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기금 손실 40조'···허공에 날아간 국민 혈세

'외평기금 손실 40조'···허공에 날아간 국민 혈세

[the300] [집중분석-2013 결산 "내 세금 이렇게 샜다"]

[편집자 주] 2013년 대한민국 정부 예산 342조원. 국민들의 피땀이 서린 돈이다. 매년 겨울 국회는 국민들의 소중한 세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두고 격렬한 투쟁을 벌인 끝에야 예산안을 통과시킨다. 그러나 정작 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제대로 쓰이기나 했는지에 대한 관심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매년 정부 예산에 대한 결산 보고서를 낸다. 어떤 분야에 예산이 얼마나 쓰였고 얼마가 남았으며 성과는 어땠는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좀처럼 다뤄지지 않았던 정부의 '예산 집행 성적표'를 더300이 집중 해부해 소개한다.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외환위기 재발 등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 관리에 활용되는 기금을 말한다. 해외 환투기 세력 등으로부터 나라경제를 지키는 사실상의 '외환 국방예산'이다. 그러나 어느새 누적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급기야 40조원을 넘어섰다. 손실만큼 세금이 날아간 셈이어서 이에 외평기금 손실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3회계연도 재정사업 성과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외평기금의 지난해말 누적손실은 40조2595억원으로 1년새 5조8634억원 늘어났다. 2008년말 누적손실이 약 9조원에 그쳤음에 비춰 불과 5년만에 손실이 30조원 넘게 불어난 셈이다. 지난해 기금운용계획상 외평기금은 약 80조원 규모였다.

외평기금 손실의 주된 원인은 금리역마진에 따른 '이차손실'이다. 외평기금은 주로 '외환시장안정용 국채'(환시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그런데 이 환시채를 통한 조달금리는 높은 반면 외평기금 운용수익률은 낮은 것이 손실이 발생하는 이유다.

외평기금 손실이 빠르게 불어난 데에는 환시채 발행액 자체가 급증한 것도 한몫했다. 환시채 발행잔액은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6.1%씩 늘어났다. 이는 국가채무 전체 연평균 증가율인 13.9%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해법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우선 환시채 발행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가 한국은행과 협의해 적정 외환보유액 목표를 정하고, 이 목표에 따라 환시채 발행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회예산정책처는 외평기금의 운영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보유 자산의 위탁방식을 보다 다변화하는 방안도 주문했다. 외평기금은 원화자금을 운용할 때 연기금 투자풀을 활용하는데, 이 중에서도 주로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을 이용한다. 그러나 MMF는 유동성은 높은 반면 수익률은 2%대로, 약 4% 안팎의 외평기금 조달금리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외평기금 운용에 대한 정보공개 범위를 확대해 객관적인 성과평가가 가능토록 방안도 제시됐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연간 70조∼80조원의 대규모 재정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재정의 투명성 제고나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정보공개의 범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제대로 된 성과평가가 가능해지고, 외평기금 운영방향도 올바르게 설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외평기금 원화자산을 MMF로 운용하는 것은 필요할 경우 언제든 시장에 투입해 달러화를 살 수 있도록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익률을 목적으로 외평기금 원화자산을 운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외평기금 운용에 대한 정보공개 확대도 결국은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전략을 노출하게 되는 셈"이라며 "패를 보여준 채로 외환시장을 관리하게 하면 시장 개입에 더 많은 자금을 사용하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가의 보도' 재정 조기집행, 이자로만 2600억 '술술'

경기침체가 심할 때마다 정부가 꺼내드는 '전가의 보도'가 있다. 바로 '재정 조기집행'이다.

하반기 예산을 상반기에 당겨서 풀어 경기를 띄운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세금이 아직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 돈을 풀어야 하니 돈을 빌려야 하고, 이 때문에 이자를 물어야 한다. 그 이자비용이 지난해 무려 2600억원 이상에 달했다.

2일 국회 예산정책처 '2013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재정집행 관리대상 289조1000억원을 상반기에 집행, 조기집행 목표였던 60.0%를 넘어선 60.3%의 집행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재정 조기집행을 위해 일시 차입금을 크게 늘린 결과, 일시차입 이자상환액이 2003년 이후 최대 규모인 2644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363억원, 2012년 1815억원과 비교할 때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세수가 추가경정예산 대비 8조5000억원 적었던 것도 일시차입이 급증하는 데 한몫했다.

일시차입 이자상환액이 크게 늘면서 그동안 이자 비용을 전액 충당해왔던 국고금 운용수익금도 지난해 모두 소진됐다. 2011년 잔액은 총 2825억원이었고 2012년에는 1117억원이었다.

이처럼 국가 수입이 부족한 상황에서 차입을 통한 지출 확대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재정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기집행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예산정책처는 지적했다. 경기변동과 함께 국세수입 등 제반 재정여건이 제대로 감안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기재부는 조기집행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고 회계연도내 집행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보조사업의 경우 실제로 집행될때까지 시차가 있고 지자체 재원마련 부담이 커지며 경기변동성이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등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의 순(純) 재정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추경예산의 영향으로 총지출 증가분(14조4000억원)이 총수입 증가분(10조1000억원)을 웃돌면서 적자폭이 전년 대비 3조7000억원 확대됐다. 예산정책처는 "박근혜정부가 제시한 '2017년 재정균형' 목표를 달성하려면 세수 확충과 세출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금영수증 미발급' 병·의원 작년 1300억 매출 누락

# 직장인 임모씨(33·여)는 얼마 전 서울 압구정동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원래 책정된 가격은 320만원이지만 현금으로 내면 270만원까지 깎아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물론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찜찜한 생각도 들었지만 임씨는 결국 현금 270만원만 내고 '싼'값에 코를 높일 수 있었다.

2005년 현금영수증 제도가 도입된 뒤 9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를 통한 부가가치세 탈루가 횡행하고 있다. 그만큼 나라 곳간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특히 적발 금액 기준으로 병·의원들의 탈루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3 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이 현금영수증 미발급에 대해 부과한 과태료는 총 1032억원(미수납분 포함)에 달했다. 이 가운데 병·의원에 부과된 과태료가 650억원으로 전체의 63%였다. 대략 13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계산이다.

건수 기준으로는 현금영수증 미발급 과태료가 부과된 총 2040건 가운데 약 절반인 1019건이 병·의원이었다.

변호사·회계사·세무사·법무사 등 전문직이 249건(58억원), 음식·숙박 업종이 90건(56억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현행 '조세법 처벌법'에 따르면 현금영수증 발급의무를 위반한 사업장에게는 해당 거래대금의 50%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병·의원들의 경우 지난해 부과된 과태료가 650억원이었음에 비춰 이들이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했다고 국세청이 판단한 금액만 1300억원에 달했던 셈이다.

사업자들은 당초 30만원 이상 현금 거래에 대해서만 고객 요구와 상관없이 현금영수증을 발행할 의무가 있었지만, 지난 1일부터 10만원 이상 거래로 발급 의무 범위가 확대됐다.

한편 지난해 국세청이 현금영수증 미발급에 대한 과태료로 거둬들인 금액은 총 768억원으로 전체 과태료 수납액(858억원)의 무려 90%를 차지했다.

지난해 현금영수증 미발급 과태료 수납액은 전년(256억원)에 비해 약 200%나 늘었다. 이에 대해 국세청 측은 2010년 4월 이후 미발급분부터 과태료를 물릴 수 있어 과세기간이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과세기간이 1년 늘어난 것만으로 과태료 수납액이 3배로 늘어날 것을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는 현금영수증 발급 여부에 대한 세무조사가 강화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해 전체 과태료 수납액도 기존 예산을 크게 초과했다. 당초 과태료 예산은 180억원이었으나 실제 수납액은 858억원으로 예산의 477%에 달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사후적 과태료 부과도 중요하지만,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를 지우는 기본 취지는 세수 확보를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에 있다"며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 등에 대해 홍보하는 등 사전적으로도 현금영수증 발급을 적극 장려해 세원 포착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정활동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靑, 예산 일단 확보부터? 유지관리 예산 4년째 70%미만 집행

청와대 경내 건물과 시설물의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의 집행률이 4년 연속 7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가 매년 관련 예산을 과다하게 확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13년도 결산분석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해 경내 건물 및 시설물의 유지관리를 통해 각종 시설물 등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시설관리 및 개선 사업 예산 46억1500만원 중 66.1%인 30억5100만원을 집행했다. 특히 건설비의 경우 예산 22억400만원 중 3억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10억4900만원만 집행해 집행률이 47.6%에 그쳤다.

청와대의 해당 사업 예산대비 집행률은 2010년 68.1%, 2011년에 52.8%, 2012년 62.4%로 최근 4년 연속 70%를 밑돌았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청와대측은 해당 사업의 집행 부진 이유로 대통령 일정 등을 고려한 여건 변화로 사업계획이 변경되면서 사업 범위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례적으로 계속 불용 예산이 발행하는 것은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예산정책처는 진단했다.

예정처는 보고서에서 "최근 4년간 연속 해당 사업의 집행률이 70%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집행 실적을 고려한 적정 규모의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는 지난해 651억9200만원의 예산을 책정 받아서 651억 9200만원을 지출했다. 전체 불용액은 75억5700만원, 집행률은 88.4% 였다

예산으로 산 국회도서관 외국도서, 70%가 미대출

소장 도서 등에 있어서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국내 양대 도서관으로 꼽히는 국회도서관의 외국도서 중 약 70%가 구입 후 한번도 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인 만큼 사전 수요 조사를 강화하고 도서 이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13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에 따르면 국회도서관의 최근 3년간 외국도서 구입 권수는 2011년 1만8413건, 2012년 1만8131건, 2013년 1만8211건으로 매년 1만8000건을 넘었다.

비용면에서 보면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16억7300만원, 15억6700만원을 외국도서 구입에 지출해 예산액 대비 25.8%, 23.9% 각각 초과 집행됐다. 2013년에는 예산액 16억1100만원 중 7700만원을 줄여, 15억3400만원을 집행했다.

매년 15억원이 넘는 돈을 외국도서 구입에 지출하지만 이용자의 대출 실적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기준으로 전체 외국도서 수와 미대출 도서 수를 보면 지난 2011년에는 전체 29만9439건 중 20만6566건(68.9%), 2012년에는 31만6000권 중 21만7300권(68.7%), 2013년엔 33만7868건 중 23만4505건(69.4%)을 각각 기록했다. 전체 외국도서 중 10권 당 7권은 구입 후 한 번도 대출이 된 적이 없었다는 얘기다.

예산정책처는 "국회 도서관이 개가식(열람자가 원하는 책을 자유로이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운영) 서가제로 운영되고 있어 이용자가 직접 도서를 열람하는 경우가 포함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활용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도서의 선정 및 구입은 도서의 소장가치 뿐 아니라 활용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향후에는 외국도서 추천 및 선정 과정에서 사전수요 조사를 강화하는 등 외국도서 이용률을 제고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외 도서를 모두 포함해 국회도서관이 지난해 자료 확충에 쓴 전체 예산은 48억1700만원이었다. 지난달 30일 현재 국회도서관의 소장자료는 일반도서 372만1763권, 전자파일도서 105만2247권, 오디오비디오 자료 등 비도서 42만3966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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