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만큼 위험한 약물운전
약물운전이 교통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도로 위 살인행위라 불리는 음주운전 못지않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음주운전과 달리 단속 체계·처벌 기준·인식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2일부터 약물운전 처벌이 강화되지만, 약물 종류나 투약량 기준은 미비하다. 약물 운전 실태와 제도 공백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약물운전이 교통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도로 위 살인행위라 불리는 음주운전 못지않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음주운전과 달리 단속 체계·처벌 기준·인식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2일부터 약물운전 처벌이 강화되지만, 약물 종류나 투약량 기준은 미비하다. 약물 운전 실태와 제도 공백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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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등 관계 기관이 약물운전 처벌 강화에 맞춰 혈중 농도나 복용 후 경과 시간 등 구체적인 단속 기준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연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오는 2일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약물운전 처벌 수위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약물운전 측정 불응죄도 함께 신설됐다. 개정안은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의 운전을 금지한다. 하지만 약물에 따른 혈중 농도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앞서 약물운전도 음주운전처럼 일률적인 수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논의가 지속돼왔지만, 종류가 다양하고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일괄적인 수치를 적용하는 데 어렵다는 이유로 개정안 시행때까지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 모호한 기준은 법원 판단이 엇갈리는 사례로도 이어진다. 공황장애 약을 복용한 뒤 타인의 차량을 운전한 혐의로 적발된 방송인 이경규는 지난해 11월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 지난달 25일 서울 반포대교를 달리던 포르쉐가 난간을 들이받고 튕겨 나가 한강 둔치에 떨어졌다. 차량은 뒤집힌 채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차량 4대를 들이받았다. 운전자인 30대 여성은 사고 당시 프로포폴과 케타민 등에 취한 상태였고, 그의 차량에서는 프로포폴이 담긴 주사기와 의료용 튜브가 발견됐다. # 같은달 28일엔 서울 용산구에서 벤틀리 차량을 몰던 30대 남성이 약물 운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차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다. 운전자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지만 약물 검사 요구를 거부해 체포됐다. 차량에서는 액상 담배와 유사한 형태의 약물 키트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운전'이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술'만 도로 위 위험이 아닌 셈이다.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이 일상으로 파고들어서다. 오는 2일부터 약물운전 처벌과 단속이 강화된다. 하지만 복용량과 시간 등에 대한 기준이 여전히 모호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약물 운전에 해당하는 약물 종류와 허용 농도를 수치화해 명확한 단속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혈중 농도가 법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처벌한다. 우리나라처럼 직선보행·한발서기 등 상태 평가에 의존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영국은 도로교통법을 통해 약물 운전 기준을 구체화했다. 불법 약물과 의료용 약물 등 17종에 대해 혈중 농도 기준을 명시하고, 이를 초과하면 '운전 부적합' 상태로 판단한다. 기준은 △코카인 10㎍/L △벤조일렉고닌 50㎍/L △케타민 20㎍/L 등이다. 의료용 약물인 △클로나제팜(50㎍/L) △디아제팜(550㎍/L) 등에도 각각 기준을 정해뒀다. 단속 절차도 체계적이다. 음주·약물 영향이 의심되거나 교통 법규 위반, 사고 발생 시 단속 대상이 된다. 예비 호흡검사 이후 약물 영향이 의심되면 손상검사와 약물 검사가 이어진다. 손상검사에선 경찰이 △동공 반응 △균형 유지 △보행·회전 △한쪽 다리로 서기 △손가락으로 코 짚기 등을 통해 운전 적합성을 판단한다. 이후 타액이나 땀 검사를 통해 약물 반응을 확인하고 기소 절차로 넘어간다.
오는 2일부터 약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음주단속처럼 경찰의 강제 측정이 가능해진다. 다만 사고가 발생하거나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적발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음주단속과 병행해 약물 운전 특별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1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오는 2일부터 약물 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다. 약물 운전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처벌 기준이 강화됐다. 측정 절차도 간소화됐다. 약물 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는 경찰의 측정 요구에 따라야 한다. 기존에는 운전자 동의가 필요하거나 영장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법 개정으로 현장 대응이 가능해졌다. 측정 불응죄도 신설되면서 단속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법 시행에 맞춰 오는 2일부터 5월말까지 약물 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적발이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병원에서 흔히 처방받는 약도 운전을 방해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약물운전 사고가 늘어나는 만큼 처방부터 복약 단계까지 약물운전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약물 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오는 2일 시행된다. 단속 대상이 되는 약물은 총 490종이다. '마약류관리법'에 명시된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481종과 화학물질관리법상 환각물질 9종이 포함된다. 일상적으로 처방받는 일반 의약품도 예외가 아니다. 감기약이나 알레르기약처럼 졸음을 유발하거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약물은 상황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도로교통법은 과로·질병·약물뿐 아니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경우까지 폭넓게 금지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항히스타민제가 꼽힌다. 종합감기약에서부터 아토피피부염까지 광범위하게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는 졸음을 유발한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인 △디펜히드라민 △클로르페니라민 △독실아민 등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특성 때문에 이런 부작용이 흔하게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