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겨눈 여성혐오
합리적인 논쟁이 서야 할 자리에 여성 정치인을 향한 인격 살인인 디지털 성폭력 범죄가 똬리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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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딥페이크 성적 합성물 피해 사실을 확인한 지난 3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지난 11일 퇴원했다. 이 의원은 악의적인 디지털 성폭력에 맞서 합성 음란물 제작자와 유포자를 대상으로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에 나섰다. 민주당도 중앙당 차원에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일벌백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의원은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국민의 공복인 정치인에게 비판은 숙명이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금도를 넘는 비난도 받을 수 있다. 정치인을 향한 노골적인 풍자도 드문 일이 아니다. 이 의원도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개성이 강한 정치인으로 정치적 공방과 논쟁의 중심에 숱하게 섰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한 중진 의원은 "저열한 성범죄의 어느 곳에 비판이 있고, 풍자가 있느냐"고 했다. 합리적인 논쟁이 서야 할 자리에 여성 정치인을 향한 인격 살인인 디지털 성폭력 범죄가 똬리를 틀었다. 여성 정치인을 성적 도구화해 이미지를 합성하고 유포하는 테러를 가했다.
여성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젠더폭력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일부 당원이나 특정 정치인의 일탈로 축소하는 인식때문이라고 본다. 실상은 개인 일탈이 아닌 여성의 정치 참여와 발언 자체를 위축시키기 위한 구조적 폭력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개인에 대한 사후 징계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지적이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법무법인을 통해 합성물 유포자에 대한 법적 조치 사실을 알렸다. 이 의원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오른하늘은 "(합성 음란물 제작·게시는) 여성 정치인의 성을 도구화해 인격과 명예를 짓밟고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려는 악의적 디지털 성폭력"이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이 문제를 단순한 정치적 표현을 넘어 심각한 여성혐오 폭력으로 인식하며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공식 대응은 다소 시간이 지난 뒤였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당 차원에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SNS(소셜미디어) 등에 사진을 올려놓고 외모 품평을 한다거나 DM(인스타그램 메시지)을 통한 성희롱도 비일비재합니다. " (A의원) 제22대 국회의원 수는 300명. 이들 중 여성은 64명이다. 직전 회기와 더불어 역대 최다다. 국회의원 5명 중 1명 이상이 여성이다. 여성의 정치 참여와 국회의원 비중이 뉴스가 되지 않는 시대지만 여성 의원들은 일상화된 차별과 성적·언어적 폭력에 노출돼 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여성 의원들은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딥페이크 합성물 성폭력 사례를 심각한 범죄 피해로 받아들였다. 딥페이크 범죄가 개개인이 헌법 기관인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자체만으로도 매우 광범위하고 일상화됐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해석했다. A의원은 SNS(소셜미디어)에서 여러 성폭력에 시달려 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법적 대응을 고민했지만 세비를 받는 사람으로서 이런 일에 시간을 써도 될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털어놨다. B의원은 "정치권에선 상대 진영의 반대 세력으로부터 받게 되는 비난이 도를 넘는 경우가 매우 많다"며 "단순 비난이면 감내하겠지만 성범죄 수준의 희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이고, 남성보다 여성이 쉽게 표적화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