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유럽 폭염 1주만에 1만명 사망자 발생
인간 환경파괴로 사하라사막 확장이 원인
이상기후는 초국적 위협,글로벌 협력 필요
2003년 여름. 파리 특파원 부임을 준비하면서 프랑스 뉴스를 관심있게 들여다보던 도중 40도가 넘는 이례적 폭염 소식을 접했다. 당시 CNN 앵커는 유럽기상도가 그려진 화면 위에서 각국의 최고기온을 전하면서 이 엄청난 폭염은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공기 유입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례적 폭염의 결과는 참혹했다. 프랑스에서만 1만5000여명이 숨졌다. 주로 거동이 불편해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고 홀로 사는 노인들이었다.
2026년 여름. 다시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유럽을 덮쳤다. 이번에는 '오메가 열돔'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사하라 사막에서 유럽으로 올라온 열풍을 그리스 문자 '오메가(Ω)' 형태의 기압 배치가 거대한 솥뚜껑처럼 가둬 유럽 대륙을 달구고 있다는 것이다. 6월말 불과 1주일만에 27개국에서 1만명이 넘는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올해 유럽 폭염이 2003년 폭염과 차이가 있다면, 한달 이상 빠른 6월말에 시작됐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폭염은 '숨 막히는 밤 더위(sweltering nighttime heat)'가 나타날 가능성이 2003년에 비해 약 100배나 높다고 한다(WWA). 23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 살인적인 폭염은 공통점도 있다. 모두 열기의 출발점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이라는 점이다.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은 지리적으로 유럽과 그리 멀지 않다.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만 건너면 바로 남유럽이다. 그만큼 유럽은 북아프리카 지역의 기후 변화 영향을 받기 쉽다. 문제는 사하라 사막이 위치한 북아프리카의 뜨거운 여름이 날로 더 더워지고 우기는 메말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사하라 사막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면서 생긴 결과다.
사하라 사막이 지속적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여러 차례 나왔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연구팀은 1923년 이래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하라 사막이 지난 1세기 동안 10% 이상 넓어져 이미 미국 크기(약 980만㎢)만 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사하라 사막이 커지는 '주변지역의 사막화'는 왜 계속될까?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지목한다. 먼저 기후가 점점 더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사하라 사막 이남 반건조지대인 사헬지역의 강우량은 1970년 이후 비정상적으로 줄어들면서 장기 평균값 이하를 맴돌고 있다. 두번째 요인은 가축의 과다한 방목. 이로 인해 사헬지역의 초지가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토양이 대기에 직접 노출됐다. 마지막으로 농작물을 과도하게 경작한 것도 원인으로 분류된다. 과잉경작은 숲을 없애고 대지를 황폐하게 만든다. 결국 사하라 사막의 확장에는 자연적인 기후 사이클과 함께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날로 거대해지는 사하라 사막 때문에 유럽은 지금 새로운 안보위협에 처해있다. 이 낯선 폭염은 인류가 지금까지 맞닥뜨렸던 전통적인 위협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예측 불가성과 광범위한 파급효과 등을 특징으로 하는 신안보 위협이다. 언제든지 초국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보건위기와 연계되어 파괴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최근에 나온 경고는 더 끔찍하다. 인류가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한다면, 50년 이내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사하라 사막처럼 더운 연평균 기온 29도가 넘는 곳에서 살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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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러한 낯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글로벌 위험 소통 강화와 리스크 관리 외교가 해법으로 거론된다. 당사자인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연합(AU), 그리고 유엔이 나서서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거기에 글로벌 기업의 '사하라 혁신 프로젝트'가 가세한다면 금상첨화다. 2000년대 초반까지 유럽기업이 중심이 되어 추진했던 데저택 프로젝트(Desertec Project)가 좋은 사례다. 데저택은 사막(Desert)과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사하라에 지구촌 최대 태양열 발전소를 세워, 아프리카와 유럽에 전기를 보낸다는 구상으로 출범했다. 2012년 정식 출범 예정이었으나, 4000억 유로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과 2010년 말 '아랍의 봄' 도미노 혁명으로 인한 북아프리카의 정치적 불안정 탓에 추진 동력이 사라져버렸다. 사하라 사막에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생산시설을 만든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화석연료 대체 효과가 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수백조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좋다. 사하라 주변 건조지대의 초원 복원을 위해 나무심기 같은 자그마한 프로젝트도 헉헉대는 지구의 열기를 식혀주는 좋은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막화 저지선'을 구축하는 길이고, '지구온난화 저지선'을 만드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