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멈추고 바뀌어 버렸다. 글로벌 슈퍼그룹 BTS(방탄소년단)의 'Life goes on'(라이프 고스 온)의 가사처럼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 봄은 기다림을 몰라서, 눈치 없이 와버렸'다. 멈춘 듯 보이는 세상 속에서도 우리의 삶은 계속돼야 하기에 정보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변환은 더욱 빠르게 진행됐다. 비대면, 초연결, 초개인화를 특징으로 하는 뉴노멀 시대가 열리고 세계 경제는 디지털 경제로 급변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중심으로 경제의 주역이 바뀌게 된다. 플랫폼이 팬데믹(Pandemic·대유행)의 공포가 공황으로 연결되는 것을 막아주었다. 공급자와 소비자로부터 획득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플랫폼은 인공지능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로 미래경제와 산업을 바꾸고 있다. 그런데 플랫폼 경제를 바라보는 우리나라 정부의 자세는 달갑지 않아 보인다.
아날로그 경제에서는 시장참여자들의 일탈행동이 눈에 보이지 않아 우리 정부는 행정형벌 위주의 강력한 제재를 갖추고도 이를 효과적으로 단속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에서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눈에 보이게 돼 점차 일탈행동의 제재권은 플랫폼이 쥐게 된다. 미래 인공지능 플랫폼은 인간의 판단을 대신해 불법과 부도덕을 사전에 차단할 것이다. 이미 구글은 2019년 혐오와 인종차별 발언을 유튜브(Youtube)에서 퇴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완전 자율주행 차량은 도로교통법을 위반하지 않아 교통사고가 0건인 시대를 열어 교통경찰이 필요없게 된다. 이른바 인공지능 플랫폼이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가 온다. 디지털 변환은 작은 정부의 시대로 변환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플랫폼들에 대해 대대적인 공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들고나오고 방송통신위원회는 '플랫폼의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들고나왔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가상자산거래소를 '특정금융거래의 보고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거의 일망타진하는 작전을 완료했다.
지난 25일부터 200여곳에 이르던 가상자산거래소가 단 4곳만 제외하고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해 줄폐업하거나 가상자산 마켓만 운영하게 돼 사실상 폐업하게 한 것이다. 우선 이로 인한 가상자산 가격의 폭락으로 700만명에 이르는 가상자산 투자자와 관련 산업종사자들이 입게 될 피해는 헤아릴 수 없다. 국가가 법·제도를 통해 태동단계에 있는 미래산업을 망쳐버린 대표적인 사례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이를 합리적으로 잘 설계했다면 산업도 살리고 나라의 미래금융을 올바르게 이끌 좋은 선례가 됐을 것이나 금융위의 접근법은 달랐다.
국가가 심사해야 할 가상자산사업자의 적정성 심사를 실명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기업인 은행에 떠넘기고 국가는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면서 사실상 피감기관인 은행들을 압박해 실명계좌 발급을 극도로 억제한 것이다. 금융위는 중앙집권적인 감독권을 철저히 행사하는 대표적 부처다. 금융위는 자신들의 권한을 와해할 수 있는 가상자산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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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 시대는 국경이 없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앱을 출시하면 200개 국가에 동시에 진출한다. 마찬가지로 정보기술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문턱도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이 이미 제 방처럼 드나든 지 오래다. 우리 안방을 지킬 토종플랫폼은 디지털경제의 댐이자 방파제다. 토종플랫폼의 성장을 도모해야 할 시기에 우리 정부는 아날로그 시대 권력의 향수를 잊지 못해 토종플랫폼 초토화 작전에 나섰다. 구한말 외세침략에 맞서 봉기한 동학농민군을 관군이 외세와 손잡고 토벌한 역사의 데자뷔다. 결국 국권을 빼앗긴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혜로운 이들의 행동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