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서울이 더 걱정이던데…"
귀성 환영 현수막 하나없이 한적한 연휴 풍경

(양평=뉴스1) 이상휼 기자 = "전염병 얘기는 꺼내지도 마. 이 마을에 역병이 돌 줄 누가 알았겠나."
지난달 15일 하루 사이 31명의 마을주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경기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 일대에서 만난 한 노인은 코로나라는 단어가 나오자 고개를 젓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추석을 하루 앞둔 명달리는 한적했다. 귀성 환영이나 명절 연휴를 즐겁게 보내라는 현수막 하나 걸려있지 않았다.
명달리는 차를 타고 하천을 따라 굽이굽이 계곡을 거슬러 한참 올라가야 나오는 외딴 시골마을로, 수도권이지만 영락없는 농촌이다. 마을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마을 일대 황금들판에는 벼가 무르익어갔다. 마을버스 정류장 인근에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위한 공용 간이 화장실도 있었다.
지난달 복놀이가 열렸던 '명달리 숲속마을'은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지만 인적이 없었다.
이 숲속마을 건물 옆에서 마스크를 하고 산책하던 노인은 코로나 얘기를 꺼내자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다.
도로변에서 쉬던 노인 한 명은 "이번 명절에는 오지 말라고 했어. 서울에서는 더 많이 걸린다면서. 여긴 괜찮아. 서울에서나 조심해야지"라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한꺼번에 무더기 확진자가 나왔던 이유는 '복놀이'라 불리는 마을행사에 참석한 마을 노인들 수십명이 흥에 겨워 서로 어울리며 접촉했기 때문이다.
확진자 중 최고령은 94세이었고, 가장 젊은 사람은 55세로 대부분 노인들이다. 이들은 지난달 9일 낮 12시부터 너댓시간 동안 서종면 명달리 숲속학교에 머무른 뒤 확진됐다.
이들의 감염원은 서울 광진구 29번 A씨(80대 남성)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마을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첫날 31명의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관련 확진자는 총 5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마을주민이 2명이 숨졌다. 숨진 주민은 고령으로 폐렴 등의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양천구(구청장 김수영) 신정7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 24일 기부금 100만원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 숲속학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7동 주민센터는 지난해 9월 서울시 자치회관 도농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명달리 숲속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양평군 농촌생활 체험 사업을 해왔다.
독자들의 PICK!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