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대법 판결, 그 후
직권남용죄 적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 재판들이 잇따르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적폐'로 몰렸던 고위공직자들들이 잇따라 무죄판결을 받고, 한편에선 여전히 모호한 판단 기준이 새로운 정치 수사, 정치 재판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기로 직권남용죄를 둘러싼 쟁점들을 정리했다.
직권남용죄 적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 재판들이 잇따르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적폐'로 몰렸던 고위공직자들들이 잇따라 무죄판결을 받고, 한편에선 여전히 모호한 판단 기준이 새로운 정치 수사, 정치 재판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기로 직권남용죄를 둘러싼 쟁점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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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적폐수사에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했던 직권남용 혐의가 고위 공직자들의 무리한 영향력 행사에 면죄부를 안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현 정부 핵심인사들은 물론 전직 사법부 수장까지 피고인석에 세운 죄목인 '직권남용죄'에 대한 무죄 판결이 잇달아 나오면서다.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부가 직권남용 혐의 적용을 엄격하게 하는 판결을 내린 것을 전후한 변화다. 여전히 모호한 직권남용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하지 않을 경우 수사와 재판에 대한 공정성 시비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직권남용죄)로 기소돼 지난해 3월부터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던 현직 법관 8명 중 7명이 1년만인 다음달부터 재판 업무에 복귀한다. 임성근(56·사법연수원 17기)·이민걸(59·17기)·신광렬(55·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조의연(54·24기)·성창호(48·25기)·방창현(47·28기) 부장판사, 심상철(63·12기) 수
직권남용죄는 형법 제123조에 규정돼 있다. 대상자는 공무원이다.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의 행사를 방해한 때에 해당한다. 이 법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직권남용죄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직권'이나 '남용'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직권이란 공무원이 가진 직무상 권한을 뜻한다. 즉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상 권한을 일정 한도를 넘어 함부로 쓰게 되면 직권남용죄를 저지른 것이 된다. 문제는 공무원의 직무 범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 행위의 기준은 어느 선부터인지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직권남용죄가 성립되려면 검사는 ①공무원인 피고인이 해당 위법 행위를 할 수 있는 '직권'을 애초에 가지고 있었고 ②그가 이를 남용해 ③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따라서 직권남용죄로 기소된 피고인의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56·사법연수원 17기)의 재판개입 행위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논란이다. "위헌적 행위이지만 범죄는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불씨였다. 법률에 따라 당연한 결론에 이른 것이라는 의견과 판사들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비난 사이 공방이 뜨겁다. 논란의 원인은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의 모호성이다. 직권남용죄는 직권 없이 남용 없다는 공식을 따른다. 검찰은 이 공식이 임 부장판사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판사에게 판결문 내용 일부를 고쳐쓰라고 지시하고, 약식사건 정식재판 회부를 취소하게 한 것은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사법행정권에 기댄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직권에 '재판관여'는 포함돼있지 않으므로 직권남용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은 "직권이 남용된 결과를 남용된 직권 그 자체와 혼동한 판결"이라며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고위 공무원들 수사 위험 부르는 직권의 모호성━
직권남용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지금까지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현 정부 고위 인사까지 '굵직한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오는 21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3·사법연수원 12기)·고영한(65·11기) 전 법원행정처장의 재판이 두달만에 재개된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혐의 40여개의 대부분이 직권남용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해당 재판의 결과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직무유기·위계공무집행방해·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 모두가 무죄로 나오지는 않겠지만, 직권남용이 적용된 혐의 상당 부분은 '면죄 판결'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의 공소사실은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통진당 해산 사건 처리에 개입하고, 개혁적 성향의 판사들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주고 하급자인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하여금 문건 작성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