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투자귀재 손정의, 실패 보고서

"우리는 쿠팡이 e커머스를 더욱 혁신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5년 쿠팡에 10억달러(약 1조1603억원)를 투자하면서 한 말이다. 손 회장의 통 큰 투자를 두고 당시 e커머스 업계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무모한 투자였다는 평가도 적지않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는 45조원으로 이웃나라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이른바 소셜커머스가 새롭게 e커머스 시장을 진입했지만, 이베이코리아, 인터파크, 11번가 등 오픈마켓의 기세에 눌려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손정의 회장이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한 건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한 쿠팡의 혁신적인 배송시스템에 매료돼서다. 당일 주문하면 이튿날 도착하는 신속한 배송시스템과 전국 단위 물류센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배송 경로 최적화 기술 등이 그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렇게 10억달러는 로켓배송을 쏘아올린 '연료'역할을 했다.
손 회장의 전망처럼 쿠팡은 국내 쇼핑의 패러다임을 뒤집어놨다. 세 집 건너 한 집은 쿠팡을 이용하고,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대신 쿠팡에서 장을 보는 상황이다. 쿠팡의 매출액은 지난해 4조4228억원으로 4년새 10배 이상 성장했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은 114조 규모로 늘었다.
쿠팡의 가파른 성장세를 직접 목격한 손정의 회장은 지난해 말 쿠팡에 20억달러(약 2조3224억원)를 추가 투자했다. 역대 국내 IT기업에 대한 외부투자 사례 중 사상 최대규모다. 이는 고스란히 쿠팡의 지배력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쿠팡 거래액은 13조원으로 전망되는데 사상 처음 단일 e커머스 서비스로 10조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현재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은 400만개를 넘고 하루 100만개 이상 상자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다.재구매율과 객단가도 꾸준히 상승세다.
그러나 앞으로 전망은 불투명하다. 먼저 늘어나는 적자가 부담이다. 쿠팡은 2018년 1조97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71.7%나 늘었다. 쿠팡은 점유율 확보를 위한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이다. 쿠팡은 국내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뒤 점진적으로 턴어라운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손 회장이 쿠팡의 계획된 적자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받아들일지가 문제다. 벌써 쿠팡은 지난해 말 조달한 약 2조원 중 절반이 넘는 1조3000여억원을 대주주인 미국 쿠팡LLC로부터 유상증자 형태로 조달했다. 내년이면 손정의 회장으로 받은 2조원도 동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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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손 회장의 '위워크', '우버' 등 투자 실패가 뼈아프다. 그는 최근 소프트뱅크 결산 발표회에서 "투자처가 적자에 빠졌다고 해서 이를 구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쿠팡이 나스닥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와 나이키·월마트 출신 재무전문가를 영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약 90억달러(약 10조원)로 평가받고 있다.
한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손 회장의 상황을 보면 쿠팡에 추가투자를 기대하긴 쉽지않을 것같다"면서도 "쿠팡이 올들어 일부 공급사와 가격관련 마찰을 빚는 와중에도 여전히 과감한 투자와 마케팅을 지속하는 것을 보면 나스닥 상장이나 추가투자 등에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