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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프랑스·일본 선박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데 대해 "선박 및 국가별 조건이 다르다"는 입장을 냈다. 타국 선박이 통과에 성공했음에도 우리 선박이 해협을 빠져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5일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들의 국적, 소유주, 운영사, 화물성격, 목적지, 선원 국적 등이 다양해 해당 선박 및 국가별 조건이 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선박·선원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이를 감안한 선사의 입장을 중시하고 있으며, 관련 국제규범 등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내 우리를 포함한 모든 선박에 대한 자유로운 항행·안전 보장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 하에 관련국들과 소통·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 정부는 그동안 미국·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의 통행을 차단해왔다. 주로 중국·인도 등 우호 국가에만 해로를 열어주었으나, 최근 프랑스·일본 등 서방 및 서방 친화적인 국가에도 봉쇄를 일부 해제하기 시작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상선미쓰이 소속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지난 3일 일본 선박으로선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지난 4일에는 같은 회사의 유조선이 두 번째로 해협을 빠져나왔다. 프랑스 해운사 CMACGM의 선박이 지난 3일 서유럽 선박 최초로 해협을 통과했다. 다만 이들 선박이 이란 측에 별도의 통행료를 지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은 한국에 대해서도 "적대국이 아니"라며 협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제 통과까지는 난관이 많다. 당장 미국이 이란에 재차 최후통첩을 날리는 등 긴장이 고조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내가 이란에 협상하든지 아니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라고 10일의 시간을 줬던 것을 기억하라"며 "시간이 다 돼간다. 그들에게 지옥이 닥칠 때까지 48시간 남았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규모 공격을 트럼프 대통령이 천명하면서 해협 상황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맥락 속에서 26척 선박의 통과 문제가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선박 26척, 한국인 선원 180여명이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상태다.
해협에 정박 중인 선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통행을 지원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보험 적용이 중단되거나, 재보험료가 급등하는 등 선사 입장에서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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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도 해협 개방에 신중한 입장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외교·국방 채널을 가동해 수십여개국과 해협 재개방을 논의 중이지만 이는 무력 충돌이 중단되거나 아주 의미 있는 수준으로 완화되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동향을 주시하면서도 이란과의 개별협상 가능성도 배제하진 않는 모양새다. 서방국들이 주이란 공관을 철수하는 가운데 한국은 이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