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아이스버킷보다 급한 것③]법적 근거 미비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희귀질병이라 그런지 관심과 지원도 희귀합니다. 환자들만 따지면 전체 국민의 1%도 안되겠지만 이들의 가족 구성원을 포함하면 5%는 훌쩍 넘거든요. 그렇지만 저희가 받는 지원은 0.1%도 안 되는 것 같아요."
희귀·난치성 질환자에 대한 사회각층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좀처럼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지원 사업이 안정적으로 지속되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관련 법이 제정돼 법적 근거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관련 정부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수행하고 있는 저소득층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은 올해 사업 자체가 좌초될 뻔한 위기를 겪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지난달 7일부터 법령에 근거없는 주민등록번호 수집은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관련법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질병관리본부가 환자들에게 의료비를 지급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받고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것이 불법행위가 된 셈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환자들이 병원에서 내는 본인부담금을 미리 선지급하려면 개인정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수집돼야 하는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사업 자체가 몹시 곤란한 상황에 놓일 뻔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행히 안전행정부가 사회복지사업법 상에 유권해석을 한시적으로 넣는 것으로 매듭지었다"며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부분이고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법률적 근거 없이는 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은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 조세를 통해 강제적으로 조성되는 일반회계와 달리 기금은 자율적으로 조성되는 성격을 갖기 때문에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다.
지난달 29일 열린 희귀·난치성질환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신현호 변호사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것은 정부에서 지원사업을 어느 날 갑자기 중단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이 포함된 취약계층의료비 지원사업은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재정자율사업평가 결과가 좋지 않아 내년 예산이 10% 삭감될 위기에 처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실제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은 2001년 첫 시행 이후 대상질환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예산(국고 기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01년 226억원수준이던 지원사업 예산은 2005년(352억원) 2009년(432억원) 등 증가 추세였으나 최근에는 2011년(324억원), 2012~2013년(314억원) 2014(280억원) 등으로 되려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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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한 관계자는 "예산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결국 법적근거가 우선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의료비 지원도 문제지만 치료 이전에 질병을 진단받기까지의 지원이나 환자 복지, 희귀병 R&D(연구개발) 지원 등 기타 사업은 시행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법적 근거는 없지만 사업이 정부예산편성을 지속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어서 갑자기 예산이 끊길 우려는 없다"며 "정부도 희귀질환자의 치료비와 간병비 부담 등을 덜기 위해 건강보험에 특례를 두고, 4대 중증질환 보장을 강화하는 등 의료비 직접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