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고충·민원 중요하다더니 청원제도는 '나몰라라'

국민 고충·민원 중요하다더니 청원제도는 '나몰라라'

임상연 기자
2016.08.1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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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유명무실 청원제도]①19대 청원채택 단 2건, 김영란법 예외조항 무색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하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의 ‘국회의원 부정청탁 예외조항’(제5조2항3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청원제도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 고충·민원 전달’이란 명분 아래 국회의원은 청탁금지법 적용에 예외를 뒀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인 민의전달창구인 청원제도는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사문화해서다. 헌법이 규정한 국민 청원권을 보장하고,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전자청원제도 도입 등 청원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원하면 뭐하나” 19대 청원실적 역대 최저=10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9대에 접수된 청원은 227건, 이중 국회에서 채택된 청원은 국립현충원 일본수종 제거, 울산 혁신도시 고가차도건설 반대 등 2건에 불과했다. 청원접수와 채택건수 모두 국회 청원통계가 공개된 지난 13대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국회 청원접수는 지난 16대 765건을 정점으로 17대 432건, 18대 272건으로 8년 만에 3분의 1토막으로 급감했고, 19대에선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청원접수는 큰 폭으로 줄었지만 처리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국회 채택과 불부의, 철회 등을 모두 포함한 청원 처리율은 지난 13대 64%가 넘었지만 19대 22%로 급감했다. 청원 10건 중 7건 이상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폐기 처분된 것이다.

국회 청원실적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정치권의 무관심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회법 및 국회청원심사규칙상 국회는 상임위원회 내에 청원심사소위원회를 두고 국민들의 청원을 처리할 의무가 있지만 임기 내내 청원심사소위를 한번도 열지 않는 상임위도 수두룩하다.

실례로 지난 19대에서 국회 안정행정위원회(43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청원이 접수됐던 법제사법위원회(32건)는 4년간 청원심사소위를 단 한차례도 열지 않았다. 이에 법사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처리하기 힘든 재판 관련 민원성 청원도 많고, 법안 심사로 바빠 청원심사소위를 개최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처리하기 힘든 청원이라도 다른 안건들과 함께 청원심사소위에 상정해채택 및 부의 여부 등을 결정하고, 그 처리결과를 청원인에게 통보하는 등 법적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회 한 고위관계자는 “회기를 거듭할수록 청원접수가 크게 줄고 있는 것은 청원을 접수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청원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사유를 면밀히 분석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음성적 민원전달 대신 청원제도 활성화해야”=1961년 제정된 청원법이 지난 55년 동안 단 세 차례 개정에 그친 것도 정치권의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 세 번의 법 개정 중 의원입법 형태로 이루어진 것은 유일하게 개정안이 발의됐던 지난 19대 단 한차례에 그친다.

국회 청원심사 가이드라인인 국회청원심사규칙도 1984년 마련된 이후 지금까지 딱 한번(1995년 3월) 일부 개정작업을 거쳤을 뿐이다. 학계나 시민단체 등에서 청원제도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 차원에서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김경협, 이학영 의원 등이 청원제도 개선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된 채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민의수렴이라는 기본적인 가치를 실현하고, 음성적 민원전달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청원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 소개가 있어야만 청원이 가능한 현행 규정을 폐지하고, 해외 선진국처럼 전자청원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무기한 연장 가능한 청원 심사기간을 제한하는 방안과 청원접수부터 심사, 조사, 처리까지 전담할 수 있는 국회 내 특별기구를 설치하는 방안 등도 활성화 대책으로 거론된다.

이선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국회의원이 청원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의정활동 평가나 지역구 인지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청원 문턱을 낮추는 것과 함께 국회의원의 청원 처리 활동을 내외부적으로 감시하고, 평가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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