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콘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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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뉴욕시는 채용 과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기업들에 AI 편향성을 검증하라는 규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인간의 편견을 학습한 AI가 채용 불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기업들에 공정성 검증 의무를 부과한 것. 아마존은 과거 채용 기록을 토대로 AI에 인사 채용을 맡기려 했으나, AI의 남성 편향성이 드러나 2018년 프로젝트를 폐기한 바 있다. 인력 채용은 상당한 노동력과 비용이 투입되는 작업이다. 많은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 AI를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AI를 통한 채용이 공정하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씨름한다. 2023년 1월 채용 중개 스타트업 머코어(Mercor)를 창업한 고등학교 동창생 아다르시 히레마스, 수르야 미다, 브레넌 푸디가 내놓은 답은 당돌했다. 올해 22세인 미다 창업자는 지난해 9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채용 프로세스에 이력서, 이전 직장 경험, 학력 등을 근거로 지원자 절반을 떨어트리는 것은 잘못됐다"며 AI를 통해 인종, 성별, 학력에 구애받지 않는 실력주의 채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2019년부터 5년간 꾸준히 투자한 스타트업이 있다. 석유시추 기술을 이용한 지열 발전 스타트업 페르보 에너지(Fervo Energy)인데, 게이츠는 청정연료 개발을 목적으로 2015년 설립한 벤처 회사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를 통해 페르보 에너지의 투자모금에 4회 참여했다. 게이츠는 지난 6월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지열 발전은 아이슬란드처럼 화산 지대에서나 이용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며 "페르보 에너지의 혁신으로 지열 발전은 범용적이고 효율적인 청정 에너지 생산 수단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지열 발전은 땅속의 높은 온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열에 의해 데워진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방식이다. 페르보 에너지의 핵심은 셰일 가스 채굴 기술인 '프래킹'(fracking)을 이용하는 것이다. 프래킹은 암반에 액체를 고압으로 주입해 균열을 일으키는 기술인데, 이렇게 암석을 뚫어내 갇혀 있던 셰일 가스를 채굴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에 올랐다.
영어유치원 졸업 후 영어학원 입학을 위한 '7세 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은 영어교육 전쟁 중이다. 영어교육도 결국은 자본 싸움. 대기업 직장인이 두 아이의 영어유치원 비용을 대려고 주말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뛰는 사례도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문제로 고민에 빠진 사람이 있었다. 중남미 출신의 그가 고민 끝에 12년 전 만든 앱은 올여름 이후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급등하며 성장성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1978년 과테말라에서 태어난 루이스 폰 안은 어린시절 영어에 대한 안 좋은 경험이 있었다. 이곳 역시 영어 능력에 밥줄이 달렸다고 할 정도로 영어가 중요했다. 교육비도 비쌌다. 의사였던 폰 안의 모친도 월급 대부분을 교육, 특히 영어 교육에 쏟았다. 폰 안은 빈부 격차가 교육 격차로, 다시 빈부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직접 목격했다. 이런 경험은 그가 2012년 미국 언어교육 스타트업 '듀오링고'(Duolingo)를 창업하는 밑바탕이 됐다. 폰 안은 2022년 ABC뉴스 인터뷰에서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영어에 대한 지식은 소득 잠재력을 크게 높인다.
"40대 중반부터 갑자기 몸에 열감이 느껴지고, 47살부터 잠을 못 잤다. 새벽에는 갑작스러운 오한 때문에 3시에 깼고 1시간 넘게 잠들지 못했다. 지치고 힘들어서 먹었더니 체중이 늘더라. " 제2의 사춘기라 불리는 갱년기는 국적 불문, 모든 여성의 골칫거리다. 한국은 갱년기 증상과 관리에 대한 인식 수준이 비교적 높은 편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갱년기가 관리 가능한 증상이라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의외로 미국이 그렇다. 위에 적힌 갱년기 증상은 2021년 미국 갱년기 관리 전문 스타트업 미디헬스를 창업한 조애나 스트로버 최고경영자(CEO)가 호소한 것. 처음엔 단순한 수면장애인 줄 알고 각종 뉴스 기사와 연구논문을 읽었으나, 여성 호르몬 감소가 수면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은 접하지 못했다. 병원을 찾아도 마찬가지였다. 주치의가 중독 위험이 있는 수면제까지 처방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미디헬스 최고의료책임자(CMO)를 맡고 있는 의사 캐슬린 조던의 경험도 비슷하다. 조던 CMO는 "만나는 의사마다 내가 갱년기를 겪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그 누구도 내가 겪는 홍조, 오한의 원인으로 폐경을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2100년 세계 인구 중 최대 55억 명이 오염된 물에 노출될 것이란 연구결과가 지난해 7월 학술잡지 '네이처 워터'에 게재됐다. 수질오염 연구 권위자인 에드워드 존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 교수 연구팀의 연구결과다. 연구팀은 세계기상기구(IPCC)가 가정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3개를 이용, 2005년부터 2100년까지 20년 단위로 수질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남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등 신흥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수질이 크게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나리오가 빗나가려면 산업 오폐수를 대규모로 꾸준히 제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수질정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있다. 크리스티나 룬드벡 CEO가 이끄는 스웨덴 스타트업 서프클리너다. 서프클리너의 핵심은 룬드벡 CEO의 부친이 발명한 자동펌프 기술. 룬드벡 CEO의 부친인 스티그 룬드벡은 심장병으로 부친을 잃고 심장 전문 의사의 길을 걸었다. 끊임없이 혈액을 받아내고 뿜어내는 심장 메커니즘을 연구, 인공심장을 개발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미국에서 자란 에바 고이코체아는 어린 나이일 때부터 성을 금기시하는 시각에 의문을 품었다. 성에 개방적이었던 예술가 모친은 자기 전 그림책을 읽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딸에게 성을 교육했다. 반면 면학 분위기를 찾아 진학한 가톨릭 고등학교에서 성은 신성한 것, 함부로 언급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둘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성 역시 일상의 일부라는 엄마 말씀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14살 때부터 커피숍 아르바이트, 중고차 딜러로 일할 정도로 돈벌이에 관심이 많았던 고이코체아는 대학 졸업 후엔 의료 분야 입법보좌관으로 근무했고, '미국 유니클로'라 불리는 패션 브랜드 에버레인의 초기 멤버로도 일했다. 그는 당시 경험에서 웰빙 분야 소비자 수요와 시장 사이 괴리를 느꼈다고 한다. 콘돔의 경우 안전한 성 관계를 위해 꼭 필요한 물건임에도 성 소수자들이 찾을 만한 제품은 없었다. 그리고 그는 2018년 성인용품 스타트업 '모드'(Maude)를 창업한다. "여성 70%가 성관계 중 오르가즘에 도달하지 못하는데 왜 성인용품을 성 도착증의 대상물처럼 취급해야 할까요? 이건 이제 필수품입니다.
치과의사가 보여주는 구강 엑스레이 사진을 이해할 수 있는 환자는 거의 없다. 흰 것은 뼈, 검은 것은 배경이라는 것 말고 눈에 들어오는 게 없으니 의사 설명도 알아듣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별 생각없이 의사 말을 그대로 따르거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치료, 저렴한 치료를 먼저 찾게 된다. 이런 치료는 효과를 오래 보기 어렵다. 치과 치료는 장기적인 자기관리가 중요한데, 진료실에서 자기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환자는 스스로 꾸준히 관리하기 쉽지 않기 때문.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치과 진료 기술 개발 스타트업 오버젯(Overjet)은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오버젯은 병원에서 촬영한 구강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 질환이 의심되는 부위를 환자가 알아보기 쉽게 색칠해준다. 그간 경과를 영상처럼 연속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치과의사는 오버젯을 통해 더 정밀한 검진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치주질환으로 치아 상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밀리미터 단위로 표시해준다. 이에 기반한 의사 설명을 통해 환자는 자기 상태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딸에게 식사는 거미와 뱀을 한 접시 먹는 것과 같다.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다. " 자녀가 섭식장애를 앓고 있다는 수 챔버스(가명)는 지난 8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딸을 입원시키기가 무서웠다"며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가족기반치료(FBT)를 선택했다는 그는 집에서 섭식장애를 치료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섭식장애 자녀를 둔 다른 엄마로부터 스타트업 '이큅'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큅이 연결해준 전문가 팀의 치료를 18개월 진행한 덕분에 딸 체중은 안정권에 들어왔다. 챔버스는 이큅이 딸의 생명을 구했다면서도 심리치료까지 완료되려면 이큅과 갈길이 아직 멀다고 설명했다. 이큅은 섭식장애 환자였던 크리스티나 샤프란이 2019년 창업했다. 우울증, 강박 장애 등 가족력이 있던 샤프란은 어릴 적 만난 베이비시터를 따라 다이어트를 하다 섭식장애를 앓게 됐다. 10살 때 진단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아도 효과는 잠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섭식장애로 고통받았다.
"1997년 피파 U-20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연장전에서 승부차기로 스페인을 이겨…" 올해 초 한 방송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빙(Bing)에게 "1997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한국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줘"라고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실제 대회에서 우승국은 우루과이를 2대 1로 누른 아르헨티나가 차지했다. 그럼에도 빙은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는 선수 실명까지 거론하며 사실인 것처럼 답변을 이어갔다. 현재는 버전 업그레이드로 오답률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챗GPT도 종종 거짓을 사실처럼 전한다. 애덤 웬첼이 창업한 스타트업 아서(arthur)AI는 챗GPT4에게 '1880년부터 2000년까지 재직한 미국 대통령이 몇 명인지 알려줘"라고 묻는 실험을 진행했다. GPT4는 같은 질문에 세 번 답했는데, 답이 전부 달랐고 앞뒤도 맞지 않았다. 처음 두 번 답변에서는 서두에 20명이라고 해놓고 23명 이름을 적어뒀고, 마지막 답변에서는 23명 이름을 써놓고 22명이라고 답했다.
거창한 기술, 아이디어가 있어야만 혁신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평소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거나, 원래 있던 도구를 다르게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혁신은 나타날 수 있다. 2014년 창업한 스타트업 욘드르가 그렇다. 욘드르를 창업한 그레이엄 듀고니는 스마트폰이 필수품을 넘어 신체 일부가 된 듯한 현대 사회에서 '노 스마트폰'을 주장한다. 계기는 2012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음악 페스티벌이었다. 술에 취한 남성이 춤추는 모습을 관객 두 명이 허락 없이 촬영해 유튜브에 게시하는 것을 목격한 듀고니는 남의 사생활을 멋대로 공개하는 일을 막으려면 스마트폰 없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영화관, 공연장은 물론 교실에서까지 스마트폰을 멋대로 꺼내 문제라는 말은 예전부터 나왔다. '디지털 디톡스'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보내보자는 말도 많았다. 이런 말 다음엔 알아서 스마트폰을 맡기거나 꺼내지 말자는 등 개인의 의지력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뒤따랐다. 욘드르는 개인 의지보다 유혹을 차단할 도구를 해결책으로 삼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피츠버그 경찰관 카일 베이커는 인신매매·성착취 사건 전문 수사관이다. 그는 여성 2명이 성착취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 용의자 수사에 나섰지만 오리무중이었다. 보통 초동수사는 SNS와 통신기록 등 기초적인 자료들을 기반으로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추리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이렇다 할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 베이커는 수사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페레그린'에 접속, 가해자와 연결고리가 될 만한 인물부터 선별하기로 했다. 이때 페레그린이 다른 경찰서에서 보낸 협조 요청 문서 속에서 한 인물의 별명과 전화번호를 찾아 베이커에게 추천했다. 이 단서를 토대로 베이커는 추가 피해자들을 확인했고, 용의자를 붙잡아 구속시켰다. 베이커는 "페레그린이 내가 찾고 있는 줄도 모르는 정보를 찾아다 줬다. (단서가 된) 협조 요청 문서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어떻게 찾을 수 있었겠느냐"면서 "페레그린을 수사의 출발점으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페레그린은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임원 출신 닉 눈이 2018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생성형 AI(인공지능) 중 현존 최강으로 알려진 챗GPT4에게 "충실 의무 위반(Claim of disloyalty)이 뭐야"라고 물었다. 충실 의무는 상법에서 등장하는 개념으로, 기업 이사는 법령과 정관에 따라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챗GPT4는 충실 의무 위반을 단어 그대로 해석, "누군가가 신뢰를 배반했다는 주장"이라는 상법과 무관한 답변을 내놨다. 법률AI 스타트업 '하비'(Harvey)가 내놓은 AI모델은 달랐다. 이 모델은 "회사의 경영을 맡은 대리인들이 주주 또는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 때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충실 의무 위반을 정의한 뒤, 출처와 함께 판례와 주요 법리를 요약했다. 오픈AI 기술을 기반으로 법률 특화 AI 훈련을 진행한 결과다. 그동안 법률 특화 AI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변호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법률 AI의 핵심은 간단한 질문만으로 판례, 법리 검토까지 가능한 문서를 생성하는 것. 질문을 간단히 입력하면 수박 겉핥기식 답변이 돌아오고, 제대로 된 답변을 얻으려면 질문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