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이재명 대통령이 숙의를 요청했던 검찰 보완수사권 관련 논쟁이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의 구호로 전락한 모양새다. 검찰청 폐지가 불과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에서 공론의 장이 만들어지기는커녕 강성 개혁파들의 전면 폐지 주장만 연일 들끓고 있다. 당내에선 생산적인 토론이 사라지고 당권 표심을 겨냥한 선명성 경쟁만 가열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연임 도전을 위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전날 밤 SNS(소셜미디어)에 검찰 수사권 박탈을 촉구한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의 게시글을 인용하며 "견해에 동의한다"고 적었다. 이어 추가 게시글에선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해야 한다"며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22대 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공소청 및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법안 통과를 견인한 추 당선인은 게시글에서 "검경 수사권 분리는 보완수사권 존폐에 달려 있다. 국민들은 인신 구속과 무분별한 압수수색 등 검찰의 수사권 남용과 악용을 똑똑히 목격했다"며 "지금은 결단을 내릴 때"라고 주장했다.
당권 도전 가능성이 있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SNS에 검찰개혁을 위해 자신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지명해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같은 당 김영호 의원,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보완수사권 폐지를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서두르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국민 인권은 폭넓게 보호하는 시민 주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논의될 수 있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현행 형사소송법에 남아 있는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그러면서 보완수사권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을 준비 중인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을 향해 "당장 초안을 국회에 제출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검찰청 폐지 법안이 처리된 것은 지난 3월이다. 법안 처리 전부터 보완수사권 부여 여부는 정치권의 화두였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예외적인 상황에 한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존치 여부와 관련해 "국회의 결정을 따르겠다. 숙의를 부탁한다"고 했는데 이 직후부터 정 전 대표와 김 의원을 중심으로 완전 폐지 주장이 매우 높아졌다.
문제는 '완전 폐지' 주장만 난무할 뿐 이 대통령이 주문했던 숙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늦어져 법사위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에선 토론 대신 정 대표 등 강경 개혁파 중심으로 완전 폐지 주장만 수일째 반복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차기 당권을 겨냥한 강성 당원들의 표심잡기 경쟁 차원에서 보완수사권을 이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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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법사위원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 전 대표가) 오히려 혼란만 주고 있다.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진행자가 당내 지지층이 선호하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 전 대표가 전략적으로 쟁점화 시키는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박 의원은 "그렇다. 그렇지만 득표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숙의 요청을 했다면 최소한 의원총회에서라도 관련 논의가 있었어야 하는 게 옳지 않나"라며 "정 전 대표가 자신을 향한 비판적 목소리가 언론 등을 통해 새어나갈 경우 자신의 연임 도전에 걸림돌이라고 판단하고 홀로 이를 구호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정 전 대표는 물러났고 숙의의 기회는 멀어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