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ETF, 방향성보다 증폭역할
국민연금, 매도유예로 운신폭 줄어
단기변동성 결정 시장구조 건전해야
퇴직금을 운용하여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 나에게 요즘 한국 주식시장은 아주 민감한 관심사이다.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를 찍었던 코스피는 한 달도 안 돼 6000선까지 밀렸고, 7월 14일 코스닥은 장중 749까지 밀리며 현 정부 출범일 지수마저 밑돌았다. 시장이 급락하자 범인 찾기가 한창이다. 유력한 용의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행태이다.
먼저 레버리지 ETF를 보자. 이 용의자는 지수 하락의 원인이라기보다 증폭기다. 주가는 결국 기업의 본질가치에 수렴한다. 이번 조정의 근본 원인은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글로벌 반도체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꺾인 데 있고,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과 유가 급등이 겹쳤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조정을 업황 훼손이 아닌 유동성발 포지션 청산으로 진단했고,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89조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증폭기의 죄가 가볍지는 않다. 레버리지 ETF는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주가가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파는 숏-감마(Short Gamma) 구조여서, 하락장에서 기계적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을 만든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7월 13일 폭락 당시 국내 기관 순매도의 62%가 ETF 관련 강제 청산 물량이었다고 추산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대금은 기초자산의 20~30%로 미국(4~5%)의 최대 6배에 달하고, 지난 7월 14일 관련 ETF 16종의 거래대금은 18조 3,000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의 40%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어떤가. 이쪽 혐의는 정반대로 '움직여서'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아서'이다. 주식 강세장 속에서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올렸음에도 '26년 2분기말 국내주식 평가액은 '26년 4월말 기준 운용자산(1,670조 7000억원)의 27.7% 수준까지 부풀었다.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그 절반을 넘는 55.5%를 차지했다. 지수가 5000에서 9000으로 치닫는 동안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매도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목표 비중을 뒤따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한 결과, 연못 속의 고래는 헤엄칠 공간이 없어질 만큼 커져버렸다. 연기금의 최우선 책무는 국민 노후자산의 수익성과 안정성이지 증시 부양이 아니라는 원칙이 상승장의 환호 속에 흐려진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시장에 읽히는 패가 되었다는 점이다. 목표 비중과 실제 비중의 괴리가 7%포인트에 달한다는 사실은 공시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언젠가 반드시 나올 매물이 어느 종목에 집중될지도 자명하다. 외국인 입장에서 이보다 편한 상대가 없다. 실제로 최근 한 달 새 외국인은 42조 원을 순매도했고, 그 물량을 받아낸 개인의 예탁금은 31조 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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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레버리지 ETF는 폐지가 아니라 관리가 답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수준에 머물도록 기본예탁금 상향, 투자자 진입요건 강화, 회전율 관리 같은 속도조절 장치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상품 자체를 없애면 수요는 해외 상품과 장외 파생으로 옮겨갈 뿐이다. 국민연금은 상승장에서 미리, 조금씩,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하기 어렵게 파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시장이 뜨거울 때 정치적 부담 때문에 매도를 미루면, 결국 시장이 차가울 때 더 큰 충격을 주며 팔게 된다. 이번 국면의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 실적에 수렴하지만, 단기 변동성은 시장의 구조가 결정한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시장이라면, 시장 펀더멘털이 아니라 구조가 문제라는 뜻이다. 증폭기의 볼륨을 낮추고, 고래에게 미리 헤엄칠 길을 터주는 것. 변동성의 시대에 한국 증시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