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폐막…'사드 북핵' 놓고 상처 깊어진 한미vs북중

ARF 폐막…'사드 북핵' 놓고 상처 깊어진 한미vs북중

박소연 기자
2016.07.27 16:50

[the300]한미일-북중러 신냉전 대립 노골화…전문가 "미·중 사이서 전략적 등거리 외교 펄쳐야"

북한 리용호 외무상. /사진=뉴스1
북한 리용호 외무상. /사진=뉴스1

지난 24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막한 동아시아연합(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2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를 끝으로 폐막했다. 북핵과 남중국해, 사드(TA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을 놓고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맞붙은 지난 사흘의 각국 외교전은 '한미 대 북중'의 대립구도가 더욱 노골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 외교당국은 향후 미·중 사이에서 더욱 복잡해진 외교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할 전망이다.

◇3일 내내 갈등 노골화한 한미 vs 북중…北, 핵문제 '정면돌파'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작심한 듯 미국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리 외무상은 "지금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요인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라며 "우리가 추가 핵실험을 하는가 마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고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리 외무상은 또 "조선반도 비핵화 자체가 미국에 의해 하늘로 날아갔다"며 6자회담 무용론을 밝혔다. 그는 남한에 대해서는 "미국의 핵전략 자산이 들어오는 경우 과녁이 될 수 있지만, 실질적 위협을 당하지 않는 한 (핵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주장하기도 했다.

리 외무상의 발언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지만, 추가 핵실험까지 거론한 것은 사드 배치 등으로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국면을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압박이나 국제사회 제재에 북한이 고개숙이지 않고 내 길 가겠다는 것"이라며 "사드배치 국면에서 미중 간 균열을 염두에 두면서 대북제재의 틈을 파고들어 적극적으로 핵문제와 관련해 할 말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ASEAN 관련 연쇄 회의 기간엔 유독 '한미 vs 북중' 대결의 징후가 자주 포착됐다. 앞서 지난 24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사드 배치를 놓고 윤병세 외교장관을 항해 "양국의 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고 작심 비판을 했으며 25일엔 미·중 외교 수장이 대북제재와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반면 같은 날 왕이 부장은 리 외무상과 2년 만에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쌍무관계 발전 문제'를 논의, 우호관계를 과시했다. 양측은 같은 비행편과 숙소를 이용하는 모습으로 친밀관계를 대내외에 내보였다. 반면 케리 장관은 리 외무상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5일 오전(한국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중 양자회담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5일 오전(한국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중 양자회담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ARF 의장성명 도출 난항…대미·대중 외교 '험로' 예상

ARF를 계기로 '한미일-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전면에 드러나면서 당장 ARF 의장성명 도출을 비롯해 우리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외교적 과제는 한층 복잡해졌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참가하는 유일한 역내 안보 협의체인 ARF에서 강력한 북핵 규탄 메시지를 담은 성명을 채택하겠다는 구상이었으나 사드와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인한 각국 간 이견으로 채택이 연기됐다.

중국 등은 의장성명에 사드 배치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를 반영하려 하는 반면 한미는 수용불가 입장을 보이며 맞서고 있다. ARF 의장성명은 27개국 참가국 만장일치로 채택되는데다 친북 국가인 라오스가 의장국을 맡아 북한의 핵개발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과 대북압박 수위를 우리 정부의 의도대로 관철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ARF에서 중국이 북한을 껴안는 제스처를 보이는 등 대북공조 균열의 조짐이 나타난 만큼 향후 대북제재를 이어가면서도 사드 배치를 관철하고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 정부는 미·중을 상대로 고난도 외교전을 펼쳐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김 교수는 "우리로선 한미동맹과 한중협력 양날개를 갖고 '등거리 외교'를 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좀 더 전략적인 차원에서의 국익을 고려하며 한쪽에 경도되지 않는 외교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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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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