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약 복용후 24시간 운전 자제"…해외는 어떻게 단속하나

"불면증약 복용후 24시간 운전 자제"…해외는 어떻게 단속하나

박상혁 기자
2026.04.01 11:57

[기획]음주운전만큼 위험한 약물운전④

[편집자주] 약물운전이 교통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도로 위 살인행위라 불리는 음주운전 못지않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음주운전과 달리 단속 체계·처벌 기준·인식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2일부터 약물운전 처벌이 강화되지만, 약물 종류나 투약량 기준은 미비하다. 약물 운전 실태와 제도 공백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영국의 규제 약물과 혈중 농도의 법정 한도 기준표./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영국의 규제 약물과 혈중 농도의 법정 한도 기준표./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해외 주요국들은 약물 운전에 해당하는 약물 종류와 허용 농도를 수치화해 명확한 단속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혈중 농도가 법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처벌한다. 우리나라처럼 직선보행·한발서기 등 상태 평가에 의존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영국은 도로교통법을 통해 약물 운전 기준을 구체화했다. 불법 약물과 의료용 약물 등 17종에 대해 혈중 농도 기준을 명시하고, 이를 초과하면 '운전 부적합' 상태로 판단한다. 기준은 △코카인 10㎍/L △벤조일렉고닌 50㎍/L △케타민 20㎍/L 등이다. 의료용 약물인 △클로나제팜(50㎍/L) △디아제팜(550㎍/L) 등에도 각각 기준을 정해뒀다.

단속 절차도 체계적이다. 음주·약물 영향이 의심되거나 교통 법규 위반, 사고 발생 시 단속 대상이 된다. 예비 호흡검사 이후 약물 영향이 의심되면 손상검사와 약물 검사가 이어진다.

손상검사에선 경찰이 △동공 반응 △균형 유지 △보행·회전 △한쪽 다리로 서기 △손가락으로 코 짚기 등을 통해 운전 적합성을 판단한다. 이후 타액이나 땀 검사를 통해 약물 반응을 확인하고 기소 절차로 넘어간다.

미국과 캐나다도 '약물 평가 및 분류(DEC)' 프로그램을 통해 약물 운전자를 판별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던 검사 방식을 바탕으로 12단계의 표준화된 평가를 체계화한 제도다.

훈련된 약물 인식 전문가(DRE) 경찰관이 운전자의 신체 반응, 행동, 진술, 생리적 지표 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7가지 약물 범주 중 원인 약물을 추정하고, 혈액·소변 등 독성 검사로 최종 확인한다.

약물 복용 이후 운전 가능 시간에 대한 기준도 제시돼 있다. 영국과 독일은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 복용 후 최대 24시간, 호주는 12시간 운전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

약물 평가 및 분류(DRE) 12단계 평가절차/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약물 평가 및 분류(DRE) 12단계 평가절차/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반면 우리나라는 약물 운전 시 '운전 능력 저하'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이번 제도 개정으로 일정 부분 보완이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찰이 약물 측정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신설됐고, 측정 절차도 단계화되면서 기존보다 단속 체계가 정비됐다는 평가다.

운전자는 경찰의 약물 측정 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가 명시됐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도입됐다. 처벌 수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음주 측정 거부와 동일한 수준이다.

단속 방식도 보다 구체화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운전자 상태를 평가한 뒤 필요 시 타액 등을 활용한 간이 시약검사를 실시하고, 약물 반응이 확인되거나 추가 정황이 있을 경우 혈액이나 소변을 채취해 정밀 감정을 진행한다. 다만 간이 시약검사는 단독 증거로 활용되기 어렵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약물 청정국이라는 인식 속에 대비가 미흡했던 측면이 있다"며 "상황이 달라진 만큼 제도 전반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우리나라에 맞는 혈중 농도 기준은 해외 사례를 단순 적용하기보다 실험 연구를 통해 과학적·객관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기준 마련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약사의 부작용 안내 권고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상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박상혁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