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애프터마켓 연다는데…퇴직연금 ETF는 '거래 못 한다'

9월부터 애프터마켓 연다는데…퇴직연금 ETF는 '거래 못 한다'

김세관 기자
2026.06.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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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권별 퇴직연금 규모/그래픽=임종철
업권별 퇴직연금 규모/그래픽=임종철

한국거래소의 애프터마켓이 9월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증권사들이 운영하는 퇴직연금 ETF(상장지수펀드) 애프터마켓 거래에 난항이 예상된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장 마감 이후 관련 고객 돈을 단기 상품에 넣어 운용해 왔는데, 거래시간이 더 늘어나면 이를 운용할 금융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일부에서 제기된다.

24일 한국거래소(KRX)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오는 9월14일부터 정규 장이 마감된 후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애프터마켓을 운영한다.

거래소는 ETF도 애프터마켓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원활한 거래시간 연장 운영을 위해 업계와 소통한다는 것이 거래소의 입장이지만 증권사들은 애프터마켓 개설 이후 최근 급성장중인 퇴직연금 ETF 거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는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ETF를 정규장에서 사고판 뒤 남은 금액을 단기 금융상품인 RP(환매조건부채권)나 발행어음 등에 넣어 운용한다.

그러나 거래시간이 8시까지 연장돼 주식거래가 늦게 끝나면, 그만큼 고객 자금 정리 시간이 늦어진다. 8시 이후 남은 돈을 받아 운용해 줄 금융사가 필요하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주로 은행 발행어음에 의존해 왔다.

조만간 애프터마켓이 개설되는만큼 거래시간 연장 이후 퇴직연금 ETF 자금의 단기 운용 여부도 증권사들이 은행에 문의했지만 부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입장에서는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거래 편의를 위해 추가 인력 가동 등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운용 시간을 늘려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퇴직연금을 둘러싼 은행업권과 증권업권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은행들이 늦은 시각 증권사 퇴직연금 ETF 자금 운용 요청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말 기준 500조원이 넘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비중은 은행이 260조5000억원, 증권이 131조5000억원이다. 은행이 보유한 적립금이 더 많지만 증가 속도는 1년간 증권이 26.6%로 같은 기간 15.4%에 그친 은행보다 빠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최근 가입자들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자금을 옮기는 이른바 '머니무브'가 이어지고 있다"며 "은근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어 '증권사 고객 위해 우리가 왜 더 늦게까지 일 해야 하느냐'는 내부 반발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ETF 운용 방식을 두고 은행과 증권사가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이슈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퇴직연금 ETF 실시간 운용은 증권사만 허용이 되고 있는데, 은행과 보험사들도 퇴직연금 ETF 실시간 매매 허용을 당국에 요청 중이다.

증권사들은 ETF 매매가 투자중개업자로서 증권사의 본업이라는 취지로 반발하고 있지만 은행권 등은 퇴직연금 머니무브의 원인을 ETF 실시간 거래로 보고 있어 정책을 둘러싼 물밑 싸움이 치열하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 장 마감 이후 증권사 퇴직연금 ETF 운용 이슈가 크게 불거진 것은 아니지만 애프터마켓 시행이 다가올수록 은행 ETF 실시간 매매 이슈와 맞물려 논쟁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형 증권사들은 자체 RP에 퇴직연금 ETF 매매 후 남은 잔액을 넣어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은행 계열 증권사들과 중소업체들은 건전성 지표 등이 악화될 수 있어 이를 따라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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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관 기자

자본시장이 새로운 증권부 김세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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