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의 "더 크게", 투자업체에 독 됐나?

손정의의 "더 크게", 투자업체에 독 됐나?

정한결 기자
2020.01.12 18:45

[MT리포트] 투자귀재 손정의, 실패 보고서

[편집자주] 마이더스 손으로 불리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2019년은 참담한 한해였다. 우버, 위워크 등 그가 점찍은 기업들마다 가치가 고꾸라지면서다. 소프트뱅크의 3분기 실적은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을 정도다. 비전이 있으면 돈은 따라온다는 손정의의 자신감은 2020년에 여전히 유효할까.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투자실패 사례가 최근 이어진 가운데, 그의 투자방식이 스타트업에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손 회장의 전략은 무조건 '더 크게' 아니면 집에 가라는 식"이라고 전했다. 손 회장이 느리지만 안정적인 성장보다 공격적인 사업 확대를 요구하고, 이렇게 기업가치를 부풀려 이익 내는 방식을 고집했다는 것이다.

투자를 받은 많은 기업들이 비전펀드의 요구대로 공격적으로 확장했다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기도 했다.

미국 부동산업체 콤파스는 2017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를 지원받은 후 1년 만에 체인 수를 4배나 늘렸다. 그러나 정작 이를 통합·관리할 시스템이 없어 이익은 줄고 폐업, 해고가 잇따랐다. 시카고의 한 부동산은 콤파스와 계약하기 전보다 연수익이 20분의 1로 감소했다. 인도 호텔체인 '오요'도 빠르게 사업을 확장했다가 치솟는 공실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지럽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소프트뱅크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독을 풀었다"면서 "창업자들이 위기를 견딜 수 있는 사업을 더 이상 구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빌 아우렛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경영대 교수도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법을 깨닫기 전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 받고 있다"면서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비전펀드의 최근 실패 사례로 꼽히는 위워크와 우버 투자는 '무리'였다는 시각도 있다.

호주 비영리매체 더컨버세이션은 이에 대해 "엄청난 도박"이라고 표현하며 "이들이 각 산업에서 승자가 돼 독식할 수 있다는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각 기업들이 앱 설계와 기술을 통해 각 산업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 속 결정한 투자"라면서 "그러나 이들의 주요 전략은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위워크의 사업모델은 건물을 저렴한 가격에 장기간 임대한 뒤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이보다 비싸게 임대료를 받아 차익을 내는 것인데, 불황일 때는 수요가 줄어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없게 된다고 매체는 지적한다. 우버처럼 사업이 성공한다고 해도 경쟁자들이 금방 진입해 이익이 줄기도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한결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정한결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