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해자다]고소부터 2년…같은 말만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피해자다]고소부터 2년…같은 말만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

이혜수 기자, 정진솔 기자, 양윤우 기자
2026.08.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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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10월2일부터 형사사법제도가 크게 바뀐다.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서 수사는 경찰과 중수청이 주로 맡고 기소는 공소청 검사가 담당하게 됐다. 지금과 다른 모습의 사법체제를 맞이하는 피해자와 피의자가 어떤 경험을 할지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해봤다. 가장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검사들의 일상도 1인칭으로 그려봤다.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도대체 언제 끝납니까."

나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5억원이 넘는 돈을 날렸다. 경찰,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을 오가며 피해를 당한 경위를 말하고 또 말했다. 그렇게 범인이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2년이 넘게 흘렀다.

보이스피싱에 당한 뒤 난 고소를 위해 검찰청을 찾았다. 고소장에 내가 겪은 일을 빼곡히 적어 가지고 갔다. 서초역에 내렸는데 이제 검찰청이 아니고 공소청이라고 했다. 그래도 일단 고소장을 가져가니 직원이 "고소장은 관할 경찰서에 내라"며 돌려보냈다. 직원은 검사는 더 이상 고소·고발장을 접수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곧장 경찰서를 찾았다. 떨리는 손으로 고소장을 접수하고 진술서를 작성했다. 경찰서 직원은 "사건을 접수한 뒤 조사를 할 테니 귀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첫 번째 기다림이 시작됐다.

"중수청으로 사건이 넘어갔습니다."

몇 달이 지나 연락이 왔다. 중수청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기관으로 사건이 넘어갔다고 했다. 나는 "왜 경찰에서 수사를 안 하냐"고 물었다. 이에 경찰관은 범죄 피해 액수가 5억원이 넘어 중수청 수사 대상으로 분류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나는 중수청을 찾아 피해 사실을 처음부터 다시 진술했다. 통장 거래 내역, 당시 나눴던 연락의 캡처본 등 손을 떨며 했던 이야기들을 되풀이했다. 중수청 사건 담당자는 "차분히 기다리라"고 했다. 두 번째 기다림이었다.

"공소청 면담입니다."

몇 개월이 또 흘렀다. 여전히 5억원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이번엔 공소청에서 연락이 왔다. 검사 면담이 필요하니 출석하라는 연락이었다.

나는 "이미 피해 사실을 다 진술했다"고 했다. 그쪽 직원은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해 면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소청으로 향했다. 또 다시 새로운 얼굴 앞에서 세 번째로 피해 사실을 설명했다.

"보완수사 중입니다."

대체 범인이 언제 재판에 넘겨지는지 답답했다. 공소청에 전화를 걸었다. 보완수사 중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사건이 경찰, 중수청, 공소청 중 어디로 가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릴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몇 달 뒤 불기소 통지서가 날아왔다. 억장이 무너졌다. 1년 넘게 조사를 받았는데 '증거 불충분' '법리적 이유'로 사건을 재판에 넘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변호사를 선임했다.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항고를 제기했다. 다행히 항고가 인용됐다고 했다. 다시 수사가 재개된다고, 기소 여부도 다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이번엔 다른 경찰에게 피해 사실을 진술해야 했다. "제가 어떤 사기를 당했느냐면요…"로 시작하는 진술은 이제는 몇 번째인지 세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내 내 5억원을 앗아간 피의자가 2년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기소 소식을 듣고 그간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경찰-중수청-공소청 사이를 탁구공처럼 쏘다니던 내 모습. 재판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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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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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우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양윤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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