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통폐합이 낙인찍기 안 되려면[딥포인트/배성민]

공공기관 통폐합이 낙인찍기 안 되려면[딥포인트/배성민]

배성민 논설위원
2026.09.1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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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수 524 → 415개 줄이는 대책 예고
역대정권 공공개혁 외쳤지만 성과 미흡
前정권 지우기·전문가 무시관행 재고돼야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성숙 국무총리·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9.03.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성숙 국무총리·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9.03. [email protected] /사진=조수정

이재명정부의 파격적인 공공기관 개혁방안이 나왔다. 전체 공공기관 중 524개를 415개로 줄이는 고강도 대책이다. 공공기관 민영화를 통한 외환위기 극복, 방만경영 개선 등을 명분으로 진보정부와 보수정부가 앞다퉈 공공부문 개혁을 외쳤지만 성과가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다. 관련 대책을 복기해 집대성한 이재명정부가 성과를 낸다면 평가할만 하다.

하지만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역대 정부에서 공공기관 수장은 전문성에 대한 고려보다 선거에서 도움을 준 이들을 위한 논공행상 대상이었다. 이번 대책 중 통합대상인 가스공사와 석유공사에는 이미 정치인 출신 인사가 사장이다.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박근혜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을 끌어내려 다소 무리한 수단을 동원했고 이 과정은 검찰의 표적이 됐다. 해당 수사를 주도했던 검찰의 수장은 야당의 대권후보가 됐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공공기관장 교체의 파열음을 고스란히 지켜본데다 증폭시키는 역할도 했던 윤석열정부는 기관장을 바꾸는데 신중했다. 2022년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임기 만료가 된 이들을 순차적으로 교체하는데 그쳐 주요 기관장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24년부터였다. 국회의 탄핵으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시기였던 2025년 1 ~ 5월에 수장이 채워진 곳도 적지 않다.

산하기관 성과측정이 쉽지 않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등 몇몇 부처의 사례를 보자. 먼저 문체부는 국립문화공간재단과 박물관문화재단, 예술경영지원센터를 합치고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일부 부서를 떼어내 (가칭)문화예술산업진흥원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기능 중복을 피하고 정원 100명 이하의 기관을 정리한다는 명분에는 부합한다. 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복잡한 사정이 있다. 문체부는 2024년 말 출범시킨 문화공간재단을 통해 국립문화예술시설을 관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대표로 선임된 이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여된 인물이어서 잡음이 있었다. 박물관재단과 예술센터 대표도 2024년 6 ~ 8월 사이 임명된 전(前) 정권 출신이었다. 통합 기관이 출범하면 전 정권 인사가 한꺼번에 정리되는 것이다. 한국문화정보원, 지역문화진흥원, 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이 합쳐질 예정인 가칭 한국문화진흥원도 마찬가지다. 문화정보원장과 지역문화진흥원장은 각각 2024년 6월과 9월에 임명된 인사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국체육산업개발도 임직원수로는 1000명 이상의 큰 기관들인데 합쳐질 예정이다. 체육인 출신인 두 기관의 수장도 지난 정권에서 임명됐다.

교육부의 공공기관 통폐합도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교육부는 한국학중앙연구원과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고전번역원을 통합해 한국학역사고전연구원이라는 기관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들 기관은 공공기관보다는 연구기관 성격이 강한데다 인문학 홀대의 시대에 관련 분야 연구 인력들의 둥지 역할도 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이공계 연구.개발(R&D) 예산 축소와 비견될 수 있는 충격이 인문학 전반에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관련 학회, 단체들에서는 "연구.교육기관을 일반 행정·사업형 공공기관과 동일한 효율화 잣대로 평가·개편하는 관행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 기관의 수장들은 2023년 6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임명됐다. 일부 연구분야에서 뉴라이트 역사학 등의 논란이 있긴 했지만 그건 학계 자체에서 풀어야할 문제지 기관 통폐합으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공공부문 군살빼기와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관련 분야 고위 공무원이 퇴직을 앞두면 새로운 기관이 생긴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 세력에 대한 보복과 일방통행식 잘라내기로 비쳐서는 안 된다. 정부의 추진계획에 고용, 보수와 복리후생 등 통합개혁에 협조할 경우의 당근만이 앞세워져서는 더욱 곤란하다. 공공부문의 생산성을 끌어올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공공서비스 대전환'을 이루려면 꼭 필요한 것은 정공법이다.

 /사진=임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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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민 논설위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배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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