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실패 보고서
마이더스 손으로 불리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2019년은 참담한 한해였다. 우버, 위워크 등 그가 점찍은 기업들마다 가치가 고꾸라지면서다. 소프트뱅크의 3분기 실적은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을 정도다. 비전이 있으면 돈은 따라온다는 손정의의 자신감은 2020년에 여전히 유효할까.
마이더스 손으로 불리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2019년은 참담한 한해였다. 우버, 위워크 등 그가 점찍은 기업들마다 가치가 고꾸라지면서다. 소프트뱅크의 3분기 실적은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을 정도다. 비전이 있으면 돈은 따라온다는 손정의의 자신감은 2020년에 여전히 유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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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회계연도 2분기(7~9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7001억엔(약 7조418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손정의 회장이 1981년 9월 회사를 세운 이후 최악의 실적이었다. 지난해 11월6일 실적 발표를 위해 도쿄에서 기자간담회 무대에 오른 손 회장도 "마치 태풍이 분 것 같다. 너덜너덜해졌다"며 부진한 성적을 반성했다. 하지만 당시 손 회장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에는 웃음기가 감돌았다. 그는 "위축되지 않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투자부문 빼면 안정적 이익━ 소프트뱅크그룹은 투자 부문을 제외하면 여전히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주요 사업은 이동통신과 인터넷 서비스로 이익을 매우 안정적으로 창출한다. 손 회장 자신감의 원천이다. 주요 계열사는 일본과 미국의 이동통신회사 소프트뱅크와 스프린트가 있다. 소프트뱅크그룹 지주회사가 최대주주인 Z홀딩스는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를 지배한다. 야후는 곧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투자의 귀재'로 불렸던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에게 지난해는 특히 시린 한 해였다. 소프트뱅크가 이끄는 비전펀드의 주요 투자처가 실패하거나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대규모 적자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3분기(7~9월) 실적발표에서 소프트뱅크그룹은 최종수익이 7001억엔(약 7조4200억원) 적자를 기록, 14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비전펀드에서 9702억엔(10조2800억원)의 적자를 본 탓이다. 물론 휴대전화와 통신업 등에서의 성적은 양호해 비전펀드의 손실을 일부 보전하긴 했다. 나쁜 투자 성적에 큰 영향을 준 것은 하반기 기대주로 꼽혔던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의 기업공개(IPO) 무산이다. 지난해 초반 사모 시장에서 470억달러로 평가된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수익성 등에 대한 회의감이 일며 80억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비전펀드가 위워크에 투자한 돈은 최소 225억달러(26조원)이다. 지난해 5월 상장한 차량공유업체 우버 역시 마찬가지다. 우버
우버, 위워크 등 투자 실패로 위기에 직면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업계에선 예외다. IT(정보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다방면 투자를 단행하면서 벤처투자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선제적 지분 확보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투자 수익을 창출하면서 창업자들이 선망하는 벤처투자사로 자리잡았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 주체는 소프트뱅크벤처스다. 2000년 설립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소프트뱅크의 한국 계열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의 완전 자회사로, 그룹 내 유일한 초기 스타트업 투자사다. 비전펀드의 쿠팡 투자를 제외한 국내 투자 사례 대부분이 소프트뱅크벤처스를 통해 이뤄졌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미래를 선도할 기술 기업에 투자하라'는 손 회장의 투자 철학을 충실히 실행했다. 넥슨, 선데이토즈, VCNC, 코빗, 헬로네이처 등이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대표적인 투자 사례다. 이들 기업은 상장과 매각을 통해 상당한 투자수익을 안겼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전자상거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투자실패 사례가 최근 이어진 가운데, 그의 투자방식이 스타트업에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손 회장의 전략은 무조건 '더 크게' 아니면 집에 가라는 식"이라고 전했다. 손 회장이 느리지만 안정적인 성장보다 공격적인 사업 확대를 요구하고, 이렇게 기업가치를 부풀려 이익 내는 방식을 고집했다는 것이다. 투자를 받은 많은 기업들이 비전펀드의 요구대로 공격적으로 확장했다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기도 했다. 미국 부동산업체 콤파스는 2017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를 지원받은 후 1년 만에 체인 수를 4배나 늘렸다. 그러나 정작 이를 통합·관리할 시스템이 없어 이익은 줄고 폐업, 해고가 잇따랐다. 시카고의 한 부동산은 콤파스와 계약하기 전보다 연수익이 20분의 1로 감소했다. 인도 호텔체인 '오요'도 빠르게 사업을 확장했다가 치솟는 공실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지
"비전이 있으면 돈은 나중에 따라온다" 자신의 투자처에서 최근 잇따라 잡음이 나고 있지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본인의 투자 판단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지난달 6일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에서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과 만난 그는 "젊고, 크레이지하며 멋진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가를 발굴해 그 기업가가 세계를 바꾸는 일을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일이 즐거울 때는 지적인 자극을 받을 때"라고도 했다. 손 회장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수차례 '기업가는 무언가에 미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이야말로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고 사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말과 행동이 엉망이더라도 무언가를 처음으로 시도하려면 '상식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가에 중요한 것은 위대한 비전과 열정을 가지고 팀을 만드는 것이며 돈은 나중에 따라온다"고 말한다. 손 회장이 투자 과정에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소
"우리는 쿠팡이 e커머스를 더욱 혁신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5년 쿠팡에 10억달러(약 1조1603억원)를 투자하면서 한 말이다. 손 회장의 통 큰 투자를 두고 당시 e커머스 업계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무모한 투자였다는 평가도 적지않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는 45조원으로 이웃나라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이른바 소셜커머스가 새롭게 e커머스 시장을 진입했지만, 이베이코리아, 인터파크, 11번가 등 오픈마켓의 기세에 눌려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손정의 회장이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한 건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한 쿠팡의 혁신적인 배송시스템에 매료돼서다. 당일 주문하면 이튿날 도착하는 신속한 배송시스템과 전국 단위 물류센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배송 경로 최적화 기술 등이 그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렇게 10억달러는 로켓배송을 쏘아올린 '연료'역할을 했다. 손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00년 중국으로 날아가 무명의 창업가 마윈을 만났다. 손 회장은 단 5분만 대화하고 알리바바 투자를 결정했다. 그런가 하면 2005년엔 애플 CEO(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를 만나 있지도 않는 제품을 놓고 담판을 벌였다. 손 회장은 한장짜리 그림을 건네며 아이팟과 휴대폰을 합친 제품을 제안했다. 이를 본 잡스가 "이미 구상하는 게 있다"고 말하자 손 회장은 "그럼 출시하면 독점 판매권을 달라"고 했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이동통신사 사업권조차 없었을 때였지만, 2008년 아이폰을 독점 출시하면서 일본 통신업계 1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마윈과 잡스 두 사람은 모두 손 회장에게 "미쳤다"라는 말을 했다. 이런 '미친 투자 감각'을 가진 손 회장은 2017년 1000억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출범하면서 전세계 최고의 IT(정보기술) 투자 큰손이 됐다. 올해초까지만 해도 수십억 달러의 투자 계약서에 서명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현재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