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테마파크
한국 테마파크 산업이 전환점에 섰다. 1976년 에버랜드의 전신 '자연농원' 개장 이후 50년 동안 성장해왔지만 최근 글로벌 경쟁에서 존재감이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테마파크가 강력한 IP와 몰입형 콘텐츠로 진화하는 사이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어트랙션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테마파크 산업의 위기와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한국 테마파크 산업이 전환점에 섰다. 1976년 에버랜드의 전신 '자연농원' 개장 이후 50년 동안 성장해왔지만 최근 글로벌 경쟁에서 존재감이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테마파크가 강력한 IP와 몰입형 콘텐츠로 진화하는 사이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어트랙션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테마파크 산업의 위기와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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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올랜도, 일본 오사카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테마파크와 같습니다. 디즈니월드를 방문하기 위해 도시를 찾는 외국인도 많죠. "(국내 테마파크 관계자) 국내 테마파크의 오랜 고질병은 '비용'과 '면적'이라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어트랙션을 설치할 면적은 부족한데 설치·관리 비용은 높으니 시설 투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 국민의 이용 수요도 점차 감소하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테마파크의 영업 실적 부진이 지속된다. 에버랜드를 관리하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71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0억원 감소했으며 서울랜드는 5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경주월드의 매출은 8% 성장한 448억원이지만 순이익은 30억원으로 6. 9% 감소했다. IP를 활용한 대형 콘텐츠를 선보인 롯데월드만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익이 모두 성장했다. 테마파크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 저하와 핵심 소비자의 해외 이탈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때 세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국내 테마파크가 이제는 20위권으로 밀려났다. 한국 테마파크 산업이 50년 역사를 맞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테마파크들이 거대 IP(지식재산권)와 체류형 콘텐츠를 앞세워 몸집을 키우는 사이 국내 업체들은 성장 정체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6일 TEA(세계테마파크엔터테인먼트협회)의 글로벌 익스피리언스 인덱스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2006~2010년 세계 테마파크 방문객 순위 10위를 유지했다. 당시 연간 방문객은 617만~750만명 수준이었다. 2006년에는 750만명이 찾으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순위는 꾸준히 하락했다. 에버랜드는 2011년 12위로 내려앉은 뒤 2018년 19위까지 밀렸고, 2024년 기준 세계 20위를 기록했다. 2024년 방문객 수는 560만명으로 2006년과 비교하면 약 190만명 감소했다. 롯데월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10년 세계 14위까지 올랐던 롯데월드는 이후 순위가 하락하며 2023년 23위로 밀려났다.
국내 테마파크가 글로벌 순위에서 하락한 배경으로는 산업 구조 변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대형 롤러코스터와 신규 놀이기구가 경쟁력을 좌우했지만, 현재 글로벌 시장은 IP(지식재산권)와 체류형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6일 "이미 수년 전부터 (한국 테크파크들의) 어트랙션 중심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뼈아픈 현실을 인정했다. 과거에는 더 높고 빠른 롤러코스터를 만드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얼마나 강력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얼마나 많은 팬을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목소리다. 단순 놀이기구는 한 번 경험하면 수요가 줄어들지만 영화·게임·캐릭터 IP는 반복 방문과 추가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는 디즈니와 유니버설이다. 디즈니는 마블·스타워즈·겨울왕국 등 영화 IP를 활용해 테마파크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했다. 유니버설 역시 해리포터와 닌텐도 IP를 활용해 방문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테마파크 시장은 이들 IP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테마파크 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경쟁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디즈니나 유니버설과의 경쟁 이전에 소비자들의 여가 생활 자체가 달라지고 있어서다. 과거 놀이공원은 가족 나들이의 대표 장소였다. 1980~1990년대만 해도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는 주말이면 긴 입장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게임, 복합쇼핑몰, 전시·공연 등 대체 여가가 늘어나면서 놀이공원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변화는 콘텐츠 소비 방식이다. 과거에는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처럼 외부 활동이 주요 여가였다면 이제는 스마트폰과 TV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서비스 이용률은 2016년 35%에서 2025년 81. 8%로 9년 새 46. 8%포인트 증가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시간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게임 역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다른 국가에 비해 규모·시설 면에서 열세인 국내 테마파크의 돌파구는 IP(지식재산권)가 꼽힌다. 국내외 고정 팬층을 보유한 인기 IP를 활용해 특색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테마파크들은 최근 IP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월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IP로 꼽히는 '포켓몬'과 최초로 협업해 다양한 어트랙션을 선보였다. 입소문을 타며 1주 만에 유튜브·SNS(소셜미디어) 조회수 300만건을 넘겼다. 지난 4월에는 '국민게임'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공간을 선보였다. 첫 주말 외국인 관람객이 14% 늘 정도로 인기가 많다. 연내 전 세계 최초로 몬스터버스 유니버스를 활용한 '콩X고질라' 어트랙션도 공개한다. 역대급 규모의 투자비가 투입된다. 자체 캐릭터인 '로티'와 '로리'를 활용한 IP 확장도 추진 중이다.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며 인기를 얻어 글로벌 채널 구독자 450만여명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