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⑦입법 통한 국가 예산 확보

입법적 리더십의 여섯 번째 사례로는 입법을 통한 국가예산 확보다. 이는 국가의 재정인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의미다. 국고보조금은 기본적으로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관리된다. 또 특정 사업이 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통상 개별 법령에 '보조할 수 있다'는 지급 근거를 마련해둬야 한다. 따라서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받으려면 이는 곧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교육삼락회'
2002년 11월 '한국교육삼락회법안'이라는 제명(題名)도 생소한 제정안이 발의됐다. 법 제명만으로는 언뜻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법률안은 16대 국회 상반기(2000년 5월~2002년 5월)에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하반기(2002년 5월~2004년 5월)에도 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이규택 의원에 의해 제출됐다.
한국교육삼락회법안은 2003년 6월 20일 해당 상임위원회 심사를 마친 뒤 6월 27일 법제사법위원회 및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월 29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한국교육삼락회법안」은 상임위원회 심사과정에서 한국교육삼락회법안이라는 법 제명으로는 일반인들이 법 전체를 개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법안의 목적과 내용을 함축하는 '퇴직교원 평생교육 활동지원법'으로 수정됐다.
새롭게 제정된 퇴직교원 평생교육 활동지원법은 제1조부터 제17조까지 총 법조문이 17개에 지나지 않는 아주 간단한 법률이다. 우선 목적과 관련하여 제1조는 '이 법은 퇴직교원단체인 한국교육삼락회를 설립하여 청소년 선도, 학부모 교육, 학교교육 지원 등 평생교육봉사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국가발전과 사회공익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사업과 관련된 제6조는 △평생교육 활동 △학생교육활동 지원과 지도 △인성교육과 상담활동 △교육정책 모니터 활동 △각급교육기관에 대한 협조 △모범교육자표창 및 교육유공자 발굴 격려 △시민문화 향상을 위한 봉사활동 △기타 삼락회의 목적사업에 필요한 사업 등 8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것은 재정과 관련한 제16조②항이다. 우선 ①항은 '삼락회의 재정은 회원의 회비, 그 밖의 수입으로 충당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②항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삼락회의 운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다'고 규정,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입법을 통해 '한국교육삼락회'가 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교육삼락회는 당장 2003년에 정부로부터 10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매년 1억 원,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매년 2억 3000만원, 그리고 20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1억~2억 원 사이에서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다 2015년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퇴직 공직자 단체 등의 보조금 집행투명성 조사가 있었고 △간이영수증 등 증빙서류 미비 △용도외 사용 등 보조사업 집행 적정성의 문제 등을 지적받음에 따라 2015년 8300만원, 2016년 3150만원의 지원을 끝으로 더 이상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고보조금은 특정 민간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이 국가가 행할 필요성이 있는 사업들이거나 사회적 공익성이 강한데 반해 스스로 활동하기에는 재정적 한계가 있을 때 비로소 지원될 수 있다. 노총과 민노총 같은 단체들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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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앞서 언급한 대로 특정단체가 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통상 개별 법령에 '보조할 수 있다'는 지급 근거를 마련해둬야 한다. 퇴직교원 평생교육 활동지원법이 제16조②항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삼락회의 운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로써 한국교육삼락회라는 민간단체는 정부로부터 매년 예산을 지원받아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과 함께 한자교실·마을학숙 같은 사업을 할 수 있었다.
교육 분야 뒤이어 소방과 교정, 지방공무원들을 위한 법률안 통과
퇴직교원 평생교육 활동지원법처럼 특정 영역에서 활동한 퇴직 공무원단체 중 군인과 경찰공무원의 경우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법'과 '대한민국 재향경우회법'에 따라 재향군인회와 경우회를 각각 설립·운영하고 있다. 두 단체 또한 정부로부터 운영에 필요한 국고보조금을 교부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고 있는 건 물론 매년 보조금을 수령하고 있다.
군과 경찰, 교육에 뒤이어 소방(消防)과 교정(矯正) 분야 퇴직공무원들도 교육과 마찬가지로 관련 법률을 제정해 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다. 소방 분야의 경우 1988년에 설립 된 한국소방동우회를 근간으로 2011년 10월 전체 조문 16조의 '대한민국 재향소방동우회법안'이 제출돼 이듬해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정 분야 경우에는 2013년 2월 전체조문 16조의 '대한민국 재향교정동우회법안'이 제출돼 6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8년 9월에는 한 야당 의원 대표발의로 '지방행정동우회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 법률안의 제안이유를 살펴보면 '현재 퇴직 군인, 경찰, 교육, 소방, 교정 공무원 관련 동우회는 각 법률에 근거하여 운영되고 지원을 받고 있으나 지방행정동우회는 관련법이 없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방행정동우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근거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전직 지방공무원들이 공직을 통해 쌓은 전문성을 이용해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해 주고 지방행정동우회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하려 한다'는 것이다.
전체 조문이 15조에 불과한 지방행정동우회법안은 2020년 3월 국회를 통과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앞선 다른 직역 퇴직공무원들과 관련된 법률처럼 14조 재정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동우회의 운영과 사업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2021년 2월 한 언론은 각 행정동우회가 자치단체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분석해봤더니 산불예방, 환경정화, 축제홍보 등 사업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일반 봉사단체 활동과 겹치는 게 대부분으로 전직 지방공무원의 전문성을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입법취지와 동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연재의 주제인 '입법적 리더십'에서 볼 때 중요한 건 필요할 경우 명분을 갖춘 입법을 통해 누구나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