑해도 빚 때문에 갈라서고, 이혼하고 싶어도 집 때문에 같이 산다. 자식 때문에 이혼 못하고, 이혼 해도 자식이 어깨를 짓누른다. 부부가 번 돈보다 부모들이 물려준 돈이 더 중요한 요즘. 이혼을 통해 달라진 세태를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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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줄고 있다. 반길 일이 아니다. 부부 금슬이 좋아져서라면 다행이겠지만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자녀들의 늦은 취업과 결혼이 부모의 이혼을 막고 있다. ‘캥거루 자녀’를 부양하는 부담 탓에 따로 살지 못하고, 자녀 결혼 전까지 갈라서지도 못한다. 이혼을 안 하는 게 못 한다는 얘기다. ◇서울 협의이혼 10년새 43% 급감 9일 법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은 1만1500건에서 7500건으로 35% 줄었다. 부부 동의 아래 이뤄지는 협의이혼은 무려 43%나 급감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이혼사건이 크게 줄면서 4개 합의 재판부 중 하나를 없애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뿐이 아니다. ‘2017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국 시·군·읍·면 이혼(이혼소송·협의이혼 포함) 접수건수는 2007년 12만4225건에서 2016년 10만8853건으로 12.4% 감소했다. 건수만이 아니라 이혼율 자체도 떨어지고 있다. 기혼
집값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걸까? 집값이 안 오를 땐 이혼도 안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반대로 집값이 크게 오를 땐 이혼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떨어지면 가정불화로 인해 이혼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통설이었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최석준 서울시립대 교수와 채수복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전세 및 매매가격 변동이 이혼율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에 따르면 집값 상승률과 이혼율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1997~2014년 주택 실질매매가격 변동률과 이혼율 간의 결정계수(R²)는 0.93으로 나타났다. 결정계수는 두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상관계수의 제곱으로,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높다는 뜻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2008년 3.1%에서 2011년 6.9%로 고점으로 찍은 뒤 안정세로 접어들어 지난해엔 1.2%로 둔화됐다. 한편 배우자가 있는 인구 1000명
#주부 김모씨(55)는 10년간 이어진 남편의 폭언과 알코올 중독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집을 나왔다. 친척 집에 얹혀살며 이혼을 준비 중이지만 막막하기만 하다. 신용불량자였던 남편이 김씨 이름으로 빌린 빚 1억원 때문이다. 남편이 조금씩 갚고 있지만 이혼 후에는 김씨 혼자 부담할까봐 걱정이 앞선다. 유일한 재산인 부부 명의의 집을 팔고 싶어도 이혼을 원치 않는 남편이 거부하고 있다. 이대로 이혼했다간 집도 없이 빚만 떠 앉게 될 상황이다. #건설업을 하던 박모씨(45)와 부인 최모씨(43)는 지난해 9월 원치 않는 이혼을 했다. 박씨가 사업을 하면서 빚 4억5000만원을 진 탓에 전 재산이 압류될 위기에 처해서다. 박씨는 남은 재산을 모두 최씨 명의로 돌려놓고 이혼 도장을 찍은 후 파산신청을 했다. 부부는 위장이혼 의심을 막기 위해 실제로 따로 살아야 했다. 이혼과 돈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이혼을 원하지만 돈 때문에 못 하거나, 원치 않지만 돈 때문에 이혼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
“자신이 버는 돈보다 부모로부터 받는 상속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저서 ‘21세기 자본론’에서 이 같은 역사적 경향을 비판했다. 유사 이래 처음으로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못 사는 시대가 온다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신의 소득보다 부모의 재산이 더욱 중요한 게 현실이다. 이는 이혼 트랜드의 변화로 이어졌다. 과거엔 이혼할 때 부부가 스스로 모은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가 관건이었다. 요즘엔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각각 얼마나 가져갈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결혼할 때 부모로부터 많은 돈을 증여받은 쪽에서 이혼 재산분할 때 그만큼의 몫을 요구하면서다. 가사 전문 조혜정 변호사(조혜정법률사무소)는 “예전엔 수십억 재산을 가진 30~40대가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부모가 미리 재산을 증여하면서 거액을 물려 받은 금수저가 많다”며 “이들이 이혼을 할 땐 증여 재산을 나눌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고 말했다. 비단 ‘금수저’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집값과 전셋
# 40대 여성 A씨는 남편의 지속적인 외도와 경제적인 무능력으로 이혼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자녀를 데려왔다. 전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받기로 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수개월 아무 소식 없다가 겨우 월 30만원을 주는 일이 반복됐다. 나중엔 연락도 닿지 않았다. A씨는 식당에 취업했다. 월 120만원을 받았다. 두 자녀를 키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결국 노래방 도우미로 나섰다. #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50대 여성 B씨는 이혼하면서 전체 재산의 80%를 가져왔다. 부동산을 포함해 약 7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 성인이 된 두 자녀가 변수였다. 대학원 진학과 유학 등으로 계속 목돈이 필요했다. 재산분할로 받은 여윳돈 대부분을 자녀 학비에 사용했다. 자녀들은 아버지와 인연을 끊어 따로 학비를 받아낼 수도 없었다. 결국 B씨는 마지막 남은 집까지 팔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전 남편은 달랐다. 전문직이라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바람 핀 여성과 재혼까지 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