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의자다]경찰과 검사 앞에서 다른 말을 했다

[나는 피의자다]경찰과 검사 앞에서 다른 말을 했다

정진솔 기자, 양윤우 기자, 이혜수 기자
2026.08.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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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10월2일부터 형사사법제도가 크게 바뀐다.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서 수사는 경찰과 중수청이 주로 맡고 기소는 공소청 검사가 담당하게 됐다. 지금과 다른 모습의 사법체제를 맞이하는 피해자와 피의자가 어떤 경험을 할 지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해봤다. 가장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검사들의 일상도 1인칭으로 그려봤다.
재판 삽화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기자
재판 삽화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기자

나는 2030년 10월 특수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10년 전쯤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주먹질을 했다가 한 차례 벌금형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길거리 싸움에 휘말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과가 있다. 이번 사건도 술자리에서 시작됐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중 옆 테이블과 시비가 붙었다. 먼저 몸싸움을 시작한 것은 친구였지만 친구에게 싸움을 거는 상대를 보니 감정이 올라왔다. 홧김에 빈 소주병을 손에 들었다. 이게 잘못이었다. 소주병은 법적으로 위험한 물건에 해당했다.

가게 안에는 CCTV(폐쇄회로TV)가 없었다. 경찰 수사는 목격자 진술 위주로 진행됐다. 몇몇 목격자들이 내가 소주병을 들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폭력 전과가 있었던 나에게는 아주 불리한 진술이었다.

경찰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로펌 홍보문을 보니 형사 사건 대응은 경찰이 전문이라고 했다. 착수금만 2000만원을 냈다. 변호사는 "구속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일단 선처를 호소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변호사만 믿고 경찰에서 폭행에 일부 가담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구속은 피할 수 없었다.

사건이 경찰에서 공소청으로 넘어가자 변호사가 다른 전략을 들고 나왔다. 경찰 수사에서 못 한 말이 있다며 진술을 뒤집으라고 했다. 구속 기한 만료로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도 조언했다.

조언대로 나는 공소청 검사에게 "싸움을 시작한 건 친구였고 나는 휘말렸을 뿐이다. 방어하려고 소주병을 든 적은 있지만 휘두르거나 위협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폭력을 휘두르려는 고의도 전혀 없었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검사가 내 말을 믿어주는 눈치였다. 검사는 지금 나눈 대화들은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고 했다. 검사는 "경찰 기록에는 나에게 불리한 내용의 목격자 2명의 진술밖에 없는데 혹시 추가 목격자가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당시 가게 안에 20∼30명은 있었으니 목격자가 충분히 더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검사는 사건을 다시 경찰로 돌려보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기존 진술만으로는 범행 경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에 가서 똑같은 얘길 다시 했다. 그러는 사이 변호사 말대로 구속 시한이 지나버렸다. 경찰의 재수사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두 차례 더 이어졌다. 결국 나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예전엔 경찰이나 검사들이 다그치거나 진술을 종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검사실 분위기는 바뀌었다. 변호사는 검사가 더이상 사건들을 자기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엄격한 판단자의 관점에서 기소 여부만 결정하기 때문에 바뀐 것이라고 했다. 나는 변호사에게 고맙다고 했다. 변호사는 이제 강압적인 수사 등 공소기각을 위한 전략을 짜자고 제안했다. 과거엔 증거능력만 문제 삼았다면 이제 아예 공소기각을 통해 무죄를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말만으로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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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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