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소법 대변화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10월2일부터 형사사법제도가 크게 바뀐다.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서 수사는 경찰과 중수청이 주로 맡고 기소는 공소청 검사가 담당하게 됐다. 지금과 다른 모습의 사법체제를 맞이하는 피해자와 피의자가 어떤 경험을 할지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해봤다. 가장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검사들의 일상도 1인칭으로 그려봤다.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10월2일부터 형사사법제도가 크게 바뀐다.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서 수사는 경찰과 중수청이 주로 맡고 기소는 공소청 검사가 담당하게 됐다. 지금과 다른 모습의 사법체제를 맞이하는 피해자와 피의자가 어떤 경험을 할지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해봤다. 가장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검사들의 일상도 1인칭으로 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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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년 차 검사다. 전날 밤 늦게까지 봤던 사건의 불기소 결정서에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이라고 적었다. 유죄가 의심됐지만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끝내 확보되지 않아서였다. 사건은 피해액 3억여원의 투자 사기였다. 피해자는 피의자가 처음부터 사업할 생각도 없이 "점포를 확장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의자는 사업을 실제 추진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경영난으로 실패했을 뿐 피해자를 속일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었다. 피의자 회사는 투자금을 받기 전부터 임대료와 거래처 대금을 연체했고 법인계좌 잔액도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투자금이 입금된 직후 상당액이 현금으로 빠져나간 흔적도 있었다. 그러나 정황만으로 부족했다. 투자금을 받을 당시 피의자가 회사의 재정 상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사업을 추진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경찰 기록엔 없었다. 투자금이 들어온 법인계좌 내역만 있을 뿐 이후 자금 흐름은 끊겼다.
"도대체 언제 끝납니까. " 나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5억원이 넘는 돈을 날렸다. 경찰,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을 오가며 피해를 당한 경위를 말하고 또 말했다. 그렇게 범인이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2년이 넘게 흘렀다. 보이스피싱에 당한 뒤 난 고소를 위해 검찰청을 찾았다. 고소장에 내가 겪은 일을 빼곡히 적어 가지고 갔다. 서초역에 내렸는데 이제 검찰청이 아니고 공소청이라고 했다. 그래도 일단 고소장을 가져가니 직원이 "고소장은 관할 경찰서에 내라"며 돌려보냈다. 직원은 검사는 더 이상 고소·고발장을 접수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곧장 경찰서를 찾았다. 떨리는 손으로 고소장을 접수하고 진술서를 작성했다. 경찰서 직원은 "사건을 접수한 뒤 조사를 할 테니 귀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첫 번째 기다림이 시작됐다. "중수청으로 사건이 넘어갔습니다. " 몇 달이 지나 연락이 왔다. 중수청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기관으로 사건이 넘어갔다고 했다. 나는 "왜 경찰에서 수사를 안 하냐"고 물었다. 이에 경찰관은 범죄 피해 액수가 5억원이 넘어 중수청 수사 대상으로 분류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2030년 10월 특수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10년 전쯤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주먹질을 했다가 한 차례 벌금형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길거리 싸움에 휘말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과가 있다. 이번 사건도 술자리에서 시작됐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중 옆 테이블과 시비가 붙었다. 먼저 몸싸움을 시작한 것은 친구였지만 친구에게 싸움을 거는 상대를 보니 감정이 올라왔다. 홧김에 빈 소주병을 손에 들었다. 이게 잘못이었다. 소주병은 법적으로 위험한 물건에 해당했다. 가게 안에는 CCTV(폐쇄회로TV)가 없었다. 경찰 수사는 목격자 진술 위주로 진행됐다. 몇몇 목격자들이 내가 소주병을 들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폭력 전과가 있었던 나에게는 아주 불리한 진술이었다. 경찰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로펌 홍보문을 보니 형사 사건 대응은 경찰이 전문이라고 했다. 착수금만 2000만원을 냈다. 변호사는 "구속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일단 선처를 호소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변호사만 믿고 경찰에서 폭행에 일부 가담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