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정치인 겨눈 여성혐오·디지털 성폭력]③
국회의원 5명 중 1명이 여성...성적·언어폭력에 노출
"국회 차원 성폭력 징계실효성·2차 가해 처벌 강화"

"SNS(소셜미디어) 등에 사진을 올려놓고 외모 품평을 한다거나 DM(인스타그램 메시지)을 통한 성희롱도 비일비재합니다." (A의원)
제22대 국회의원 수는 300명. 이들 중 여성은 64명이다. 직전 회기와 더불어 역대 최다다. 국회의원 5명 중 1명 이상이 여성이다. 여성의 정치 참여와 국회의원 비중이 뉴스가 되지 않는 시대지만 여성 의원들은 일상화된 차별과 성적·언어적 폭력에 노출돼 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여성 의원들은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딥페이크 합성물 성폭력 사례를 심각한 범죄 피해로 받아들였다. 딥페이크 범죄가 개개인이 헌법 기관인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자체만으로도 매우 광범위하고 일상화됐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해석했다.
A의원은 SNS(소셜미디어)에서 여러 성폭력에 시달려 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법적 대응을 고민했지만 세비를 받는 사람으로서 이런 일에 시간을 써도 될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털어놨다.
B의원은 "정치권에선 상대 진영의 반대 세력으로부터 받게 되는 비난이 도를 넘는 경우가 매우 많다"며 "단순 비난이면 감내하겠지만 성범죄 수준의 희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이고, 남성보다 여성이 쉽게 표적화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C의원은 "최근에는 '팬덤 정치'의 영향으로 남성 정치인을 좋아하는 여성 지지자들로부터 인신공격성 발언과 성희롱을 당하기도 한다"며 "여성으로부터의 성희롱은 수위가 매우 높고 표현이 매우 구체적이며 노골적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여성 정치인을 향한 도 넘은 성폭력과 성희롱이 비단 온라인에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와 직접 대면해 표를 구해야 하는 선거 운동 기간에 이뤄지는 성차별과 여성 혐오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D의원은 "총선 당시 고깃집에 명함을 주면서 인사를 드린 적이 있는데 뻔히 후보자인 것을 알면서 술집 접객원 취급을 하더니 '안 가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나마 국회의원 후보자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는 "지난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한 여성 후보자는 저녁이 되면 남편을 반드시 대동해 유세를 다녀야 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모 지역 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E씨는 좁은 지역을 계속 돌며 선거운동을 하느라 같은 유권자를 여러 번 보게 되는 경우가 흔했다고 한다. 그는 "더듬는 수준으로 악수하거나, '다리가 예쁘네' 수준의 희롱은 애교"라며 "'한 표 찍겠다'며 농담조로 잠자리를 운운하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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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인들은 중앙당이나 국회가 나서 여성 정치인을 향한 성희롱과 범죄 수준의 성폭력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 중심의 정치 문화가 이런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F의원은 "국회 분위기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라며 "이런 사안에 남성 의원들의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H의원은 "남녀 갈라치기로 비칠 수 있어 여성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이언주 의원 딥페이크 문제를 계기로 국회 차원에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 의원 사례와 관련해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무관용 원칙을 제시한 민주당 입장을 지지하지만 정치권 전반의 디지털성폭력 근절 등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성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해 독립적인 외부 조사 기구를 설치하거나 윤리특별위원회 징계 실효성 강화, 피해자 비밀 보장 및 2차 가해 처벌 규정 고도화 등의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