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쌀, AI의 뼈
업황 침체로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석유화학·철강업계가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며 반전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제조업의 근간을 지켜온 두 산업의 달라질 미래를 들여다봤다.
업황 침체로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석유화학·철강업계가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며 반전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제조업의 근간을 지켜온 두 산업의 달라질 미래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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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화학 산업에도 AI(인공지능) 시대가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되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가전과 자동차 관련 소재 수요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과 AI 데이터센터 관련 프로젝트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휴머노이드가 양산 단계에 접어들면서 소재의 경량화와 대량 생산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는 고기능 소재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AI 시대 새로운 먹거리로 휴머노이드를 낙점했다. 양산의 핵심 과제인 경량화와 대량 생산의 해법으로 '금속의 플라스틱 전환'을 제시했다. 복잡한 형상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플라스틱 사출 기술과 자동차 부품의 금속 대체 과정에서 축적한 소재·설계·양산 노하우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산업용 로봇 프로젝트에서 확보한 소음·진동 저감 기술도 접목해 로봇 외장과 프레임 등 구조 소재 시장를 공략 중이다. AI 반도체도 핵심 공략 분야다. LG화학은 감광성 절연재(PID)와 칩 접착 필름(DAF), AI 반도체 패키지용 동박적층판(CCL) 등 첨단 패키징 소재를 중심으로 전자소재사업을 2030년까지 매출 2조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AI(인공지능) 산업의 급성장은 국내 철강업계에도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철강사들은 앞다퉈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AI 인프라용 강재 패키지를 구성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6일부터 '미래수요개발실' 운영을 시작했다. 이 조직은 기존 신강재 연구 및 판매 조직 등을 묶어 AX(AI 전환) 관련 강재 사업과 관련한 업무를 맡게 된다. 구체적으로 △데이터센터 △송배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 △휴머노이드 등 5개 분야를 확정했다. 대표 제품으로는 변압기용 방향성 전기강판(GO), 송전탑용 특화강, 배터리케이스·팩·랙용 특화강, 엑츄에이터용 NO(무방향성전기강판), 고강도 내진 구조재, 트레이·서버랙용 PosMAC, 압력용기용 후판, 고온용 STS(스테인리스) 등이 꼽힌다. 신규 수요는 글로벌 IT(정보통신)기업와 공조업체, 가전업체 등과 협업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데이터센터 냉각수 탱크, 반도체 공장용 특화강 등 고객 맞춤형 제품 개발을 추진한다.
"사이클은 없다. " 최근 석유화학 및 철강업계에 만연된 인식이다. 과거 수 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을 오가던 법칙이 깨졌다는 것이다. 중국의 과잉 공급과 수요 침체라는 구조가 만든 공통 변화다. 중국 기업들은 값싼 가격에 괜찮은 품질의 석유화학 및 철강 제품을 찍어낸지 오래다. 건설업과 같은 주요 전방 산업 역시 국가 성장기의 업황을 보이기 힘든 상황이다. 상승세를 다시 탄다 해도 마진을 고려할 때 상당 물량을 '중국제'를 쓸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는 단기간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 지난해 철강 산업의 과잉 생산 규모를 6억4000만톤으로 추정했는데, 2028년에는 이 규모가 7억4500만톤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2028년까지 글로벌 차원에서 에틸렌 약 2800만톤, 프로필렌 약 1800만톤 규모의 신규 증설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공급과잉의 진원지에는 모두 중국이 있는 셈이다. 석유화학과 철강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사실상 '산업의 쌀'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그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철강·석유화학이 AI(인공지능)의 뼈대를 만드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오랜 불황의 터널을 탈출하기 위한 키워드로 AI가 급부상하는 중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AI 기반 시설용 형강 제품 '디-메가빔(D-Mega Beam)' 주문량은 올해 연간 생산능력을 넘어섰다. AI 인프라 건설이 늘면서 디-메가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영향이다. 현재 신규 주문은 최소 2~3개월에서 늦으면 내년 납품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메가빔은 후판을 용접해 제작하는 초대형 형강이다. 서버랙과 배터리, 냉각설비 등 고하중 설비를 지탱해야 하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반도체 공장과 첨단 물류센터 등에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윤노 동국제강 형강영업담당 이사는 "기존 H형강과 디-메가빔을 패키지 형태로 공급하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생산기지의 건설사에 디-메가빔 제안을 진행하고 있고, 해외기업의 국내 진출에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철강업계가 AI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