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캠핑장
팬데믹 이후 끌어올랐던 '캠핑 붐'이 사그러들고 있다. 해외여행과 실내 활동이 제한됐던 당시 캠핑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대안'이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일시적으로 유입됐던 수요가 빠져나가는사이 우후죽순 생겨난 캠핑장들이 위기에 빠졌다. 줄폐업 위기 속 캠핑장이 어떤 선택지에 놓여 있는지, 이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와 정책적 과제를 짚어봤다.
팬데믹 이후 끌어올랐던 '캠핑 붐'이 사그러들고 있다. 해외여행과 실내 활동이 제한됐던 당시 캠핑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대안'이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일시적으로 유입됐던 수요가 빠져나가는사이 우후죽순 생겨난 캠핑장들이 위기에 빠졌다. 줄폐업 위기 속 캠핑장이 어떤 선택지에 놓여 있는지, 이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와 정책적 과제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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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반 토막 났어요. " 입춘을 넘긴 지난 5일 충남 천안의 한 캠핑장. 업주 도모씨는 예약 현황을 확인하다 한숨부터 내쉬었다. 도씨는 "2~3년 전만 해도 며칠씩 머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1박 손님조차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낮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돌며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캠핑장을 찾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도씨는 캠핑 붐이 일던 2022년 캠핑장을 열었다. 산지에 조성한 캠핑장으로 초기 투자 비용만 40억원을 들였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하나하나 직접 챙긴 덕분인지 개장 이후 분위기는 빠르게 달아올랐다. 주말 예약은 두 달 전부터 마감되기 일쑤였고 성수기에는 평일에도 사이트(텐트 설치 장소)가 비는 일이 드물었다.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도씨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캠핑장을 찾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호황 속에 급증했던 캠핑장은 '공급 과잉'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도씨는 "2023년부터 천안 일대에 캠핑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며 "체감상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 2023년 캠핑을 시작한 30대 안모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캠핑을 즐기던 '나홀로 캠핑족'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캠핑을 끊었다. 캠핑장 이용 요금이 배로 뛰어서다. 1박에 3만~4만원이던 가격은 최근 7만~8만원대로 올랐다고 했다. 안씨는 "이 값이면 다른 숙소를 알아보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사진으로는 좋아 보여도 막상 가보면 위생이나 청결 상태가 열악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 봄·가을이면 2주에 한 번씩 가족과 캠핑을 즐기는 박예은씨(45)는 늘어난 비용을 체감했다. 2~3년 전만 해도 4인 가족이 식비와 주유비를 포함해 캠핑 2박을 약 30만원에 다녀올 수 있었는데 요즘은 40만원까지 든다. 박씨는 "가격이 오른 만큼 시설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며 "더 비싸지면 캠핑 횟수를 줄일 것 같다"고 했다. 캠핑족들이 캠핑장에서 떠난다. 가격은 올랐지만 시설과 서비스는 개선되지 않아 코로나19(COVID-19) 시기 유입된 이용객을 붙잡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이용자 수는 2019년 398만명에서 2023년 634만명으로 4년 새 60%가량 증가했다.
캠핑 열기가 식고 있다. 폐업이 늘고 부지는 급매물로 나온다. 캠핑 용품은 중고 시장에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산업 붕괴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팬데믹 시기 형성된 수요와 공급이 재조정되는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1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2~2025년 폐업한 캠핑장은 △2022년 75개 △2023년 49개 △2024년 55개 △2025년 60개 등으로 꾸준하다. 반면 개업수는 △2022년 547개 △2023년 502개 △2024년 452개 △2025년 367개로 급속히 줄고 있다. 폐업은 꾸준한데 개업이 급감하면서 부동산 매물 사이트엔 '급매', '가격 인하', '초저렴' 등 문구가 붙은 캠핑장 매물이 쌓이고 있다. 한 캠핑장 중개업자는 "최근 5년 전과 비교하면 급매로 내놓는 사례가 늘었다"며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처분하려는 업자들은 많은데 매수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어 거래가 성사되진 않는다"고 했다. 전체 캠핑 소비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2023년 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가 이듬해 11.
코로나19 기간 급성장했던 캠핑 시장이 엔데믹 이후 뚜렷한 하락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캠핑 수요 둔화는 용품 판매 감소를 넘어 캠핑카, 유통 채널, 해외 브랜드 운영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업계는 최근 캠핑 시장이 코로나19 기간 급증했던 수요의 기저효과가 나타나면서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주요 캠핑·아웃도어 업체들의 실적은 최근 1~2년 사이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헬리녹스는 코로나 특수가 정점을 찍었던 2022년 매출 769억원에서 2023년 785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2024년에는 42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2022년 249억원에서 2024년 149억원으로 감소했다. 코베아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2021년 457억원까지 확대됐던 매출은 2024년 202억원으로 축소됐고, 영업이익도 130억원에서 42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캠핑 시장 성장 둔화가 주요 업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실적 하락은 수요 정체와 소비 채널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가 주말을 끼면 예약 경쟁률이 높은데 오늘은 운이 좋았어요. "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랑가족캠핑장에서 만난 정상문씨(51)는 "평소 2~3개월에 한 번씩 캠핑을 즐긴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온 그는 "최근 캠핑 물가가 오르고 경제도 안 좋아지면서 캠핑 횟수가 줄었다"면서도 "(여기는) 가격과 시설이 좋아 계속 오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8도까지 내려갔지만 예약 명단에는 정씨 가족을 포함해 총 12팀이 올라 있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중랑가족캠핑장 등 서울 내 공공캠핑장의 1년 평균 가동률(전체 캠핑장 면수 기준)은 50% 이상이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한 2024년 수도권 캠핑장 1년 평균 가동률(40%)을 웃돈다. 특히 중랑가족캠핑장의 경우 가장 성수기인 가을철 주말 가동률이 95%에 이른다. 수도권 캠핑장의 2024년 가을철 주말 가동률은 79%였다. 캠핑 열기가 전반적으로 식어가고 있지만 수도권 공공캠핑장은 예외다. 캠핑 경력 6년의 50대 A씨도 "주 1회 캠핑을 즐기는데 공공캠핑장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최근에는 '1박 캠핑'은 주로 수도권을 가고, 2박 이상이어야 강원도 등을 찾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