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총선' 조합장 선거…'돈' 막고 '깜깜이'?

'제2의 총선' 조합장 선거…'돈' 막고 '깜깜이'?

이현수 김민우 이동우 박다해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02.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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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제2의 총선' 전국동시 조합장선거] (종합)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한 달여 앞둔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논에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돈 선거’ 근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한 달여 앞둔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논에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돈 선거’ 근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다음달 11일 실시되는 '제1회 전국 전국 농·축·수협 동시조합장선거'가 25일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 시작됐다.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합장선거가 사상 처음 '전국 동시 선거'로 치러져 '또 하나의 총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과도하게 법으로 제약돼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돈 선거'를 막는 대신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후보등록 마감 결과 평균 경쟁률 2.7대1을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1326명의 농협·축협·산림조합장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총 3522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조합별로는 농협 3036명, 축협 205명, 산림조합 281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이번 동시선거는 농·축협 1115곳, 산림조합 129곳, 수협 82곳 등 총 1326곳에서 치러진다.

그간 각 조합이 관할 선관위에 위탁해 조합장을 선출해왔던 것과 달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과 주관해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되는 게 특징이다.

◇동시선거 왜 도입됐나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2011년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87년체제 이후 27년 만에 열리는 전국 동시 선거로 그간의 고질적인 선거 비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 핵심이다.

조합장 선거가 '돈선거' 오명을 들은 이유는 89년 전국동시선거 이후 조합마다 개별적으로 선거를 진행, 선거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한 조합장이 생기면 신임 조합장에게 잔여임기 대신 다시 4년의 임기를 보장해, 매년 많게는 수백개의 산발적 선거가 실시돼 국가 차원의 관리가 힘들었다.

2011년 개정된 농협법에 따르면 2009년 3월22일부터 2013년 3월21일까지 조합장 임기가 개시된 경우 해당 조합장 임기는 2015년 3월20일까지다. 2015년 3월 두 번째 수요일에 동시 선거를 실시하고, 이후 임기만료에 따른 조합장 선거는 임기만료 연도 3월의 두 번째 수요일에 동시 실시키로 됐다.

개정법은 아울러 선거 관리 주체를 기존 농협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바꿔 불법 및 비리 행위를 집중 감시토록 했다.

그러나 선거운동 방식이 과도하게 제한되면서 조합원이 조합장 후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가짜조합원, 무자격조합원도 문제시된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 사진=머니투데이DB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 사진=머니투데이DB

◇조합원 알권리 침해..TV토론회 허용해야

선거운동 방법 등 구체적 내용을 담은 근거법은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단체등위탁선거에관한법률'로,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했다.

제정법은 '후보자 본인' 외 누구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제한,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선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운동 기간은 후보 등록일부터 선거일 전까지 14일 간 허용하고, 후보자의 TV토론회 및 연설회는 불법이다.

법안의 국회 심의과정에서 내용들이 상당부분 변질됐다는게 국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는 유 의원의 제정안에 담겼던 언론 대담 및 토론회 실시 조항을 삭제했다. 외부기관이 토론회를 주최할 경우 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안행위는 제정안임에도 '개최 사유가 적다'는 이유로 공청회도 생략했다. 뒤늦게 제정안 통과를 알게된 농업계 종사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11월 규제를 완화하는 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계류중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현재 법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후보자 본인이 길거리에서 하는 것만 가능하다"며 "선거운동 방법을 극도로 제한해 조합원들의 알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짝퉁조합원' 눈감아주는 '셀프감사'…선거혼탁 근원

17만4456명. 지난해 농·축·수협에서 걸러진 이른바 '짝퉁조합원'의 수다. 짝퉁조합원이 조합장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정부당국은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무자격조합원 정비사업결과 조합원 자격이 상실된 조합원수는 17만 4456명이다. 농협 조합원이 되려면 농협법에따라 소(2두 이상)나 돼지(5마리 이상), 염소(5마리 이상) 등 가축을 사육하고 있거나 1000㎡이상의 농지를 경영하는 등 농협법이 규정하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수협 역시 1년 중 60일 이상을 어업에 종사해야하는 등의 요건을 갖춰야 조합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17만여명에 달하는 것이다.

지역 농·축협은 지난해 무자격조합원 정비 조사를 실시하고도 일부만 조합원 자격을 상실시킨 경우가 허다했다. 경기도 A농협은 무자격조합원 정비조사 결과 1000명을 적발했지만 조합원 자격을 박탈한 수는 25명에 불과했다. 적발된 무자격조합원들은 조합원 자격요건인 농지원부 서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실제로 농사를 짓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 게 그 이유였다.

농·축·수협 등이 이처럼 무자격조합원을 조합원으로 유지하려는 이유는 이들이 선거의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조합장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조합원이 1000명이하인 지역 조합도 상당수 존재해 조합원의 한 표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전국 92개 지역 수협 가운데 조합원 1000명 이하의 군소 수협은 43%(40개)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협관계자는 "전부 한 동네 살고 얼굴을 서로 알고 있다 보니 조합에서 나가달라고 말하기 쉽지 않다"며 "일부 조합장의 경우 '짝퉁조합원'임을 알고 있어도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일 경우 모른 척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무자격조합원들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각종 혜택 때문이다. 혜택은 각 지역마다 다르지만 조합원들에게는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고금리 비과세 저축에 가입할 자격이 주어진다. 명절이면 선물이오고 무료로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곳도 있다. 2013년까지는 조합원의 자녀가 지역 농·축·수협에 취업할 때 가산점도 부여했다.

조합장이 되면 당선과 동시에 기관장급으로 신분이 상승된다.

차량과 운전기사 등이 지원되고 5000만원에서 많게는 억대를 넘어서는 연봉을 받는다. 조합전체의 인사권은 물론 예산과 각종 사업에 대한 권한, 자금의 조달과 공급, 금융업무를 총괄한다. 조합 운영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권한을 바탕으로 특정 조합원들에게 특혜를 주기도 한다. 인사권을 남용해 직원으로 뽑아주거나 승진을 시켜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짝퉁 조합원들은 이러한 조합장의 권한에 기댄 혜택에만 관심있을 뿐 조합 발전에는 관심이 없다. 조합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짝퉁조합원을 선별해내야하는 이유다.

현재 무자격조합원에 대한 조사는 각 지역 농·축·수협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자신을 뽑아줄 조합원을 조합장이 내치기 어려운 구조다. 이들을 관할하고 있는 농림부와 농협중앙회, 해수부와 수협중앙회는 합동으로 각 지역 조합에서 실시한 무자격조합원 정비 실태에 대한 감사를 한다. 그러나 서류상으로 조합원 정비사업 실시 여부만 확인하고 있어 실제 무자격 조합원을 제대로 걸러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중앙회와 부처에서 합동으로 지역 농수협 무자격조합원 정비 조사 결과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기는 하지만 전체 내역을 들여다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조직 농협, 관련 법개정안도 봇물

국회에는 조합장 선거운동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포함, 조합 관련 법안들이 제출돼 있다. 특히 관련 법안들은 최대 규모 조합인 농업협동조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농협 관련 법안은 크게 △조합장·조합원 제도 개선 △경제사업 활성화 △금융 시스템 개선 부문으로 나뉜다.

조합장 선거운동 규제를 완화하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대한 법 개정안'은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했다. 이에 따르면 예비후보자는 선거일 전 60일부터 후보로 등록할 수 있고, 예비후보자 간 언론사 토론회가 가능하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지분환급을 목적으로 탈퇴한 조합원에 대해 1년6개월 간 재가입을 금지하는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분환급을 받기 위해 조합을 임의 탈퇴한 뒤 최저 출자금만을 내고 '꼼수'를 막기 위해서다.

농협의 신용·경제사업 분리 이후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농협법 개정안도 다수 올라왔다.

김영록 새정치연합 의원의 개정안은 2011년 사업구조 개편 당시 정부가 약속한 지원 방안을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당초 중앙회가 발행하는 농업금융채권 4조원에 대한 이자 차액을 보전하고, 현물출자로 1조원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현재는 현물출자가 지연돼 이차보전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아울러 농업금융채권에 대한 정부의 이자금액 지원의무를 명시했다. 또 정부가 1년 이내 중앙회에 1조원에 상당하는 현물 또는 현금을 배당률 100분의 1 이하의 우선주로 출자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은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각 조합마다 임의로 이뤄진 '약정조합원' 육성에 법적 의무를 부과했다. 약정조합원은 지역농협에서 경제사업에 대해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성실히 이행하는 조합원이다.

이밖에 특정 품목만 취급하는 품목조합의 출자한도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이 통과되면 품목조합이 같은 법인에 출자할 경우 자기자본의 100분의 20을 초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른 법인에 출자할 때도 자기자본을 초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농협 금융부문 개선을 위해 회계감사를 강화하는 농협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됐다. 최규성 새정치연합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영세한 지역조합도 내부감사에 외부전문가를 선임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농협중앙회가 파견 또는 재정지원을 하도록 했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지역조합은 매년 외부감사를 받도록 했다.

[막전막후 속기록] 조합장 '깜깜이선거' 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해 4월28일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선거운동 방식을 정한 '공공단체등위탁선거에관한법' 제정안을 심사하면서 당초 안에 담겼던 후보자의 언론 대담·토론회 조항을 삭제했다.

법안소위에 따르면 농협과 산림조합중앙회는 '조합의 자율성 침해'를 이유로 언론기관 등 단체들이 주최하는 대담·토론회를 반대했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기존의 선거운동 방식인 합동연설회·공개토론회 제도로 돌아가는 것에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모든 조합의 합동연설회 관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안행위 법안소위원장이었던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후보자의 선거운동)기회가 적어진다"며 우려를 표했으나,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중앙선관위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수정안이 의결됐다.

다음은 국회 속기록 중 일부 내용이다.

-이창림 국회 안행위 전문위원 = 언론기관 및 각종 단체가 개최하는 대담·토론회를 선거운동 방법으로 도입하느냐 안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들어보면,농협 및 산림조합중앙회는 언론기관 등의 각종 단체들이 주최하는 대담·토론회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서는 △조합의 자율적인 선거에 제3자의 선거운동 개입은 자율성을 침해하고 △조합장선거의 특성상 조합원이 평상시 후보자를 충분히 알고 있어 면대면 선거운동의 필요성이 낮고 △대담·토론회 개최 비용이 과다 소요되고 △정치지도자가 아닌 경영인을 선출하는 조합장선거에서 포퓰리즘적 공약 남발 가능성이 있어 대담·토론회는 부적절하고 △청중 동원을 위한 금품 제공 가능성이 있고 △선관위가 아닌 단체 등이 개최하는 경우 진행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여기에 대해서산림청도 대담·토론회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중앙선관위의 입장에서는 언론기관 등 단체들이 주최하는 대담·토론회는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합동연설회공개토론회 제도를 채택을 하고 있는데 선관위는 이 제도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서는 △현행 합동연설회 또는 공개토론회를 유지하는 경우 짧은 선거운동기간 중에 모든 조합의 합동연설회 관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청중동원을 위한 금품 제공 등의 가능성이있으며 △공직선거에서도 집회에 의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 가지고 합동연설회·공개토론회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 = 전문위원이 검토한 각 부처별 의견 중에 선관위 의견이 나는 제일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선관위가 주최하는 합동토론회 및 정견 발표회인가요? (윤석근 중앙선관위 선거정책실장=예.)

1회만 허용하도록 하고 개정안에는 거기다가 타 여타 단체도 할 수가 있고 그다음에 언론사도 할 수 있게끔 하는 걸로 돼있는데 그것은 여러 가지로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상당히 예상이 되기 때문에. 우리 공직선거법도 합동토론회 다 없어졌는데 더군다나 지면관계로 상당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금을 동원할 소지도 있고 해서 선관위 의견에 저는 동의합니다.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 = 합동연설회·공개토론회, 지금 현재 이 경우에 후보자들이 다 동의하면 안 할 수도 있지요? (윤 정책실장=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광역의원 같은 경우에도 합동연설회나 공개토론회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요?(윤 정책실장=예.)

그런 여러 가지 여타 선거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더라도 합동연설회·공개토론회 또 언론기관 등의 대담·토론회 이것은 전부 하지 않아도 되는 걸로 이렇게 정리를 해야 된다는게 본 위원의 생각입니다.

-황영철 소위원장 = 또 다른 의견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법안 대표발의) =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 위원장=그러세요?

-유 의원 = 왜냐하면 그런 것 아니겠어요? 지금 문제되는 게 언론이나 단체 초청 토론회를 공선법에 준해 도입했는데 농협 쪽에서 여러 이유로 반대한다고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합원이 조합장 출마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위탁 주체인 조합 측의 자율성 역시 존중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황 위원장 = 그러면 오히려 지금보다도 더 이런 게 기회가 적어지는데….

-윤 정책실장 = 그런데 선거운동 방법이 상당히 폭이 좀 넓게 보장이 돼있습니다. 선거공보가 있고 또 벽보가 있습니다. 어깨띠 소품도 있고 전화선거운동도 됩니다. 문자선거운동, 인터넷선거운동, 명함 이런 일반적인 선거운동 방법들이 다 허용이 됩니다.

-황 위원장 = 알겠습니다. 대표발의하신 의원님이 이의 없으시다고 수용하셨으니까 더 이상 토론 안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판매·유통사업 분리 농협…20년 '개혁 숙제' 본격화

다음달 11일 농협·수협·산림조합의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시행된다. 이에 앞서 이달 말까지는 농협중앙회의 판매·유통사업 분리가 이뤄진다. 그간 정치적 이해관계 등으로 번번이 좌절됐던 농협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5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의 전국 조합원수는 지난해 기준 235만명에 이른다. 이들 조합원으로 형성된 조합은 1155개에 육박한다. 이처럼 농촌 사회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농협에 대한 개혁은 지난 20년간 다섯 차례의 정권이 새롭게 바뀔 때마다 농정의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농협개혁의 기본적인 틀은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기구인 '농어촌발전위원회'를 통해 제시됐다. 당시 제시된 내용은 중앙회 중심의 회원조합 체계로의 개편, 경제사업을 강화한 품목별 조합 육성을 비롯해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등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비효율성과 낭비 요소를 제거해 농민의 지위를 보호하는 취지로 농·축·인삼협중앙회 등 3개 협동조합을 하나로 통합했다. 통합 농협의 출범으로 유사 사업이 하나로 묶이며 불필요한 경쟁이 사라지고 축협의 부실문제가 해소된 것은 성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3개 협동조합의 통합이 안 그래도 강력한 중앙회의 힘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역 다툼 및 기득권간의 마찰이 잔존하는 등 '화학적 통합'도 미비하다는 평가다.

노무현 정부는 농협개혁에 상당한 의지를 보였다. 당시 농림부 내에는 신용·경제 분리추진협의회가 설치됐고, 농협중앙회는 2003년과 2007년 농협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신경분리를 논의했으나 지지부진하게 끝나 버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2월 당선자 시절 강원도 춘천 토론회에서 "농협이 센지, 대통령인 내가 센지 나도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좀처럼 풀리지 않던 농협개혁이 어느 정도 결실을 보인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정운천, 장태평 등 개혁 성향이 강한 인물이 임명됐고, 이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인 최원병씨가 농협 회장에 선출되며 개혁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2009년 중앙회장 임기의 4년 단임제 변경에 이어 2011년 3월31일 개정 농협법이 공포됨에 따라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17년 이상 지속된 신경분리도 일단락됐다. 개정 농협법에는 조합장 선거일을 전국적으로 통일하는 내용도 함께 포함됐다.

하지만 20년 넘게 진행된 정부의 농협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서 가야할 길은 멀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협 조합원은 "올해 시행되는 여러 개혁에도 여전히 중앙회 위주의 집권적 권력구조를 해소하기는 부족함이 있다"며 "중앙회장 직선제, 외부감사 등 지속적인 개혁과제로 농민을 위한 농협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협하나로유통 내달 출범…'신경분리' 어디까지 왔나

농협의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에 따라 주요 경제사업을 지주회사로 이관해야 하는 시점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경분리에 대한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다음달 2일 농협하나로유통이 출범한다. 이는 2012년 3월 농협개혁의 일환인 농협중앙회를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내용으로 사업구조가 개편된 데 따른 것이다.

'신경분리'는 농협이 신용사업에 치중해 농축산물 판매·유통처럼 농업인을 위한 경제사업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뤄졌다. 실제로 2010년 농협중앙회의 매출 총이익 4조6000억원 가운데 신용 부분은 전체의 85% 수준인 4조원으로 나타났다. 중앙회는 경제사업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이관해야 한다.

지난 1992년부터 꾸준히 제기된 농협의 신경분리 계획은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야 2017년 이행이 결정됐고, 그에 따른 유보금마련 지시가 내려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농협의 신경분리안이 당초 목표였던 2017년 대신 2012년 3월1일자로 앞당겨졌다. 같은해 3월에는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했다.

하지만 신경분리가 단행된 지 4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지주의 경우 신경분리 이후 고정이하 부실여신이 지난해 7월 기준 3조2454억원으로 증가하며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 2년 전인 2012년에는 2조6296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금융지주의 1인당 생산성이 다른 금융기관보다 3배 넘게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사업비용은 30%나 더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금융사업이 삐그덕거릴 경우, 경제사업에 대한 지원도 원활히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비영리법인에서 영리법인으로 전환함에 따라 농업인의 실익에 기여하지 못하고 영리 추구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농협 조합원은 "경제지주로 경제사업을 이관할 경우 벌어질 지역 농·축협과의 경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농업인의 실익과 경제사업 활성화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경분리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지도록 예정돼 있다"며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지, 모든 것을 예측하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농협법 개정 등을 통해 농업인의 실제 삶에 도움이 되는 개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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