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근씨는 부의 세습에 관해 어떻게 생각해요?" 1991년 10월 필자는 당시 인기직장인 종금사의 최종 면접에서 사장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이 회사의 사장은 '재벌집 막내아들'이었다. 자기소개서에 순진하게 1·2학년때 학생운동을 했다고 적었던 터라 어차피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부의 세습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는데 기여하지 않았는데도 핏줄이라는 이유로 기업을 물려받는다면 계급사회인 봉건체제와 다를 게 뭡니까. " 35년 전 기억을 떠올린 이유는 이후 한국이 부자나라가 됐는데도 자산·소득 불평등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버지가 8살 때 돌아가셔서 동생들 학비까지 책임져야 했던 '흙수저' 출신이다. 하지만 월급을 알뜰히 모으니 결혼 3년만에 서울 동작구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 당시 대기업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지만 세금을 별로 안떼 실수령액이 많았다. 80년대 대학을 다닌 우리 세대는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면 '흙수저' 출신이라도 중산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