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투자귀재 손정의, 실패 보고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00년 중국으로 날아가 무명의 창업가 마윈을 만났다. 손 회장은 단 5분만 대화하고 알리바바 투자를 결정했다. 그런가 하면 2005년엔 애플 CEO(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를 만나 있지도 않는 제품을 놓고 담판을 벌였다. 손 회장은 한장짜리 그림을 건네며 아이팟과 휴대폰을 합친 제품을 제안했다. 이를 본 잡스가 "이미 구상하는 게 있다"고 말하자 손 회장은 "그럼 출시하면 독점 판매권을 달라"고 했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이동통신사 사업권조차 없었을 때였지만, 2008년 아이폰을 독점 출시하면서 일본 통신업계 1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마윈과 잡스 두 사람은 모두 손 회장에게 "미쳤다"라는 말을 했다.
이런 '미친 투자 감각'을 가진 손 회장은 2017년 1000억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출범하면서 전세계 최고의 IT(정보기술) 투자 큰손이 됐다. 올해초까지만 해도 수십억 달러의 투자 계약서에 서명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현재는 이런 투자 방식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투자한 업체들에서 부정적인 소식이 이어지면서다.
현재 손 회장을 보는 외부 시선들은 비판이 가득하다. 한때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직감에 의존해 왔던 그의 투자 방식이 이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11월 23일 '손정의는 테크 선지자 인가 악덕 자본가'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소프트뱅크의 창업자가 '테크 구루'에서 점점 더 19세기 수익을 위해 일꾼들을 쥐어짰던 '악덕 자본가' 같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기사는 손 회장의 위협적인 투자 방식을 지적했다. 지난 3년간 손 회장은 스타트업들에게 자신의 투자를 거절할 경우 경쟁사에 투자하겠다고 위협하며 투자를 해왔고, 때로는 경쟁사에 투자한 후 합병하는 방식으로 관심있는 기업을 흡수해왔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소프트뱅크가 IT버블이 원흉이 됐다"는 쓴소리를 날렸고, 영국 가디언지도 "규제없는 시장에서 과도한 민간 자본 투자가 증명한 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스타트업) 경제가 더이상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독자들의 PICK!
고향인 일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커진다. 일본 주간지인 동양경제는 "손 회장이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닮으려고 하지만 투자 방식은 현저히 다르다"고 했다. 철저히 자신이 '아는 것'에 의존해 투자하는 버핏의 투자 방법과 달리 손 회장은 감각에 더 의존하고,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 사업 생태계 속 기업들을 모조리 사버리는 '군 전략'을 선호한다. 실제 버핏 회장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금융, 기술, 소비재, 항공 등 종목에 50여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손 회장은 비전펀드를 통해 80여개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경제지 겐다이비즈니스도 올해 소프트뱅크가 가장 조심해야하는 건 "손정의 신성화"라고 언급했다. 신문은 "손 회장이 '이것이 좋다'라고 높이 평가하면 아무도 반대하지 못하며, 투자 대상 기업마저 신성시 되는 문화가 소프트뱅크내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